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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2016. 5. 3 ~ 6. 4
전시장소 갤러리 룩스 Gallery Lux,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62 (02-720-8488)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gallerylux.net
이 전시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진 아카이브인 1930년대 미국 농업안정국(Farm Security Administration, 이하 FSA)의 사진 중에서 펀치(구멍 뚫은 도구)로 구멍을 뚫은 사진을 보여준다. 이 사진 아카이브의 책임자인 로이 스트라이커(Roy Stryker)는 FSA의 이념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 모든 사진 원본(필름)에 펀치로 구멍을 뚫어 다시는 그 사진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워커 에번스, 아더 로드스타인, 벤 샨, 칼 마이더슨, 러셀 리 등 당대 내로라하는 FSA 사진가들은 자신들의 사진이 스트라이커라는 권력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전시는 이처럼 FSA 사진가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의 무덤에 파묻혀있던 총 10만 장의 구멍 뚫린 사진을 발굴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중에서 2백여 점을 선별하여 이 버려진 사진에 숨겨진 막중한 의미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지금까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펀치 사진에는 다큐멘터리 사진, 사진 아카이브, 예술 사진, 사진사, 사진철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 작가 미상,
    [무제], 1935-42
  • ⓒ칼 마이더슨
    [농장, 뉴저지], 1936.
  • 작가 미상
    [무제], 1935-42
  • ⓒ아더 로드스타인
    [소작농 아내와 아이들, 아칸소], 1935
  • ⓒ아더 로드스타인
    [과일 통조림 공장 노동자, 플로리다], 1935
  • 작가 미상
    [무제], 1935-42
  • ⓒ디어도어 정
    [버려진 말을 소유한 재정착민, 오하이오], 1936
  • ⓒ벤 샨
    [재정착민 가족, 아칸소], 1935
  • ⓒ벤 샨
    [제방 노동자, 루이지애나], 1935
  • ⓒ워커 에반스
    [무제, 알라바마], 1936
죽은 사진의 귀환: FSA 펀치 구멍 사진

전시 기획(박상우)


이 전시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진 아카이브인 1930년대 미국 농업안정국(Farm Security Administration, 이하 FSA)의 사진 중에서 펀치(구멍 뚫은 도구)로 구멍을 뚫은 사진을 보여준다. 이 사진 아카이브의 책임자인 로이 스트라이커(Roy Stryker)는 FSA의 이념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 모든 사진 원본(필름)에 펀치로 구멍을 뚫어 다시는 그 사진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워커 에번스, 아더 로드스타인, 벤 샨, 칼 마이더슨, 러셀 리 등 당대 내로라하는 FSA 사진가들은 자신들의 사진이 스트라이커라는 권력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 전시는 이처럼 FSA 사진가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의 무덤에 파묻혀있던 총 10만 장의 구멍 뚫린 사진을 발굴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중에서 2백여 점을 선별하여 이 버려진 사진에 숨겨진 막중한 의미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지금까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 펀치 사진에는 다큐멘터리 사진, 사진 아카이브, 예술 사진, 사진사, 사진철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요소들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펀치 사진을 처음 보는 사람은 먼저 사진 중앙에 뚫려 있는 커다란 구멍이 제공하는 시각적 스펙터클에 압도당한다. 하지만 펀치 사진은 우리에게 단지 이처럼 새로운 시각적 충격 혹은 흥미만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충격적인 사진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진에 관한 모든 ‘담론’을 뒤흔들 수 있는 결정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우선 기존의 주류 사진의 역사에서 ‘배제된 역사’를 새롭게 역사의 무대로 드러낸다. 펀치 사진은 우리가 사진사를 통해 배운 FSA 사진의 역사 뒤에는 일련의 선택하는 자들에 의해 배제된 또 다른 역사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펀치 사진은 FSA 사진의 역사, 그리고 이 사진을 둘러싼 다큐멘터리 사진의 역사는 실재를 투명하게 반영한 역사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과 배제라는 행위를 통해 ‘구축된’ 역사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또한 그것은 다큐멘터리 사진과 사진 일반을 둘러싼 오래된 담론(객관성, 사실성, 진실성)이 얼마나 신화적이고 허구적인가를 가리킨다.

펀치 사진은 나아가 기존의 사진철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할 수 있는 좀 더 근원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사진철학이 거의 주목하지 않았지만 사진의 모든 프로세스(기획, 촬영, 편집, 배포, 수용)에 개입하는 ‘선택’이라는 행위이다. 롤랑 바르트를 비롯해 기존의 사진철학자는 사진에서 ‘촬영하기’ ‘촬영되기’ ‘바라보기’라는 세 가지 행위에 주로 관심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펀치 사진은 이 세 가지 외에 ‘선택하기’라는 또 다른 행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사진에서 선택 행위는 단지 FSA 사진이 속한 다큐멘터리 사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보도사진, 예술사진, 광고사진, 일상사진 등 사진의 모든 분야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바로 이 같은 필연성 때문에 ‘선택’이라는 개념은 사진의 선택적인 속성이 아니라 근본적인 속성이다. 따라서 우리는 FSA의 펀치 사진을 통해 기존의 사진철학에서 망각된 ‘선택’이라는 행위와 ‘선택하는 자’라는 새로운 사진 주체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 선택, 선택자라는 개념은 미술과 문학과는 다른, 사진만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결국 펀치 사진처럼 기존의 사진의 역사에서 배제된 혹은 무시된 사진들을 들춰냄으로써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사진 역사와 사진 철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위대한 작가, 위대한 걸작 위주로 전개된 사진의 역사 대신에, 이 역사에서 지금까지 배제된 사진들 – 미숙한 사진, 실수한 사진, 잘못된 사진, 아마추어 사진 등 – 을 역사의 무덤에서 다시 꺼내어 그것이 지닌 두터운 의미를 새롭게 탐색하려는 이유이다.
박상우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국립고등사회과학원(EHESS)에서 미학/미술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서울대, 연세대, 홍익대에서 사진사, 미술사를 강의했으며 2010년 서울사진축제 큐레이터를 엮임 했다. 현재는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에서 사진과 현대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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