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술 대안공간 SPACE22의 10월의 전시로 안옥현 개인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세상>을 기획한다. <호모센티멘탈리스Homo Sentimentalis>(2012)를 비롯해, (2007) 등 그동안 포트레이트 사진작업에 천착해 온 안옥현은 신작,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세상>에서 사랑의 이미지를 찾아 나선다. 이미지에 기대어 세계를 지각하는 시각 위주의 현대인들에게 에베레스트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만일 그곳에 오를 수 있다면, 그동안 사진으로만 봐왔던 에베레스트의 진면이 이해될 수 있을까. 복제된 이미지가 더 아름다울 수도 있겠고,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경험을 귀하게 내세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전시의 타이틀인 에베레스트의 실제는 안옥현의 사진에서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숨은 그림을 찾게 하듯 보다 깊은 주의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도 오르지 못했던, 하지만 무수한 사진이미지를 통해서 접한 에베레스트의 풍경은 늘 욕망하지만 닿을 수 없고, 이룰 수 없는 환상의 메타포이다. 사랑의 이미지도 그러할 것이다. 대개 영화 속의 연인들은 비루한 일상공간에서도 빛나고 쾌적하고 아름답거나 안옥현의 커플처럼 서로를 감싸 안은 로맨틱한 포즈로 등장한다. 하지만 삶을 관통하는 가장 강력하고 부드럽고 여린 사랑의 정체는 ‘거울환상’처럼 늘 왜곡되거나 미끄러지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사랑한 것인지, 사랑하고 있는 나를 사랑한 것인지,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성과 의미의 차원에서 해독될 수 없는, 무의미하게 발생되는 우발적인 사건이 사랑이기에 그 정체를 파악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에베레스트가 환상대상이듯, 사랑이라는 유령은 볼 수 있는 자에겐 강력한 판타지이지만, 보이지 않는 이에겐 덧없는 그림자일 뿐이다. 즉 사랑은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와 같은 것이다.

그런 사랑이 과연 재현 가능할까? 안옥현은 이번 작업에서도 인물들의 동작을 꼼꼼하게 관찰하며 워낙 평범하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장면들에 주목한다. 여기에서도 의미를 찾기 위한 일반화를 단절하는 장치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가령 사진 속 인물들의 시선이 관객들의 응시를 끌어당기거나 내치며 보편에 저항하거나, 또는 단정하게 세팅 된 실내에 순수하고 철저하게 혼자 남겨진 여성의 포즈는 너무도 투명하고 적막해서 가까이 갈 수 없게 만든다. 실재 효과를 달성하는 영화적인 장치들 덕분에 우연한 디테일들은 극도로 부각되고, 관객의 해석의 영역은 축소되는 것이다. 그런데 개별적인 이름들(영신, 원실, 수영, 문중, 선영, 영창……) 때문에 관객은 또 한 번 혼돈에 휩싸인다. 안옥현은 실제의 커플들에게 연인역할을 연기하게 해 새로운 커플복사본을 탄생시키는 데, 사랑의 이미지라는 것이 결국 복사본일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인물과 그들이 찍힌 사진과의 차이를 생각하는 관객의 시선은 현실세계가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님을 알아채거나, 새로운 판타지로 이동할 채비를 한다.

진실이기도 허위이기도 한 사랑이미지를 이용하고 통제하며 인식과 오인사이에 머물게 하는 것, 이것이 안옥현이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서 본 세상의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근원적인 사랑의 불가능, 환상 속에서 잠시 이미지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것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이미지와 실제가 불일치하더라도 에베레스트를 배경으로 기꺼이 반복해서 사진을 찍듯이 이 매력적인 질병은 삶을 살아내게 할 가장 큰 동력이 아니던가. 만일 그렇다면, 안옥현의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본 세상>은 또 다른 사랑이미지의 가능성을 향한 질문이 될 것이다.

(최연하 : SPACE22 학예연구실장)

안옥현

Education
2003 School of Visual Arts 대학원 졸업 사진과 비디오전공
1998 홍익대학교 산미대학원 졸업 사진디자인전공

수상 및 레지던시
2012 Artist In Marketplace (AIM), Bronx Museum, 뉴욕
2012 송은미술대상 입선
2010 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 (ISCP), 뉴욕
2007 쌈지 스튜디오 프로그램, 서울
2000 사진비평상 작품부문 우수상

개인전
2013 Homo Sentimentalis, SHOW ROOM Gallery, 뉴욕
2012 호모센티멘탈리스 (전시공모 개인전 선정전) , 쿤스트독갤러리, 서울
2007 MIRROR BALL (기획 초대전) ,갤러리 정미소, 서울
2007 FACES/ Korean Artists in New York and Seoul, Walter Wickiser Gallery (갤러리 정미소 기획, 아르코 후원), 뉴욕
2005 눈이나 귀는 육체로 즐긴다 (신진작가전), 갤러리 정미소, 서울
1998 표본실의 청개구리, 담 갤러리, 서울

그룹전
2014 일어나라 사진비평, 스페이스 22 갤러리, 서울
2013 검내를 넘어온 빛, 루비나아트센터
.........AIM Biennial, Wave Hill, 뉴욕
.........역대 사진비평상 수상자전 이어지다, 토포하우스, 서울
.........헤이리 슬로우아트전, 파주
2012 일상의 기술, 옆집갤러리, 서울
.........K-Artist In New York, Korean Art Show 2012, 소호, 뉴욕
.........대안공간-창작스튜디오 아트페스티벌, 파주
2011 Couch Fest Films, Reykjavik, 아이슬랜드
.........International Film Festival Manhattan, Quad Cinema, 뉴욕
2010 포토러스트, Photographic Center Northwest, 시애틀
.........핍쇼/아트버스, Pulse Art Fair, 마이에미
.........ISCP 오픈스튜디오, ISCP, 뉴욕
......... WINTER SALON, Elga Wimmer Gallery, 뉴욕
2009 Artist as Performer, Houston Center for Photography, 휴스턴
.........Identity, Costume, Cliche: Korean Photography Today, Photographic Center Northwest, 시애틀
2008 On Photography, 관훈갤러리, 서울
.........숨겨진 시선, 갤러리 쌈지, 서울
.........현대사진60년전, 국립현대미술관
.........Ssamzie Space/The 9th Open Studio Exhibition, 쌈지스튜디오, Seoul Wake Up, 김영섭사진화랑, 서울
2007 Solitude(s), LMAKProjects,뉴욕
......... TimeLine: Human Speed & Technology Speed, Korea Center, 베이징 .........Activist, Gallery Jungmiso, Seoul REGIME & RELATIONSHIP, Phos Gallery, Seoul2004 Projection On Memory, Gallery Korea, 뉴욕
.........23rd Women In The Director’s Chair Annual International Film & Video Festival,
......... Video: 1 Min, 1800 Frames, City Without Walls, 뉴저지
.........Perceptions Of The Self And The Other, Tenri Gallery, 뉴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