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2018 04
2018.04.06 11:36

안순분 Ann Soon Boon

조회 수 407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전시제목 나의 페르소나 persona.
전시기간 2018. 4. 11 ~ 4. 17
전시장소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Seoul
오프닝 2018. 4. 11 5:00PM
갤러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9, 관훈동 성지빌딩 3F T. 02. 725. 2930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gallery-now.com
찻잔에 담긴 맑은 빛을 바라본다.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자신의 빛깔과 향기를 오롯이 드러낸다. 햇살 받고 자란 온전한 생이다. 투명한 차를 마시며 생각한다. 무언가 하고 싶어 마음 뜨겁던 시절, 어떤 이끌림에 들어선 사진의 길, 셔터 누르는 소리에 행복했다. 분신 같은 사진이 한 장 한 장 모아질 때마다 기뻤고 그 목록으로 삶은 풍요로웠다.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온 병마,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이었다. 시시각각 조여 오는 손아귀는 내 목덜미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발버둥 치며 떨쳐보려 해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접어야 했고 내 삶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떠나야 하나.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떠나야 하나. 수없는 물음에 확실한 답이 없었다. 병원 검사에 지치고 약에 절은 시간, 눈물은 쉼 없이 흘러내렸다. 절망의 수렁에서 바라본 세상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투병생활 3년, 삶의 의욕을 잃고 맥없이 하늘을 바라볼 때 내게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가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였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몸은 자유롭지 못한데 무엇을 하란 말인가. 매일 시들어가는 일 뿐인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순간, 거의 20년 동안 나와 함께 했던 사진이 생각났다. 저장되어 있는 파일과 쌓인 전시액자를 보며 회갑 때 개인전을 하고 싶었던 계획이었다. 축하의 마음으로 밀어주겠다는 딸의 약속이 생각났다.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카메라 기능의 휴대폰은 내 손을 떠나지 않았다. 삶은 비록 고통일지라도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생각했다. 그때 교수님을 만나 수업을 듣고 구본창 사진작가의 책을 선정해 주어 보면서 나도 모르게 기쁨이 솟았다. 삶은, 그런 열정을 가져 보지 못한 나를 돌아보게 했다.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이제 감추었던 아픔을 드러낸다. 혼자 눈물 흘리며 절망의 구렁텅이를 헤맸던 고통의 기록을 내 놓는다. 어느 날 소리 없이 다가온 너를 보며 아무리 떨쳐보려 몸부림쳐도 막무가내로 다가온 너에게 더불어 살자고 다독거려본다. 사진으로 살아나는 나의 페르소나 나는 너를 계속 사진으로 찍어간다 너 가 있어 감사하구 행복을 알 수 있게 해준 너에게 더 많이 사랑하며 함께 가보자고 오늘도 다짐 해본다.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한 작업, 부끄럽고 숨고 싶다. 허나 까르르 웃는 손자와 딸의 격려가 있기에 용기를 낸다. 말없이 약을 챙겨 주는 남편의 사랑에 힘입어 삶은 도전이라기에 힘을 내본다. 많은 것을 잃었어도 아직 잃지 않은 것이 있기에 상실감을 떨쳐 내고 다시 일어선다. 제 몸을 풀어 맑은 빛을 내는 찻물을 본다. 깊고 순한 맛이 되기 위해 몇 번이나 덖는 아픔을 겪었다. 삶도 차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각자 안고 있는 아픔들은 그를 살게 하는 힘이 아닐까. 더욱 맑고 투명하게 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내면의 나를 바라본다. 주어지는 날까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은 꽃 한 송이 피었다. 곁에서 응원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아직 병마는 떠나지 않았지만 희망을 갖고 꿈을 꾼다. 가슴에 담긴 소망에 날갯짓을 해 본다.
  • ⓒ안순분 Ann Soon Boon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6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6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6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6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6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6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7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7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7
  • ⓒ안순분 Ann Soon Boon
    feeling 나의 페르소나 41_51 pigment print 2017

나의 페르소나


안순분

찻잔에 담긴 맑은 빛을 바라본다.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자신의 빛깔과 향기를 오롯이 드러낸다. 햇살 받고 자란 온전한 생이다. 투명한 차를 마시며 생각한다. 무언가 하고 싶어 마음 뜨겁던 시절, 어떤 이끌림에 들어선 사진의 길, 셔터 누르는 소리에 행복했다. 분신 같은 사진이 한 장 한 장 모아질 때마다 기뻤고 그 목록으로 삶은 풍요로웠다.
어느 날 소리 없이 찾아온 병마,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이었다. 시시각각 조여 오는 손아귀는 내 목덜미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발버둥 치며 떨쳐보려 해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접어야 했고 내 삶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떠나야 하나.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떠나야 하나. 수없는 물음에 확실한 답이 없었다. 병원 검사에 지치고 약에 절은 시간, 눈물은 쉼 없이 흘러내렸다. 절망의 수렁에서 바라본 세상은 더욱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투병생활 3년, 삶의 의욕을 잃고 맥없이 하늘을 바라볼 때 내게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가 있었다.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였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몸은 자유롭지 못한데 무엇을 하란 말인가. 매일 시들어가는 일 뿐인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순간, 거의 20년 동안 나와 함께 했던 사진이 생각났다. 저장되어 있는 파일과 쌓인 전시액자를 보며 회갑 때 개인전을 하고 싶었던 계획이었다. 축하의 마음으로 밀어주겠다는 딸의 약속이 생각났다.
카메라를 손에 들었다. 카메라 기능의 휴대폰은 내 손을 떠나지 않았다. 삶은 비록 고통일지라도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생각했다. 그때 교수님을 만나 수업을 듣고 구본창 사진작가의 책을 선정해 주어 보면서 나도 모르게 기쁨이 솟았다. 삶은, 그런 열정을 가져 보지 못한 나를 돌아보게 했다.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이제 감추었던 아픔을 드러낸다. 혼자 눈물 흘리며 절망의 구렁텅이를 헤맸던 고통의 기록을 내 놓는다. 어느 날 소리 없이 다가온 너를 보며 아무리 떨쳐보려 몸부림쳐도 막무가내로 다가온 너에게 더불어 살자고 다독거려본다. 사진으로 살아나는 나의 페르소나 나는 너를 계속 사진으로 찍어간다 너 가 있어 감사하구 행복을 알 수 있게 해준 너에게 더 많이 사랑하며 함께 가보자고 오늘도 다짐 해본다.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한 작업, 부끄럽고 숨고 싶다. 허나 까르르 웃는 손자와 딸의 격려가 있기에 용기를 낸다. 말없이 약을 챙겨 주는 남편의 사랑에 힘입어 삶은 도전이라기에 힘을 내본다. 많은 것을 잃었어도 아직 잃지 않은 것이 있기에 상실감을 떨쳐 내고 다시 일어선다.
제 몸을 풀어 맑은 빛을 내는 찻물을 본다. 깊고 순한 맛이 되기 위해 몇 번이나 덖는 아픔을 겪었다. 삶도 차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이 각자 안고 있는 아픔들은 그를 살게 하는 힘이 아닐까. 더욱 맑고 투명하게 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내면의 나를 바라본다. 주어지는 날까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은 꽃 한 송이 피었다. 곁에서 응원하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사진을 촬영한다. 아직 병마는 떠나지 않았지만 희망을 갖고 꿈을 꾼다. 가슴에 담긴 소망에 날갯짓을 해 본다.

안순분의 persona.


인간에게 삶과 죽음은 항상 대비되면서도 필연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하나를 떼고서는 다른 하나를 생각할 수 없다. 즉 죽음을 전제해야만 삶은 그 가치가 빛나고 삶을 전제해야만 죽음은 더욱 비장해진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던 사람들은 아파지거나 사고를 당해서 죽음을 직면하게 되면 자신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느끼게 된다. 행복하고 자신만만한 삶을 누리던 안순분에게도 어느 날 아픔이 찾아오면서 죽음이라는 공포가 몰려왔다. 퉁퉁하게 부은 다리를 보면서 그녀는 행복은 이제 끝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때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자신의 분신이라 생각했던 사진이었다. 그녀는 몸은 아프지만 사진을 통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몸이 말을 잘 듣지 않기에 그녀가 사용한 기기는 가볍고 쓰기 편한 스마트폰 카메라였다. 병상에서나 치료 중이거나 이동 중에 어디서든 스마트폰 카메라는 그녀의 아픈 다리를 보듬어 주었다. 이렇게 사진으로 포착된 그녀의 다리는 흉하고 아픈 것에서 아름다우면서 상징적인 예술품으로 승화된다. 그녀의 아픔과 불행과 죽음의 공포는 사진을 통해 구원과 행복과 부활의 환희로운 모습으로 변화된 것이다. 아픈 모습과 사진의 결합은 그녀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되었다. 내재하던 아픔이 사진을 통해 밖으로 드러날 때 그녀의 분신으로써의 또 다른 페르소나가 된 것이다. 이것은 아프기 전의 안순분의 평온한 페르소나가 아니다.

페르소나(persona)의 원래 뜻은 고대 그리스 연극 무대에서 배우들이 배역을 위해 썼던 가면(마스크)을 지칭하나, 오늘날에는 배우가 연기 생활을 하면서 맡았던 여러 배역의 인격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생활의 요소를 가지고 개발한 자아상(自我像)을 말한다. 이를 분신이라고도 하는데 인간은 다중적인 자아상 즉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인간에게 있어서 페르소나는 그 밑에 본인을 숨겨두는 1차적인 가면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인간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회활동을 하면서 2차적 가면으로써의 페르소나가 형성된다. 이 2차적인 가면은 원래의 페르소나를 재생산, 재형성하고 그 과정에서 그것을 변형시키는 등 그전에 있었던 모든 페르소나를 덮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다중적인 페르소나는 형성된다.

이런 관점에서 안순분의 “나의 페르소나”는 2차적인 가면 또는 분신으로써의 페르소나이다. 아픔이 있기 전의 안순분의 분신이었던 사진은 아름답고 평온한 장면들을 담으면서 1차적 가면으로써의 페르소나를 보였다. 하지만 아픈 이후의 “나의 페르소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과거의 1차적 페르소나에서는 볼 수 없는 현재의 복합적인 페르소나로 발전하였다. 마치 배우가 다양한 배역으로 자신의 페르소나를 만들어 가듯이 그녀 또한 사진을 통해 다양한 자아상(自我像)을 보여준다. 아프지 않았다면 이러한 2차적인 페르소나는 안순분이 결코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행은 곧 행복이라는 모순된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안순분의 페르소나로써의 사진들은 그녀의 사진적 능력을 잘 보여준다. 우선 스마트 폰을 이용해서 고급 카메라의 효과를 낼뿐만 아니라 구도나 빛을 이용해서 사진적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그녀의 눈매는 무척 예민하고 빈틈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사진들은 아픈 다리의 모습이 아니라 비구상적 질감과 구성의 표현을 통해 현대적 아름다움으로 변환시켰다는 점에서 관객의 감동을 자아낸다. 또한 “나의 페르소나”는 단순한 다리의 모습이 아니라 잘 가공된 가죽의 아름다운 질감에서부터, 육감적인 사랑이야기, 여성기의 모습, 희망의 노래를 거쳐, 코믹한 의인화까지 자신의 다양한 인생사와 감정을 잘 구성하여 사진 연극으로 만든 것이다.

일예로 발가락의 그림자가 하트 모양을 하도록 함으로써 사랑에 대한 위트 넘치는 은유를 보여준다. 또한 자신의 아픈 발을 남편의 발 위에 마주 접하게 찍음으로써 남편이 지극한 사랑으로 그녀를 돌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이야기한다. 게다가 자신의 발을 포개서 여성기로 보이게 하거나 다리를 교묘하게 겹쳐서 마치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표현에서 그녀의 사진적 변형 (transformation)은 기호학적 상징을 내포한다. 이것은 죽음의 공포에 대한 유쾌한 도발이며 삶에 대한 에로스적 욕망을 나타낸다. 이러한 다양한 상징과 표현은 다른 작품에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녀는 훌륭한 사진가이면서 이야기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전시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사진을 선보인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아픔을 과감하게 들어냈기에 가능하게 되었다. 자신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어 낼 때 그것이 세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독창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으로써 숨기고 싶은 자신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고 예술로 만들어내는 그녀의 용기와 지혜에 찬사를 보낸다. 이것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고 삶의 원동력을 얻는 나르시시즘이다. 그녀는 아파하는 자신의 다리를 다양하게 사진 이야기로 재창조하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더욱 사랑하게 되고 삶에 대한 새로운 욕구를 찾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녀의 몸과 마음이 치료(photo therapy)되는 또 다른 효과를 보게 되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게 되었다. 이제 안순분은 “나의 페르소나”를 통해 스스로 구원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그녀에게 다음의 성경구절을 읽어주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렇게 시험을 통과하면, 그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

글 박순기 사진학 박사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