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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빈 방
전시기간 2016. 3. 28 ~ 4. 9
전시장소 갤러리 SPACE22 ,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번지 미진프라자빌딩 22층 02) 3469-0822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space22.co.kr
관람시간 월~토 11:00~19:00 | 공휴일 휴관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전시공간을 지원하고자 기획한 [SPACE22 포트폴리오 OPEN CALL 2016 ]공모전에 ‘정희정’, ‘조현택’ 두 작가가 선정되어 3월과 4월에 각각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 전시로, 조현택 작가의 [빈 방]을 개최합니다. 조현택작가는 사진을 전공한 후 현재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작업을 개진해 나가고 있는 젊은 작가입니다. 2009년에 ‘대안공간 풀’에서 열린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작가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전시였고, 2012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며 인상 깊은 작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전라남도 나주와 광주 일대의 빈 집들을 촬영한 이번 작품들은 방 자체를 거대한 ‘카메라 옵스큐라’ 장치로 만들어, 빈 방의 벽면에 맺힌 바깥의 풍경을 보여줌과 동시에 방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이 마당의 풍경과 함께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지는 [빈 방]은 사진의 본질에 깊게 천착하면서도 동시대의 사회적 풍경을 밀도 높고 견고하게 보여줍니다.
  • ⓒ조현택 Hyuntaek Cho
  • ⓒ조현택 Hyuntaek Cho
    0번방-나주시 금계동 57_80×120cm_inkjet print_2015
  • ⓒ조현택 Hyuntaek Cho
    3번방-나주시 중앙동 114-2_80×120cm_inkjet print_2015
  • ⓒ조현택 Hyuntaek Cho
    22번방-나주시 대호동 309-2_80×120cm_inkjet print_2015
  • ⓒ조현택 Hyuntaek Cho
    41번방-함평군 월야면 백야리 589-1_80×120cm_inkjet print_2015
  • ⓒ조현택 Hyuntaek Cho
    55번방-광주시 광산구 덕림동 699-7_80×120cm_inkjet print_2015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전시공간을 지원하고자 기획한 [SPACE22 포트폴리오 OPEN CALL 2016 ]공모전에 ‘정희정’, ‘조현택’ 두 작가가 선정되어 3월과 4월에 각각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 전시로, 조현택 작가의 [빈 방]을 개최합니다. 조현택작가는 사진을 전공한 후 현재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맹렬하게 작업을 개진해 나가고 있는 젊은 작가입니다. 2009년에 ‘대안공간 풀’에서 열린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는 작가로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전시였고, 2012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며 인상 깊은 작품을 선보이게 됩니다.

전라남도 나주와 광주 일대의 빈 집들을 촬영한 이번 작품들은 방 자체를 거대한 ‘카메라 옵스큐라’ 장치로 만들어, 빈 방의 벽면에 맺힌 바깥의 풍경을 보여줌과 동시에 방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이 마당의 풍경과 함께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게 펼쳐지는 [빈 방]은 사진의 본질에 깊게 천착하면서도 동시대의 사회적 풍경을 밀도 높고 견고하게 보여줍니다.
흰나비의 방, 조현택의 카메라 옵스큐라

글 : 최연하 (전시기획자, 사진비평가)

조현택의 [빈 방]연작은 대립적인 두 세계의 상관관계 혹은 갈등관계를 사진의 본질을 따라가며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두운 방과 밝은 마당, 닫힌 세계와 열린 세계, 옵스큐라(obscura)와 루시다(lucida), 정지와 흐름, 그리고 사라짐과 살아있음 등이 그 대립적인 두 가지 세계다. 어머니의 부재를 심각하게 앓던 작가는 작업을 재개할 수 없을 정도로 당장의 현실적 계기를 찾기가 무망한 지경에 놓이게 된다. 그러다 마치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삶을 놓아버린 롤랑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La chambre claire)』(1980)를 집필하며 죽은 어머니를 초혼(招魂)하듯, 조현택은 [빈 방]연작을 통해 드디어 어머니와 조우하게 된다. 사진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게 된 것이다. [빈 방]을 찍은 이 사진들은 떠난 사람들의 부재를 전제로 향수와 그리움을 일으키며 사진의 고유성을 각인시키는데, 볼수록 쓸쓸하고 아름답다.

“뭔가가 있긴 있을 건데, 어두운 공간에 집중을 하는 거야. (…) 깜깜한 빈 방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 집에 살았던 귀신이나 어떤 것이 있지 않을까. 벽을 사이에 두고 바깥은 지나가는 시간 그리고 살아있는 시간들이고 방안은 죽어 있는 시간처럼 멈춰버린 모습들 같은 것 말이야.(…)” 작가는 작업의 전 과정들을 상세하게 기록 했는데, 빈 방을 처음 발견하고 카메라 옵스큐라의 형식을 찾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조리개의 수치를 달리하거나 다중촬영을 통해 노출을 보강하는 등 원시의 사진가들처럼 이미지를 찾아가는 작가의 도정은 설렘과 탐구심,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포토그라피photography’라는 이름이 있기 전에, 사진발명가들의 이 ‘떠도는 이미지’를 향한 열망들처럼 말이다. 사진 발명의 초석을 다진 니엡스는 사진을 향한 자신의 욕망을 “자연 경관을 복사하는 것” 또는 “충실한 자연의 형상”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발명가인 다게르는 조금 더 모호하게, “카메라 옵스큐라에 의해 반사된 자연의 영상을 자동 복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자연의 효과”, “자연의 완전한 형상”, “자연의 인상”이라 규정하기도 한다. 영국의 탈보트는 “자연 화학의 무한한 힘”에 의해 “영향 받고”, “흔적이 남겨진”, “그림”이자 “소묘”라고 말하며 “자연의 형상을 그대로 복사해 인쇄할 수 있도록 종이 위에 정착시킬 방법”을 떠올리게 된다. 세 사람 모두 이 유령 같은 이미지를 ‘정착fixing’시키는 것이 화두였는데, 이는 카메라 옵스큐라 안에서 이미지를 찾아가는 조현택의 유랑에도 닿아있다. ‘뭔가가 있을 것 같은’, 이 ‘꿈’같은 이미지를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까.

조현택의 [빈 방] 연작은 단순히 두 세 개의 레이어를 겹쳐 하나의 이미지를 만든 것이 아니라, 거대한 카메라 옵스큐라 안에 형성된 이미지를 고정시킨 것이다. 라틴어로 카메라(camera)는 ‘방’을 뜻하고, 옵스큐라(obscura)는 ‘어둡다’라는 의미이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어두운 방에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광선이 외부의 풍경을 거꾸로 비추는 것으로, 핀홀(pin-hole)카메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는 사람보다 더 큰 형태여서 사람이 카메라 옵스큐라의 ‘문을 열고’ 들어가 벽면에 비친 이미지를 그렸다고 한다. 조현택은 바로 카메라의 시원(始原)으로 돌아가 어두운 방에 맺힌 바깥풍경을 ‘다시’ 찍었다. 즉, 카메라 옵스큐라 안의 또 다른 카메라가 놓인, 두 개의 카메라, 두 개의 세계가 만든 하나의 이미지인 것이다. 특이한 점은, 조현택의 사진에서 열렸다 닫히는 카메라의 셔터 속으로, 안과 밖, 어둠과 밝음, 죽음과 삶, 꿈과 깨어있음이 합치된다는 것이다. 셔터가 닫히자마자 곧장 과거로 화석화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는 시간에 잊혀 진 기억과 사라진 사람들이 들어와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하는 마술의 시간이 다시 열리는 것이다. “결국 내가 잡고 싶었던 것은 빈방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세상과 바깥의 내가 사는 세상의 조우 아니었을까. 그 조우의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옵스큐라였고 어두운 방안에서 내가 느꼈던 엄마였고, 편안함이었고, 끈질기게 부여잡고 싶었던 어떤 것이 아니었을까” 과거현재미래가 통째로 춤을 추며 사진이 제 스스로 꿈꾸기 시작하는 이 아름다운 시간은 캄캄한 적막의 텅 빈 방에서 비로소 흐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느 날 작가의 방으로 날아 온 흰나비의 날갯짓처럼 [빈 방]의 풍경은 곳곳에서 생생하다.

그리하여 [빈 방]의 사진 속에는 바깥세상의 온갖 ‘있음’들이 드나드는데, 봄여름가을겨울 그 빛들은 제각각이다. 봄에는 환한 연둣빛이 스며들고, 여름에는 청량한 푸른빛이 돌고, 가을에는 고동빛으로 물들다가, 겨울에는 맑고 차가운 빛이 오간다. 1996년에 멈춘 달력과 로마서의 한 구절과 불경의 글귀 위에도 그 빛들이 넘실거린다. 빛들은 남겨진 가재도구와 흐린 벽지와 구겨진 장판을 타고 흐르다가 흰나비처럼 하늘하늘 날라 가기도 한다. 유채꽃이 화사한 어느 봄날의 기억에서는 오랫동안 멈춰있기도 한다. 빈 방의 벽은 흐르는 시간과 빛들을 그림처럼 담아냈다. 빛나는 어원의 조합인 사진이라는 명칭처럼, 그 빛은 의미심장할 뿐이다. 그리스어의 두 어원이 결합한 ‘photo(빛)’과 ‘graphie(글쓰기, 소묘, 묘사)’는 한 단어 안에 두 개의 세계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즉, 포토-그라피(photo-graphy)는 자연nature과 문화culture, 저편과 이편의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 만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 사이’에 발생하는 실재를 주목해야하고 ‘- 사이’의 맥락을 따져야하며 왼쪽의 자연에서 오른쪽의 문화로 옮겨가는 생성의 지점들을 살펴야한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그 사이에 사진이라는 사건이 탄생하기에, 그 찰나에 무한 생성중인 ‘어떤 것’을 조현택은 붙잡아야 했다. 조현택 사진의 존재 방식을 바로 그 ‘- 사이’에서 찾을 수 있는 이유이다. 시간-풍경-공간을 한 이미지로 가능하게 만드는 실질적 주체인 그 ‘-사이’의 틈에서 발생하는 어떤 풍경들을 보게 하는 것. 어두운 방과 밝은 마당, 닫힌 세계와 열린 세계, 옵스큐라와 루시다, 정지와 흐름, 그리고 사라짐과 살아있음 등의 대립각이 무너지며 서로에 대해 이접하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나눠지는 어떤 운동을 조현택은 열망한 것이다.

바르트는 사진의 본질로, 한 때 그 사람/사물이 “거기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그 사람/사물이 거기에 분명히 있었기에 사진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현택의 [빈 방] 사진의 고유성이 획득되는 지점도 바로 (지금은 떠나고 없지만) 언젠가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지금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마당의 풍경을 끌어와 ‘함께’ 보여준다는데 있다. 자기 상처와 공생하며, 거기에 이르기까지 막막한 헤맴을 통해 자신의 사진세계를 좀더 넓은 지평 속에 확장하려는 조현택의 사진적 고투가 [빈 방]에 이르러 미적 거리를 얻어낸 것도,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지만, 상상력에 의한 열림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빈 방’을 담아낸 ‘어두운 방’이 결코 어둡지 않은 것은, 상실감의 내면화를 성숙시켜온 조현택 사진의 지속적 탐구가 선명한 자기표현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짓고 부수고, 짓고 부순다.
몇 년 전부터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으로 작업실 근처 대부분의 집들이 철거되었다.
많은 주민들이 보상을 받아 오래된 터전을 떠났고, 철거되어 사라지기 전까지 그 자리엔 폐허처럼 빈집들이 남았다. 이사를 간 건지 야반도주를 한 건지 모를 정도로 집안은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편안한 집, 이상한 요기가 느껴지면서 마치 누군가의 침범을 막는듯 한 집, 이사 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죽어가는 것처럼 쓸쓸하기도 했다. 집들이 보여주는 느낌은 제 각각이었고, 사람이 떠나 비어있는 집들에서 어느 순간 다양하고 묘한 유기체적인 지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집들을 찍어보고 싶었다.
집이 가진 근원적 에너지를 집이 놓여 있는 터전과 함께 보여주고 싶어서 비어있는 방안에 마당의 풍경을 들여와 마지막일지 모를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다. 빛을 차단한 어두운 빈 방을 “카메라 옵스큐라” 삼아 촬영을 하면서 마치 거대한 카메라 안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어둠 속에서 서서히 상이 선명하게 드러날 때면 필름을 현상하는 암실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유채꽃이 마당에 가득 피어있던 첫 번째 집을 촬영하던 날, 어머니께 아프시다는 전화가 왔다. 사흘 후 어머니께서는 큰 수술을 받으셨고, 보름 후에 돌아가셨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막내이면서 장남이었던 나는 사람들 앞에서 슬픔을 표현할 수 없었고 혼자 놓여 진 상황에서야 비로소 제발 귀신으로라도 내 앞에 한번만 나타나 주라고 엄마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20여 년 가까이 살았던 집을 떠나 도망치듯 낯선 도시로 이사를 했다. 돈 한 푼 모아둔 것 없이 집이라는 꿈도 못 꾸고 살던 내게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남긴 집이 생겼다. 어머니가 집이 되어 오셨다고 생각했다.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내 집이 생겼는데, 그 집에 살 수가 없었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작업실을 집 삼아 살아 온지 1년이 넘었다. 멀쩡한 집을 놔두고 아무래도 불편한 작업실에서 의식주를 해결한다는 것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사를 간 후에 집은 작업실보다 편치가 않았다.

연말쯤 나는 다시 카메라를 잡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작업실 근처는 이미 철거를 마치고 재건이 진행 중인 상태라 또 다른 새로운 빈집을 찾아 다녀야 했다. 그리고 노동처럼 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30집, 그 다음엔 50집, 마치 무슨 강박처럼 사진을 찍었다.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까지 걱정했을 아들, 사진가로 살고자 했던 자식이 열심히 사진을 찍는 모습이라도 보여주면 엄마가 칭찬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맘이 아니었을까? 이미 칭찬이나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엄마는 세상에 없는걸 아는데...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강박은 병처럼 습관화되어 어느덧 63번째 방까지 왔다. 작업을 하는 내내 알 수 없는 공허함의 정체를 사진을 찍어가다 보면 알 것 같았는데 63집을 넘어 찍으면서도 여전히 해결되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가슴 한편은 내내 공허했다.

빈집을 찾아다니기를 1년, 재개발이 되는 마을을 찾아가기를 수십 차례, 집 잃은 사람마냥 빈집을 찾아다니고 그 집의 여기저기를 관찰했다. 자연스럽게 그 집에 살았던 사람을 상상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는 중에 집에 살던 주인을 만나기도 했다.
묵은 살림을 버리고, 세간을 새로 장만하고,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을 법한데도 여전히 시간이 나면 떠나온 마을을 찾아와 살피게 된다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이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건 피사체에 감동하여 웃고 울고 토해내는 파편일수도 있지만, 무의식의 심연이 만들어낸 자기 결핍, 혹은 내면의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 안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이번 작업에서만큼은 나는 좀 더 객관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사진 찍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내 안의 것들을 선뜻 끄집어 낼 수 없었고, 세상에 대놓고 목 놓아 울어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그렇게 규정짓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처럼, 많이 나아진 것처럼, 가면을 쓰고 살아갈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 집에서 아버지와 할머니와 어머니를 잃었고, 그 사실은 견딜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되어 날 지독하게 옥죄었다. 가끔 나도 그 집 앞에서 기웃거리곤 한다.
집은 내게 무엇일까.
수없이 빈집을 찾아다니며 차츰 느껴지는 것은 나에게 집이란 꿈속에서라도 돌아가고 싶은, 그리고 보고 싶은 내 가족들이었나 보다.
어머니의 부재로 돌아갈 집이 내겐 없었고 빈집은 어머니의 또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남겨진 나의 모습이었다.
빈집이 주는 낯섦과 으스스함은 어머니께서 내 옆에서 날 지켜주고 계실거란 생각을 하게했고 어머니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 옆에 계신 것을 분명히 느낄수 있었다. 마치 사각의 방은 처음부터 풍경을 담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작업을 통해 나는 빈집에 남아있는 삶의 흔적들과 작은 구멍을 통해 빛으로 들어온 집 마당의 상(像)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현실과 환영의 경계가 불분명한 시각적 환타지를 사진에 아름답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1년여 시간에 걸쳐 작업을 하는 중에 대부분의 집들은 철거되어 이제는 사진 속에만 존재한다.
사진은 존재하는 것들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기록하는 순간 과거가 되어버린다.
이 작업을 통해 나는 존재하는 것들과 사라질 것들, 어느 순간 꿈처럼 사라지는 많은 것들에 대한 사색에 집중하고 있다.
조현택 Hyuntaek Cho

개인전
2009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대안공간 풀, 서울
2008 [Boys Be Ambitious], 스페이스 바바, 서울
2002 [내가 기억하는 것들], 예술의 거리 야외전시장, 광주

단체전
2015 [잠월미술관 입주작가 결과보고전], 함평
2012 제9회 광주비엔날레 [라운드테이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광주
2012 [포트폴리오 35]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광주
2012 비엔나쏘세지클럽, [반하다], 예술길 17-7 빈집, 광주
2010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제3회 소아암어린이사진전 [어떤아이], 경인미술관, 서울
2009 새 사회 연대 제5회 오늘의 인권전, [거기서다], 포스갤러리, 서울
2007 [또 다른 생각], 라메르 갤러리, 서울

수상경력
2015 'SPACE22 포트폴리오 open call 2016' 선정
2015 잠월미술관 입주작가
2012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 선정
2012 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35 선정
2009 아르코미술관 아카이브 "포트폴리오 서가" 수록 작가 선정
2009 대안공간 풀 젊은 작가 지원 전 선정
2008 스페이스 바바 포트폴리오 리뷰 전시 지원 작가 선정

학력
동신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졸업(2008)
조선대학교 대학원 미학, 미술사학과 수학(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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