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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08
2017.08.02 23:44

김남진 Namjin Kim

조회 수 203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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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호모나이트쿠스
전시기간 2017. 7. 26 ~ 8. 16
전시장소 사진‧미술 대안공간 SPACE22,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빌딩 22층(02-3469-0822)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space22.co.kr
관람시간 월~토 11:00~19:00 |일요일, 국경일 휴관
후원 미진프라자
질서와 도덕을 거스르며 일탈과 파괴를 꿈꾸는 시인, 예술가, 사진가들에게 밤은 훌륭한 선생이 되어준다. 이 밤도 누군가는 깨어 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의 언어를 예술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골몰하여 있을 터다. 그런데 이태원의 밤, 밤의 이태원도 선생이 될 수 있을까? 밤의 이태원으로 향할 때마다, 그 시공간에 용광로처럼 들끓는 욕망과 허기를 발견할 때마다, 그 복판으로 들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바라볼 때마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당혹감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낮이 강요하는 질서가 그러하듯 사진이 종종 요구하는 모종의 원칙이나 불문율, 가치는 금세 잊힐지 모른다. 밤의 이태원에서는 어떤 원칙이나 당위조차 없을 것 같다. 84년부터 86년까지 흑백 필름에 담은 <이태원의 밤>의 작업을 떠올리며 사진가 김남진은 30여 년 만에 다시 이태원을 찾았다. 2년여에 걸쳐 17번의 촬영을 진행하면서 몰라보게 변한 이태원과 그 가운데 변하지 않은 이태원을 함께 들여다보았으리라. 흑백 필름 대신 디지털 컬러에 담긴 사진들 속에서 의상과 조명, 건물, 사인, 낙서, 그림자, 사람들, 파티와 카니발의 현장은 그때와는 완벽하게 다른 세상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세상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이태원만의’ 빛이라 할 만한 빛깔과 색감이 스미고 흐르고 도발한다. 밤의 이태원에서 만난 청춘들, 외국인, 성 소수자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류의 사람임을 확인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고 사진가는 말한다. 밤의 안쪽을 들여다보고, 믹스된 광기와 삶의 소음 내밀한 곳에 귀 기울이고, 사시사철 다른 온도의 열기에 섞이면서 사진가 김남진은 밤의 이태원을 학교 삼고 선생 삼았으리라. 위악으로든 일탈로든 난장으로든, 차이를 확인하는 수업이든 동질감을 깨닫게 하는 강의든, 밤은 어떠한 길을 통해서든 무언가를 말해주는 선생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 특별한 17번 수업의 기록이 이 전시에 선보이는 사진들일 터다.
  • ⓒ김남진 Namjin Kim
  • ⓒ김남진 Namjin Kim
  • ⓒ김남진 Namjin Kim
  • ⓒ김남진 Namj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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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진 Namjin Kim
  • ⓒ김남진 Namjin Kim
  • ⓒ김남진 Namjin Kim
  • ⓒ김남진 Namjin Kim

이태원, 밤의 학교에서


‘낮이 이성의 시간이라면 밤은 상상력의 시간이다. 낮이 사회적 자아의 세계라면 밤은 창조적 자아의 시간이다. 낭만주의 이후의 문학, 특히 시는 이 밤에 거의 모든 것을 걸었다. 육법전서를 외우기는 쉬워도 밤의 말을 듣기는 어렵다.’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에서 -

질서와 도덕을 거스르며 일탈과 파괴를 꿈꾸는 시인, 예술가, 사진가들에게 밤은 훌륭한 선생이 되어준다. 이 밤도 누군가는 깨어 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의 언어를 예술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골몰하여 있을 터다. 그런데 이태원의 밤, 밤의 이태원도 선생이 될 수 있을까? 밤의 이태원으로 향할 때마다, 그 시공간에 용광로처럼 들끓는 욕망과 허기를 발견할 때마다, 그 복판으로 들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바라볼 때마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당혹감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낮이 강요하는 질서가 그러하듯 사진이 종종 요구하는 모종의 원칙이나 불문율, 가치는 금세 잊힐지 모른다. 밤의 이태원에서는 어떤 원칙이나 당위조차 없을 것 같다.

84년부터 86년까지 흑백 필름에 담은 <이태원의 밤>의 작업을 떠올리며 사진가 김남진은 30여 년 만에 다시 이태원을 찾았다. 2년여에 걸쳐 17번의 촬영을 진행하면서 몰라보게 변한 이태원과 그 가운데 변하지 않은 이태원을 함께 들여다보았으리라. 흑백 필름 대신 디지털 컬러에 담긴 사진들 속에서 의상과 조명, 건물, 사인, 낙서, 그림자, 사람들, 파티와 카니발의 현장은 그때와는 완벽하게 다른 세상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세상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이태원만의’ 빛이라 할 만한 빛깔과 색감이 스미고 흐르고 도발한다. 밤의 이태원에서 만난 청춘들, 외국인, 성 소수자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부류의 사람임을 확인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았다고 사진가는 말한다. 밤의 안쪽을 들여다보고, 믹스된 광기와 삶의 소음 내밀한 곳에 귀 기울이고, 사시사철 다른 온도의 열기에 섞이면서 사진가 김남진은 밤의 이태원을 학교 삼고 선생 삼았으리라. 위악으로든 일탈로든 난장으로든, 차이를 확인하는 수업이든 동질감을 깨닫게 하는 강의든, 밤은 어떠한 길을 통해서든 무언가를 말해주는 선생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 특별한 17번 수업의 기록이 이 전시에 선보이는 사진들일 터다.

이희인 (카피라이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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