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2016.05.18 16:33

한성필 Han Sungpil

조회 수 508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전시제목 INNOCENCE
전시기간 2016. 5. 19 ~ 11. 20
전시장소 연강 갤러리 Yeongang Gallery, 연천(Yengcheon)
오프닝 2016. 5. 19, PM 2:00~5:00
갤러리 주소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243번지
작가 홈페이지 http://www.hansungpil.com
기타 주관 : 더공감(the GONG GAM)
국경(National Border)’은 ‘국가 간 영토나 공해를 가르는 실제적이고 가상적인 경계선’이다. 국경의 개념이 단단히 고정되기 시작된 것은 근대 주권국가가 성립되면서부터이며, 대략 17~18 세기에 이르러 자연의 지리적 경계를 기준으로 한 현재의 국경선이 설정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국경은 산맥, 하천, 호수 등의 자연적 지형뿐만 아니라 지구의 경도, 위도 등의 인위적인 것을 기준으로 정해지며, 이념, 권력, 전쟁과 같은 인간의 힘에 의해 임의적으로 구획되기도 한다. 때로는 인접 국가 간, 혹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사국과 관계없이 과거에 패권을 가지고 있었던 국가 간의조약 체결을 통해 설정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알제리, 니제르, 나이지리아, 기니비사우를 포함한 18개국과 옛 스페인령사하라 (서부 사하라)가 식민지 분할 정책에 따라 과거 패권국에 의해 직선 형태의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국경이 설정되었음을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의 경우도 과거 강대국 간의 이념적 갈등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경계인 휴전선이 남과 북을 갈라놓고 있으며, 그 경계선상에 놓인 지역들은 첨예한 대립의 현장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연천은 과거 6.25전쟁 때격전지였던 북한 땅을 직접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다수의 전망대를 가지고 있으며 대남방송과 대북방송이 공존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지뢰 사건과 북측의 폭탄 투하와 같은 뉴스는 경계지역에 대한 불안함이 여전히 건재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며 연천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고착시키고있다. 본인은 과거 ‘Polar Heir’ 작업을 진행하면서 상상 속으로 고정되었던 극지방에 대한 이미지와 두 눈앞에 놓은 실제 사이에서 큰 괴리를 경험했다.선험적 지식에 맡겼던 극지방에 대한 판타지적 상상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여지없이 무너졌고, 결과적으로 극지방이 가진 무구한 시간적 숭고, 그리고석탄 광산과 포경 산업의 인위적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북단 연천이라는 지역에 방문하기에앞서 이미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떨치지 못하고 특수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연천의 비경들과 지질학적 아름다움의발견은 또 한 번 본인의 고정관념의 속성을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 경험이었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 ‘종의 기원’에서서술했던 갈라파고스의 장소적 진화론이 증명하듯 고립은 새로운 차원의발전을 이루어 낸다. 어쩌면 연천에서 찾은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은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이라는 잠재적 위험 속에 숨겨진 비경 일 것이다. 연천의 비경을 보여주는 적벽과 주상절리는 지질학적으로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기 전인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에 걸쳐 형성된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이다. 이념이 만들어낸 분단을 기준으로 봤을 때 북한의 오리산에서 분출했던 몇 천만 년 전의 용암은 오늘날 이 지역에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시간이 만들어 놓은 장엄한 숭고적 풍광은 극지만의 이야기는아닐 것이다. 지구가 수억 년 동안 결정한 비현실적 시간의 증거는 이렇듯가까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고려 시대 낙향하여 은거하던 길재(吉再)는 백의의 몸으로 옛 고려 도읍송도를 찾아와 ‘회고가’라는 시조를 통해 자신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오백 년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이념이 만들어 놓은 공간 속에는 그것을 초월하는 자연적 숭고함이 존재한다. 자연(自然)이라는 한자어는 ‘스스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연천의 용암지대는 과거 남과 북의 경계와 이념의 이전, 나아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의 -상상 속의- 시간은 지질학적 발현으로우리에게 실증한다. 이곳에서 간간이 들리는 사격장의 총소리는 비현실적 공간을 다시 현실의시간으로 돌려놓는 타임머신과 같다. 어즈버, 태평연월의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바램과 함께…. 한성필
  • ⓒ한성필 Han Sungpil
    Before Sunrise, 2016 122x195cm
  • ⓒ한성필 Han Sungpil
    Confrotational Calmness, 2016, 122x191cm
  • ⓒ한성필 Han Sungpil
    Face 1 178x300cm
  • ⓒ한성필 Han Sungpil
    Observation Print 150x230cm
  • ⓒ한성필 Han Sungpil
    Open Sky 150 x 215cm
  • ⓒ한성필 Han Sungpil
    Sea of Cloud 2 80x120cm
  • ⓒ한성필 Han Sungpil
    Starry, Starry Night, 2016, 100x150cm
  • ⓒ한성필 Han Sungpil
    The North Star 150 x 230cm
  • ⓒ한성필 Han Sungpil
    Unknown 1 125cm x 185cm
  • ⓒ한성필 Han Sungpil
    UnknownⅡ125cm x 185cm
  • ⓒ한성필 Han Sungpil
    연천 민통선내 연강 갤러리 파사드 우측
  • ⓒ한성필 Han Sungpil
    연천 민통선내 연강 갤러리 파사드 정면
  • ⓒ한성필 Han Sungpil
    연천 민통선내 연강 갤러리 파사드 좌측
  • ⓒ한성필 Han Sungpil
    연천 민통선내 연강 갤러리 파사드 후면
2016년 5월,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민통선 내부에 위치한 구)안보전시관이 문화예술 전시공간인 [연강 갤러리]로 새롭게 태어난다. 연천군중면은 작년 8월 북한에서 기습 폭격이 있었던 긴장의 파고가 높은 지역이다. 또한 연강갤러리에서 2.3km에는 북한땅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태풍전망대가 위치하고 있는 곳으로 [연강 갤러리]는 휴전 이후 민통선 내에 건립되는 최초의 예술공간이라는 의의와 함께, 접경지역이라는 지정학적 조건 아래 온전히 보존된 연천의 생태와 동시대의 문화예술이 만나는 복합공간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새롭게 태어나는 연강 갤러리는 한성필 작가의개인전 [INNOCENCE]로 그 문을 연다. 도시와 자연이 환경과 조건,그리고 이념에 따라 변화하는 ‘사이 혹은 지점’에 대한 기록을 사진과영상, 설치를 통해 다양하게 선보여 온 한성필 작가는 한반도 절단선의경계이자 대한민국의 최북단, 연천군이 간직한 천혜의 자연을 기록했고,그이미지들에 담긴 함의들은 대형 사진 작업 11점과 영상작업의 형태로소개될 예정이다. 연천군의 사회정치적 맥락을 소거한 한성필의 사진들은 인공의 흔적 없이 물, 바람, 구름, 그리고 땅이 오랜 시간 만든 연천의 정수를 담고 있다. 이는 남북전쟁이 발발한 1950년 이후 동시대인들에게 고착된 연천에 대한 피상적인 판단, 즉 전쟁의 상처와 군사적 이미지가 지배적인 지역에 대한 재고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작가는 인간의 무장 개입으로 인해 군사경계로 묶여버린 연천군의 지난 60여 년보다는 연천의 생태계가 기억하고 결정(結晶)한 유구한 자연의 시간을 환기시켜 현재 한반도를 분절시키는 인위적 경계에 대한 무의미함을 제시한다.

또한 연천군의 새로운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특별 제작한 한성필 작가 의 대형 파사드 작업과 680여 개의 문을 이용해 제작된 조상기+한성필의 협업 작품 “평화의 문” 역시 연강 갤러리의 개관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연강이란 연천군 지역을 흐르는 임진강의 별칭이다.
연천의 연(連)자는 ‘물결이 일다’라는 정취 있는 뜻으로, 이는 아름다운 물의 고장 연천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상징이다.
국경(National Border)’은 ‘국가 간 영토나 공해를 가르는 실제적이고 가상적인 경계선’이다. 국경의 개념이 단단히 고정되기 시작된 것은 근대 주권국가가 성립되면서부터이며, 대략 17~18 세기에 이르러 자연의 지리적 경계를 기준으로 한 현재의 국경선이 설정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국경은 산맥, 하천, 호수 등의 자연적 지형뿐만 아니라 지구의 경도, 위도 등의 인위적인 것을 기준으로 정해지며, 이념, 권력, 전쟁과 같은 인간의 힘에 의해 임의적으로 구획되기도 한다. 때로는 인접 국가 간, 혹은 아이러니하게도 당사국과 관계없이 과거에 패권을 가지고 있었던 국가 간의조약 체결을 통해 설정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알제리, 니제르, 나이지리아, 기니비사우를 포함한 18개국과 옛 스페인령사하라 (서부 사하라)가 식민지 분할 정책에 따라 과거 패권국에 의해 직선 형태의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국경이 설정되었음을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의 경우도 과거 강대국 간의 이념적 갈등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경계인 휴전선이 남과 북을 갈라놓고 있으며, 그 경계선상에 놓인 지역들은 첨예한 대립의 현장으로 인식되었다. 특히 연천은 과거 6.25전쟁 때격전지였던 북한 땅을 직접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다수의 전망대를 가지고 있으며 대남방송과 대북방송이 공존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지뢰 사건과 북측의 폭탄 투하와 같은 뉴스는 경계지역에 대한 불안함이 여전히 건재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며 연천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고착시키고있다.

본인은 과거 ‘Polar Heir’ 작업을 진행하면서 상상 속으로 고정되었던 극지방에 대한 이미지와 두 눈앞에 놓은 실제 사이에서 큰 괴리를 경험했다.선험적 지식에 맡겼던 극지방에 대한 판타지적 상상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여지없이 무너졌고, 결과적으로 극지방이 가진 무구한 시간적 숭고, 그리고석탄 광산과 포경 산업의 인위적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최북단 연천이라는 지역에 방문하기에앞서 이미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떨치지 못하고 특수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연천의 비경들과 지질학적 아름다움의발견은 또 한 번 본인의 고정관념의 속성을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 경험이었다.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 ‘종의 기원’에서서술했던 갈라파고스의 장소적 진화론이 증명하듯 고립은 새로운 차원의발전을 이루어 낸다. 어쩌면 연천에서 찾은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모습은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이라는 잠재적 위험 속에 숨겨진 비경 일 것이다. 연천의 비경을 보여주는 적벽과 주상절리는 지질학적으로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기 전인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에 걸쳐 형성된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이다. 이념이 만들어낸 분단을 기준으로 봤을 때 북한의 오리산에서 분출했던 몇 천만 년 전의 용암은 오늘날 이 지역에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 놓았다. 시간이 만들어 놓은 장엄한 숭고적 풍광은 극지만의 이야기는아닐 것이다. 지구가 수억 년 동안 결정한 비현실적 시간의 증거는 이렇듯가까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고려 시대 낙향하여 은거하던 길재(吉再)는 백의의 몸으로 옛 고려 도읍송도를 찾아와 ‘회고가’라는 시조를 통해 자신의 감회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오백 년 도읍지(都邑地)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太平烟月)이 꿈이런가 하노라.

이념이 만들어 놓은 공간 속에는 그것을 초월하는 자연적 숭고함이 존재한다. 자연(自然)이라는 한자어는 ‘스스로 존재한다’는 의미이다.연천의 용암지대는 과거 남과 북의 경계와 이념의 이전, 나아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의 -상상 속의- 시간은 지질학적 발현으로우리에게 실증한다.
이곳에서 간간이 들리는 사격장의 총소리는 비현실적 공간을 다시 현실의시간으로 돌려놓는 타임머신과 같다.

어즈버, 태평연월의 꿈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바램과 함께….

한성필
INNOCENCE

전시회에 붙인 INNOCENCE라는 제목은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의천진난만함을 가리킬 게다. 연천 지역이 한반도의 ‘갈라파고스’가 된 것은사실 지리학적 이유보다는 지정학적 이유에서였다. 연천의 대부분의 지역은 아직도 군사적 이유에서 자유로운 출입을 제한 받는다. 그 덕분에 이지역은 종의 다양성을 자랑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남을 수 있었다. 무력을사용해서라도 상대의 영토를 점령하려는 두 근대 국가의 어리석은 욕망이역설적으로 이 지역을 ‘탈(脫)영토화’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 이 지역은 엄연히 대한민국 영토다. 하지만 남북의 군사적긴장으로 인해 남측도 이 지역에 영토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안타까운 일이긴 하나, 그 덕에 자연은 무차별한 개발의 광풍에서 비껴갈수 있었다. 인간들이 제 스스로 내린 형벌 속에도 신은 몰래 축복을 심어놓은 셈이다. 가끔 인근의 훈련장에서 총기사격의 소음이 들리고, 북의 고사총 사격과 남의 대응사격이 정적을 깨뜨리기도 하나, 작품 속의 안개처럼 이곳의 풍경을 뒤덮은 무거운 침묵은 인간이 만든 모든 소음을 삼켜버릴 정도로 압도적이다.

어디엔가 현대예술은 복제미학과 숭고미학이라는 상반된 얼굴을 사진 야누스 같은 존재라 쓴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한성필의 작업에서는 이 두 개의 미학이 모두 나타난다. Façade 시리즈로 시작되는 일련의 작업이 ‘복제의미학’을 구현했다면, Polar Heir 이후에 그의 관심은 숭고의 미학으로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그는 극지방을 여행하며 얼음 속에 응고된 태고의 시간을 표현함으로써 오래 전에 사라진 낭만적 숭고의 감정을 현대의맥락 속에서 새로이 부활시킨 바 있다.

연천을 무대로 한 INNOCENCE 작업은 지자체로부터 위촉을 받은 것으로, 원래 작가 자신의 작업계획에는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앞의 작업이 Polar Heir 였다는 것은 작가에게는 행복한 우연이라할 수 있으리라. 극지대의 얼음 층이 아득한 태고의 시간을 품고 있듯이,연천의 지층 역시 그 못지않게 아득한 태고의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 마치변주곡에서 주제가 변형되어 반복되듯이 극지방을 무대로 했던 Polar Heir의 주제가 이곳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지질학적 버전으로 변주된다.

연천 지역은 북한에 있는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한탄강 일대로 흘러내려 이루어진 화산지형이다. 화산지형이라 하면 백두산·한라산을 떠올리느라한반도 허리를 잊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오리산 분출은 증기와 가스가폭발하는 중심분출이 아니라 지표의 갈라진 틈으로 점성의 마그마가 새어나오는 열하분출(裂罅噴出)이었다. 열하분출은 백두산·한라산과 같은 높은산 대신에 흘러내린 용암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펼쳐지는 너른 평원을 남긴다. 이 지역이 화산지형이라는 사실을 쉽게 잊는 것은 그 때문이다.

화산지형이기에 그 평원에서는 재인폭포의 주상절리, 은대리의 판상절리,용암 아래 깔린 둥근 자갈로 이루어진 백의리층 등 다른 지역에서는 볼수 없는 독특한 지형이 발견된다. 심지어 주상절리의 모습조차 제주도의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제주도의 주상절리가 기하학적이라면, 이곳의 주상절리는 수많은 일탈을 허용하며 훨씬 더 불규칙한 모습을 하고 있다. 화산지형 자체가 흔한 것이 아닌데다가, 화산지형 중에서도 열하분출로 인한독특한 지형을 가진 곳이기에, 가히 ‘지질학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하다.

작가가 연천에서 주목하는 것은 지형의 ‘조형미’가 아니라, 그것의 ‘숭고함’이다. 미가 적절한 크기를 전제한다면, 숭고의 효과는 인간의 척도를 시간적·공간적으로 압도하는 데에서 나온다. 사진에 담긴 지형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기대한다면, 그곳에서 수없이 촬영되었을 다른 수많은 다른 사진들로 이미 족할 것이다. 그의 사진이 표현하는 것은 그 지형 속에 저장된억겁의 시간이 주는 느낌이다. 그 세월에 비하면 인간의 업적은 한 순간의에피소드에 불과하다. 태봉의 도읍지를 세월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집어삼켰다.

UnknownⅠ의 떨어지다 얼어붙은 폭포의 물줄기는 주상절리 속에 응고된 시간과 교감을 나누는 듯하다. 얼어붙은 물줄기는 자연스레 극지방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한편, 건물 전체를 사진으로 둘러싼 것은Façade 프로젝트의 연장이라 할 수 있다. 이 복제 미학의 귀환은 숭고의 표현에 필요한 규모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낭만주의 화가들은 작은 화폭에 숭고를 담기 위해 콘트라스트를 활용했다. 즉 인간을작게 그림으로써 자연을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문제는 이제 대형출력의 기술로 해결된다.

지질학의 보고라 불리는 곳이기에, 이곳에는 카메라를 들이대면 그대로 작품이 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조형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주상절리만 하더라도, 그 자체가 자연이 창조한 입체주의 혹은 미래주의 조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난 조형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외려이런 곳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소재의 시각적 매력이 작가의 작업 자체를 집어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 역시 지형의조형적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내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철학자 칸트는 ‘숭고’를 역학적 숭고와 수학적 숭고의 두 종류로 구분한바 있다. ‘역학적 숭고’란 미력한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거대한 힘을, ‘수학적 숭고’란 미소한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거대한 크기를 가리킨다. 그가 ‘역학적 숭고’의 예로 든 것은 대홍수, 대지진, 대분화와 같은 자연의 재난이었다. 연천의 풍경을 이루는 것은 바로 그 역학적 숭고의 순간의 지질학적 기억이다. 한성필의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대지에 기록된 그 숭고함의 기억이다. 숭고함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예나 지금이나변함이 없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우리는 유한하나 자연은 무한하다는 사실의 기억이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
한성필 Han Sungpil

한성필은 1972 년 서울 생으로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런던 킹스턴 대학교와 런던 디자인 미술관의 큐레이팅 컨템포러리 디자인 (Curating Contemporary Design) 석사를 취득하였다. 다양한 여행과 강독을 통해 실천하는 통찰은 그의 카메라들을 작동시키고, 촬영과 촬영 후 작업들에 의한 최종 결과는 감상자에게 일상적인 이미지를 넘어 대상-재현-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화두를 던진다. 개념적이고 사유적인 그의 통합적 작업은 내밀한 감성과 유머, 더 나가 숭고의 미까지 함축하고 있는 다면적인 구조를 지닌다.

그의 널리 알려진 작업 가운데 “파사드 프로젝트(Façade Project)”는 ‘실재와 가상’, ‘원본과 복제’, ‘역사와 환경’과 같은 첨예하고 근원적인 주제들을 사진, 영상, 설치 등의 작업을 통해 매혹적인 정태적, 동태적, 그리고 입체적 재현으로 풀어나간 것이다.

또한 2015년, 서울 아라리오 갤러리 개인전 “지극의 상속 (Polar Heir)”에서는 ‘북극, 남극 프로젝트’에서 발견한 오랜 시간의 층위를 통해 보여지는 대자연의 장엄함, 또한 그 이면에 숨어있는 역사와 현실의 흔적과 간극에 대하여 사진과 영상 작업들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였다. 이 극지 작업에서 작가는 경제적, 산업적 기치를 위해 과거 북극과 남극에서 벌어졌던 고래잡이,광산개발, 극점 정복의 기억과 흔적을 객관적이고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나갔는데, 이는 혹독하게대자연의 힘과 맞서며 도전과 투쟁, 심지어는 숭고한 희생까지 감내했던 우리 과거의 노력들이현재의 생태, 그 환경 문제들과 첨예한 대립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고, 우리가 그 동안놓쳐왔던 대자연의 장엄함의 이면에 있는 역사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을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일 예정인 Innocence에서는 작년 “지극의 상속 (Polar Heir)”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개념을 폭넓게 아우르며 과거 강대국 간의 이념적 갈등으로 만들어진 첨예한 대립의 현장인 연천 곳곳을 다니며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이라는 잠재적 위험 속에 숨겨진 비경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념을 넘어선 시간적 숭고적 관점의 연장선에서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는 2015년 쿠바 아바나 비엔날레에서 미수교국인 쿠바 하바나 시내 한가운데 28m x 33m의 대형 감은사지 석탑의 이미지를 설치함으로써 쿠바의 관객들은 일상이 ‘남미의 환상문학’의 전통이 시각적으로 계보를 이어가는 듯한 초현실로 바꿈으로써 신비함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우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동시에 쿠바의 미래에 통일과 안정, 평화적인 조화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국회도서관, 서울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휴스턴 현대 미술관, 미국 뉴 멕시코 미술관, 상해 현대 미술관, 동경사진미술관, 아르헨티나 국립 미술관, 러시아 푸쉬킨 미술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주한 미국대사관 관저, 주한 프랑스 대사관 관저 등과 같은 세계 주요 미술관과 미술 행사 등에서 두루 소장 및 전시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오고 있다. 또한 그의 대표작인 파사드 설치 프로젝트는 남한산성, 창경궁, 공간 사옥 등의 유수 문화재와 주요 문화예술 시설 등에서 시행되었으며, 한국 중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도 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