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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8 08:21

이재훈 Jae Hoo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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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중간자 (a Man in the Middle)
전시기간 2016. 2. 24 ~ 3. 8
전시장소 갤러리 SPACE22 ,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번지 미진프라자빌딩 22층 02) 3469-0822
작가 홈페이지 http://leejaehoon.com/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space22.co.kr
관람시간 월~토 11:00~19:00 | 공휴일 휴관
한 여름 낮, 대학로 이화 사거리, 정림건축 사옥에는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나는 정림건축의 그림자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리고 한 발짝 내딛어 남쪽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땀은 비 오듯 하며 뜨거운 햇살에 눈을 치켜 뜨기 어려워 분홍색의 본더치 모자를 살짝 벗었다 눌러쓰고 호흡을 고른다. ‘눈에 띄는 볼거리’와 이른바 ‘이정표’를 지나치며 방향을 잡고 1969년형 롤라이플렉스 이안반사식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타박타박 걸으면서 도시를 훔쳐본다. 이화여대부속병원을 지나 동대문운동장을 향해 걷다 멈추어 서서 파인더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잠시 머뭇거린다. 이건 아니다 싶어 열었던 파인더를 살며시 닫는다. 만화경과 같은 미세한 감정의 파장들이 나의 마음을 뚫고 지나가지만, 막상 셔터를 눌리지는 못한다. 나는 카메라를 든 사냥꾼처럼, 마음속에서는 어서 빨리 사진을 찍으라고, 그것은 가장 부드러운 사냥법이라고, 그래서 현실을 기록하라고 재촉한다. 다시 땀은 비 오듯 하며 건물 사이사이 에어컨의 실외기에서 내뿜는 열기는 나를 더욱 지치게 한다. 아직 갈 길은 먼 것 같은데 신발 속 작은 돌맹이는 언제 들어갔는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정처 없이 걸어가는 나를 떠밀어 남쪽으로 향하게 한다. 광희 사거리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며, 신호등에 살짝 몸을 의지하고, 몸을 구부려 신발 속 작은 돌맹이를 털어 내다 주위사람들의 반응에 신호가 바뀐 것을 알아차리곤 서둘러 신을 고쳐 신고 부지런히 대열 속에 끼어든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된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장충단 공원을 지나 국립극장을 향해 걸어 올라가다, 장충 리틀 야구장에서 연습중인 학생들을 보며 호기심이 생겨 철조망 사이로 렌즈를 비집고 집어넣어 보지만 생각같이 되지 않아, 이 참에 야구장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내리쬐는 햇볕이 나를 가로막는다. 잠시 망설이다 가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래 다음에 촬영하면 된다고 나를 위로하지만, 사실 다음은 없다라는 것을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국립극장에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돌계단을 올랐지만, 생각 같이 시원하지는 안으며, 오히려 텁텁할 뿐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퍼렇지도 그렇다고 맑지도 않은 그저 그런 하늘이며, 오래되 보이는 커플이 할일 없이 파라솔 밑 그늘에 내려 앉아 서로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지루한 듯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나는 무심히 응시해 본다. 국립극장 옆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바라보며, 잠깐 남산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아 볼 것을 상상하며 망설이다가, ‘서울이란 도시는 계절과 상관 없는 곳인가보다’라고 생각하다가 다시 방향을 남쪽으로 잡는다. SK 주유소를 지나 할리 데이비슨 매장을 지나치며 습관적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육교를 건너 미8군 부대 담 길을 걸으며 신발 안에 돌맹이가 없어져 밎밎하다는 생각과 함께 뒤를 한번 돌아보며 ‘낯설다’라고 느낀다. 이 더위도 무색할 만큼. 단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이태원으로 올라가볼까 다시 한번 망설여보지만 좀처럼 마음이 잡히지 않아, 담배를 하나 빼물 때쯤, 마침 내 앞에선 471버스에 아무 생각 없이 올라탄다. 버스는 휘청거리며 횡한 한남대교를 건넌다. 버스 안의 건조한 에어컨 바람이 젖은 회색 면 티 안으로 파고 들고,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회색 빛 뿌연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주섬주섬 카메라를 접어 가방에 집어 넣는다. [이재훈, 작가노트중에서]
  • ⓒ이재훈 Jae Hoon Lee
  • ⓒ이재훈 Jae Hoon Lee
    중간자01 : 2007.8 잠실,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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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자02 : 2010.8 광안리,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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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자03 : 2012.8인천,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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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자04 : 2014.3 오사카,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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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자05 : 2012.11 파주,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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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자06 : 2010.5 경복궁,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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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자07 : 2010.9해운대, 부산
한 여름 낮, 대학로 이화 사거리, 정림건축 사옥에는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나는 정림건축의 그림자 밖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하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리고 한 발짝 내딛어 남쪽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땀은 비 오듯 하며 뜨거운 햇살에 눈을 치켜 뜨기 어려워 분홍색의 본더치 모자를 살짝 벗었다 눌러쓰고 호흡을 고른다. ‘눈에 띄는 볼거리’와 이른바 ‘이정표’를 지나치며 방향을 잡고 1969년형 롤라이플렉스 이안반사식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타박타박 걸으면서 도시를 훔쳐본다.

이화여대부속병원을 지나 동대문운동장을 향해 걷다 멈추어 서서 파인더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잠시 머뭇거린다. 이건 아니다 싶어 열었던 파인더를 살며시 닫는다. 만화경과 같은 미세한 감정의 파장들이 나의 마음을 뚫고 지나가지만, 막상 셔터를 눌리지는 못한다. 나는 카메라를 든 사냥꾼처럼, 마음속에서는 어서 빨리 사진을 찍으라고, 그것은 가장 부드러운 사냥법이라고, 그래서 현실을 기록하라고 재촉한다.

다시 땀은 비 오듯 하며 건물 사이사이 에어컨의 실외기에서 내뿜는 열기는 나를 더욱 지치게 한다. 아직 갈 길은 먼 것 같은데 신발 속 작은 돌맹이는 언제 들어갔는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정처 없이 걸어가는 나를 떠밀어 남쪽으로 향하게 한다.

광희 사거리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며, 신호등에 살짝 몸을 의지하고, 몸을 구부려 신발 속 작은 돌맹이를 털어 내다 주위사람들의 반응에 신호가 바뀐 것을 알아차리곤 서둘러 신을 고쳐 신고 부지런히 대열 속에 끼어든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 함께 된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장충단 공원을 지나 국립극장을 향해 걸어 올라가다, 장충 리틀 야구장에서 연습중인 학생들을 보며 호기심이 생겨 철조망 사이로 렌즈를 비집고 집어넣어 보지만 생각같이 되지 않아, 이 참에 야구장으로 들어가려 하지만 내리쬐는 햇볕이 나를 가로막는다. 잠시 망설이다 가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래 다음에 촬영하면 된다고 나를 위로하지만, 사실 다음은 없다라는 것을 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국립극장에 시원한 바람을 쐬기 위해 돌계단을 올랐지만, 생각 같이 시원하지는 안으며, 오히려 텁텁할 뿐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퍼렇지도 그렇다고 맑지도 않은 그저 그런 하늘이며, 오래되 보이는 커플이 할일 없이 파라솔 밑 그늘에 내려 앉아 서로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지루한 듯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나는 무심히 응시해 본다.

국립극장 옆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바라보며, 잠깐 남산 정상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아
볼 것을 상상하며 망설이다가, ‘서울이란 도시는 계절과 상관 없는 곳인가보다’라고
생각하다가 다시 방향을 남쪽으로 잡는다.

SK 주유소를 지나 할리 데이비슨 매장을 지나치며 습관적으로 사진을 한 장 찍고 육교를 건너 미8군 부대 담 길을 걸으며 신발 안에 돌맹이가 없어져 밎밎하다는 생각과 함께 뒤를 한번 돌아보며 ‘낯설다’라고 느낀다. 이 더위도 무색할 만큼.

단대 앞 버스 정류장에서 이태원으로 올라가볼까 다시 한번 망설여보지만 좀처럼 마음이 잡히지 않아, 담배를 하나 빼물 때쯤, 마침 내 앞에선 471버스에 아무 생각 없이 올라탄다.

버스는 휘청거리며 횡한 한남대교를 건넌다.

버스 안의 건조한 에어컨 바람이 젖은 회색 면 티 안으로 파고 들고,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회색 빛 뿌연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주섬주섬 카메라를 접어 가방에 집어 넣는다.

[이재훈, 작가노트중에서]
이재훈 Jae Hoon Lee

1975 生
2007년 홍익대학원 일반대학원 사진전공 졸업

수상
2007 사진비평상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3점

개인전
2008 中間都市 – 그 남쪽을 향해 걷다 (갤러리 온)
2007 中間都市 (스페이스 아침)

그룹전
2014 19개의 방 (텍사스 프로젝트, 서울)
2013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 (스페이스 빔, 인천)
2012 인천 아카이브 프로젝트 (부평아트센터,인천)
2012 만들어진 풍경 (갤러리 소항,헤이리)
2012 I am a Camera ( Gallery ON, 서울)
2010 격물치지 (일민미술관)
2010 사제동행: 아리노 에이무, 이희상, 이재훈 (갤러리 룩스)
2009 After View (갤러리 룩스)
2008 아시아 미술제 참여 (창원 성산아트홀)
2006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토페어(로드앤스톡) 참여
2006 포트폴리오 리뷰전 (아트앤드림)
2005 광복 60주년 기념사진전 (세종문화회관 별관)
2004 홍익대학교 사진학과 동문전 (관훈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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