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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50+1, 2014 제주도
전시기간 2015. 5. 16 ~ 5. 29
전시장소 사진‧미술 대안공간 SPACE22,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390번지 미진프라지빌딩 22층(02-3469-0822)
작가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docujay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space22.co.kr
관람시간 월~토 11:00~19:00 |일요일, 국경일 휴관
기타 작가와의 만남 : 2015년 5월 23일(토) 5시~6시 30분 | SPACE22 세미나룸
대안공간 SPACE22 중진작가 지원전시 열 번째로 임재천 개인전을 기획합니다. 임재천 개인전 [50+1, 2014 제주도]는 지난 2014년에 진행된 [50+1]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일반 관객에게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입니다. ‘[50+1] 프로젝트’는 사진가 임재천을 재정적, 심적으로 1년간 지원해 주는 50명과 1년 동안 이뤄진 협업을 일컫습니다. 작가에게 1백만 원씩 재정 지원을 해 줄 50명이 성원이 되면 그 후원금으로 한 달에 10일씩, 1년에 120일 동안 사진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1년 뒤에 A컷 365장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50명에게 참여한 순서대로 보여 드리고, 이 가운데 각자 마음에 드는 1컷씩의 사진을 고르게 합니다. 말하자면 50명의 에디터가 작가의 사진 작품 중에서 각 1점씩 선택하여 만들어진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점의 사진들로 이뤄 진 이번 전시는 사진전이 완료되는 시점에 해당 사진을 전시되었던 액자와 더불어 1/9번의 에디션으로 50명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50+1]프로젝트입니다.
  • ⓒ 임재천 Jay-cheon Im
  • ⓒ 임재천 Jay-cheon Im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영등송별제_Digital Pigment Print_50x35cm_2014년 3월
  • ⓒ 임재천 Jay-cheon Im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_Digital Pigment Print_50x35cm_2014년 4월
  • ⓒ 임재천 Jay-cheon Im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_디Digital Pigment Print_50x35cm_ 2014년 8월
  • ⓒ 임재천 Jay-cheon Im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_Digital Pigment Print_50x35cm_2014년 11월
  • ⓒ 임재천 Jay-cheon Im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용눈이오름_Digital Pigment Print_50x35cm_2014년 4월
  • ⓒ 임재천 Jay-cheon Im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50x35_2014년10월
대안공간 SPACE22 중진작가 지원전시 열 번째로 임재천 개인전을 기획합니다. 임재천 개인전 [50+1, 2014 제주도]는 지난 2014년에 진행된 [50+1]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일반 관객에게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입니다.

‘[50+1] 프로젝트’는 사진가 임재천을 재정적, 심적으로 1년간 지원해 주는 50명과 1년 동안 이뤄진 협업을 일컫습니다. 작가에게 1백만 원씩 재정 지원을 해 줄 50명이 성원이 되면 그 후원금으로 한 달에 10일씩, 1년에 120일 동안 사진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1년 뒤에 A컷 365장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50명에게 참여한 순서대로 보여 드리고, 이 가운데 각자 마음에 드는 1컷씩의 사진을 고르게 합니다. 말하자면 50명의 에디터가 작가의 사진 작품 중에서 각 1점씩 선택하여 만들어진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50점의 사진들로 이뤄 진 이번 전시는 사진전이 완료되는 시점에 해당 사진을 전시되었던 액자와 더불어 1/9번의 에디션으로 50명에게 돌려드리는 것이 [50+1]프로젝트입니다.

[50+1]프로젝트의 첫 번째 촬영지는 제주도입니다. 최근 몇 년간 급변하고 있는 제주도 촬영을 위해, 지난 2014년 2월 28일에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처음 공개하게 됩니다. 이 후 3월 7일에 50명이 모두 성원이 되어 4월부터 10일씩 제주도 촬영을 시작해 2015년 3월에 마지막 촬영을 마쳤습니다. 2015년 [50+1]프로젝트 촬영지는 강원도이며, 현재 50명의 후원자가 결정되어 준비 중에 있습니다. [50+1] 프로젝트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강원도 등 앞으로 8년간의 여정을 예약하고 있습니다. 이 첫 번째 결과물로 이뤄진 전시가 [50+1, 2014 제주도]입니다.

사진가가 정부 기관이나 기업, 갤러리나 미술관의 지원 사업에 기대지 않고, 오로지 일반인들의 소셜 크라우드 펀딩에 힘입어 사진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이례적인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전시와 더불어 임재천 사진집,『한국의 재발견 - 제주도』가 ‘눈빛출판사’에서 동시에 출판됩니다.
2014년 2월 28일,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50+1 프로젝트, 그 첫 번째 시도’란 글을 올렸다. 50+1 프로젝트는 본인에게 각자 1백만 원씩의 재정 지원을 해주는 50명이 성원되면 그때로부터 1년 120일 동안 사진작업을 수행한 뒤 이후 선별한 365장의 사진 중에서 각자 1컷 씩 고른 50점의 사진들로 2주간 사진전을 가진 다음 전시했던 사진을 액자와 더불어 돌려주는 협업을 일컫는다. 또한 총 9년간에 걸쳐 한국의 5개도와 4개시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장기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보기에 따라선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크라우드 펀딩 또는 소셜 펀딩과 많이 닮아 있으나 허브 사이트나 특정 조직의 힘을 빌지 않고 오로지 단독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를 통틀어 처음 시도한 일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3월 7일에 50명이 모두 성원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 기적을 등에 업고 2014년 4월 7일부터 2015년 3월 12일까지 한 달에 10일씩, 120일간 제주도를 오가며 사진을 찍었다. 어느 한 곳에 거처를 정하고 스쿠터를 이용해 제주를 촬영하겠다던 애초의 계획이 얼마나 무지하고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깨닫는데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주는 그 이면에 간직한 숱한 이야기들과 삶의 모습들을 담아내는데 10년이란 시간도 무색하리만치 넓고 속 깊은 땅이었다. 이 때문에 촬영과 더불어 제주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수많은 오름을 거듭해서 오르고 또 숱한 길을 매 번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 지난 1년 동안 만났던 제주도는 그야말로 아름답기 이를 데 없었다.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아름다움이 단순히 천혜의 자연 경관 때문만이 아니라 제주를 생명의 섬으로 일궈낸 제주민의 피땀에서 비롯된 것임을 자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만일 본 사진전이 제주도와 연관하여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제주도를 먹고 즐기는 관광지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제주민의 부단한 삶이 지속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또한 그네들의 삶을 존중하고자 애쓰는 마음들이 발화하는데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올 3월 20일에 50+1, 2015 강원도 프로젝트 후원자 50명이 모두 성원되어 지난 5월 1일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그 결과물들은 2016년 6월에 다시금 전시와 사진집으로 엮어질 것이다. 모쪼록 이후 7차례 더 예정된 50+1 프로젝트도 무사히 진행될 수 있기를 충심으로 바라 마지않으며, 그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애쓰는 사진가가 되리라 다짐한다.

끝으로, 강인한 생명력과 자존감으로 언제나 온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더우나 추우나,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바다와 땅을 오가며 일 년 내내 제주를 푸른 생명의 땅으로 환치시키는데 크나큰 역할을 하시는 뭇 삼춘들께 이 사진전을 바친다.

*50+1, 2014 제주도 후원자 명단 (가나다 순)

강길원, 강태경, 고두심, 고영민, 구지현, 김경종, 김기현, 김대봉, 김병준, 김선형, 김재석, 김정민, 김정환, 김종준, 김진환, 모지희, 문희수, 박세진, 박정호, 박찬웅, 배기원, 석정훈, 엄상화, 오재우, 오지석, 우영동, 원지현, 원한규, 윤승준, 윤장호, 윤한수, 윤현수, 이동구, 이상규, 이완재, 이유홍, 이인표, 이종훈, 임동준, 장기철, 정도선, 정진호, 정화목, 조미성, 진요셉, 최성규, 한지혜, 허진, 현철호, 황의록
이규상 _ 눈빛출판사 대표

한국에 사진이 들어온 지 한 세기가 훌쩍 넘었다. 집 한 채 값에 육박했다던 카메라는 이제 휴대폰에 내장되어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카메라에서만큼은 민주화가 실현된 것이다. 사진은 서구에서 발명되어 그 기술과 이론이 발전해 온 매체이다. 근현대 한국 사회와 문화의 발전이 서구화와 맞물려 진행되어 왔으므로 사진도 외래문화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사진술이 19세기 말 외국인에 의해 한국에 전래되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설이고 보면 다른 서구문물의 유입에서 보듯이 사진의 수용도 그렇게 능동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진술이 점차 토착화하며 한국인의 시각에 용해되어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6·25전쟁 이후 ‘생활주의 사진’이니 ‘리얼리즘’이니 하는 용어가 한국사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살롱사진을 극복하려는 일단의 사진가들의 자구적 노력은 일찍이 이 땅의 사람들과 시대상을 기록해야 한다는 사진의 전통을 세운 바 있다. 비록 그들은 유학을 통해 사진을 배우지도 않았고, 서구 사진이론에 정통하지도 않았지만 카메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1945년 해방되던 날을 기록한 이경모의 사진에서부터 1960년대 서부역의 마부의 일상을 촬영한 정범태의 사진, 부산 자갈치시장을 중심으로 빈민들의 모습을 기록한 최민식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진가들이 역사와 삶의 현장을 찾아 독자적인 시각으로 작업을 해왔다. 이렇듯 우리에게 사진 전통이 전무한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의 시선과 관심은 온통 서구 사진과 사진가에게 쏠려 있었다. 대학의 사진학과에서는 한국사진사를 가르치지 않아 왔으니 사진학도조차도 로버트 프랭크나 카르티에-브레송은 알아도 이경모나 정범태, 최민식을 모르는 것이 오늘 한국사진계의 현실인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근대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남들은 백 년 이백 년에 걸쳐 이뤄 온 것을 우리는 불과 이삼십 년 사이에 해치웠다. 고도의 압축성장을 하면서 반대급부로 지불한 것은 전통의 단절 내지 말살이다. 한복을 입고 한옥에 사는 그런 전통이 아니라 전통적 가치관과 세계관의 몰락을 가져왔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것이라도 좋다”라고 절규한 어느 시인의 말은 아무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서구경제 시스템의 급격한 유입과 적용은 종래의 가치관과 정신세계에까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개발과 성과 그리고 효율과 유용성은 이제 한국인의 삶을 제어하는 절대가치가 되어 버렸다. 오로지 경제적 능력과 외양만을 견주게 되었다. 입으로는 톨레랑스를 말하면서도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조차도 헤아리지 못하는 이율배반의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근대화 과정 속에서 모든 제학문의 이론이 서구에서 들어왔다. 따라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의 많은 부분을 외래의 세계관에 의지하고 있다. 학문이나 사상, 미학의 관점까지도 남의 것을 따라 배우고 익히기에 바빴다. 사진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느덧 우리는 남의 눈으로 사진을 찍고 보고 해석해 왔다. 당대의 기록은 하나의 하찮은 사료쯤으로 치부해 버리고, 서구식 형식주의 사진과 외국의 예술사진 흉내 내기에만 급급했다. 게다가 외국에서 팔리면 우리도 좋아 하는 기현상도 비일비재하였다.
1980년대 이후 일부 유학파 사진가들이 귀국하면서 유입한 현대사진의 조류라는 것도 정보의 독점 아래 가능한 것이었다. 신문물을 접하고 돌아온 이들이 선구자가 되었던 개화기와 대한제국기의 현상이 20세기 말까지 지속되었던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이르러 정보가 개방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외국 사진가들의 작업이 한국사진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서구 사진풍조의 무분별한 유입은 그나마 한국에서 자생하고 있던 사진 전통과 미학을 말살하는 재앙을 가져왔다. ‘기록’이라는 사진의 본질적 뿌리를 잘라 버리고 국적 불명의 파인아트 사진만이 만개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역설적 상황의 폐해는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사진을 작가주의로 독점하는 기형적 사진가와 비평가 집단을 낳았고, 한국사진의 다양한 전개와 발전을 가로막아 왔다. 민족의 자기정체성에 기반하지 않는 사진이나 예술은 무의미하며 불가능하다.

임재천이 2014년부터 시작한 ‘한국의 발견’시리즈는 이러한 시대적, 사진사적 배경에서 잉태되었고, 변질되고 정체된 한국사진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작업의 하나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눈으로 우리의 땅을 보고 기록하자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것은 졸렬한 스노비즘이 아니라 한국사진이 그동안 간과해 왔던 동시대의 문화와 삶을 반영하기 위한 시도이다. 또한 세계의 것이 우리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 바로 세계의 것이라는 자성과 자신감의 표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라도 단절된 한국의 사진 전통을 다시 이어 갈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 다행이다. 모욕과 한탄 속에서 살다 먼저 간 사진가들 앞에 비로소 면목이 서는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조국의 산하와 이 땅의 사람들을 포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진가로서 직무유기인 것이다.

4·3사건이라는 역사의 상처가 짙게 배어 있는 제주도는 역설적으로 반도에 사는 한국인에게 고향 같은 위로의 섬이 되었다. 1980년대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제주도는 신혼여행지로서 각광을 받았다. 제주도가 관광의 섬이 된 것은 공교롭게도 1960년대로서 한국의 근대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제주도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관광산업의 비중이 점차 높아졌다. 정기여객선과 여객기 취항, 지금도 5·16도로라고 불리는 한라산 제1횡단도로 개통, 그리고 제주 출신 재일교포들의 투자 등으로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급속히 활황을 이뤄 왔다. 최근에는 신경제주의 바람이 불어 중국인 투자를 중점 유치하면서 제주도가 난도질당할 우려도 없지 않다. 임재천이 제주도를 ‘한국의 발견’ 시리즈 제1권으로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시급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수록한 사진은 임재천이 2014년 4월 7일부터 2015년 3월 12일까지 한 달에 10일씩, 120일간 제주도를 오가며 찍은 것이다. 따돌림과 억눌림을 받으면서도 한반도를 실측한 [청구도] [대동여지도]의 고산자 김정호 선생은 가고 이제 카메라를 든 임재천의 차례가 온 것이다. 임재천의 이 프로젝트는 50+1 후원자들의 눈물겨운 성원과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연히 이 책은 제주도의 인문지리서나 관광안내서가 아니다. 장소와 풍경을 지시해 따냈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사진집을 통해 어느 한 사진가가 1년간 제주도에서 무엇을 보고 기록하며 재현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제주의 인문지리적 배경과 임재천의 사진 속에 깃든 역사적 의미는 제주에서 태어나 그곳을 떠나지 않고 다각도로 기록해 오고 있는 사진가 강정효 씨가 짚어 주었다.

임재천 사진의 특징은 풍경을 찍되 그 빛의 스펙트럼 속에 상서로운 기운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사진에 담긴 대기 속의 풍부한 컬러는 순식간에 찍힌 것이 아니라 시간이 침하되어 만들어진 것이리라. 또한 풍경 속에 사람이나 인공시설물을 배치하는 그의 순발력은 사진에 생기와 재미를 불어넣어 준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발견이 아니라 사진적 탐색이다. 늘상 외양만 보는 이들은 낯설겠지만 임재천 사진에는 누구나 쉽게 담을 수 없는 깊이가 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 사진이다. 임재천이 발견하는 ‘한국’은 사진가 임재천이 본 ‘한국’이지만 그것이 보편적 감동을 주는 것은 우리도 언젠가 그와 같은 대기와 풍경 속에 머물렀던 것 같은 안도(위안)의 기시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은 민족정체성이니 자기정체성이니 하는 것들에서 연유하는 것이므로 아무리 명성 있는 외국인 사진가라 할지라도 한국 풍경에 함부로 덤벼들다 번번이 실패하고 물러서게 되는 것이다. 임재천의 사진에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한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임재천이 슬라이드 필름으로 몰아온 제주의 빛을 보고 나는 그에게 이제 그만 오름(산)에서 내려오라고 한 적이 있다. 아름다움에 죄를 물을 수는 없겠지만 오름 아래 기층민들의 삶을 천착하라고 편집자로서 주문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 책의 편집에서는 오름에서 찍은 사진의 비중을 많이 줄였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대개가 아름답다. 산란하는 빛도 풍부하고 먼 거리는 가릴 것을 충분히 가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동시대의 기층민들이다. 풍경이 중요하다면 그것은 삶의 배경으로서의 풍경이지 그림 자체가 목적은 아닌 것이다. 물론 임재천의 풍경사진은 아름답고 단순한 것이 아니지만 나는 그가 산 위에 있을 때보다 들판에서 농부들을 만나고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모습이 더 보기 좋다.

사진은 기록과 재현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종종 혼란을 빚기도 하지만 기록 에 충실하면 그것이 사진이고 예술이다. 사진가는 아마나 프로를 막론하고 일관된 주제를 자기만의 사진 형식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진 형식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색상, 톤, 프린트, 프레임 등 사진의 본질적 요소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대상을 취사선택하는 사진가의 시각이다. 임재천이 이미 총론격인 그의 사진집 『한국의 재발견』에서 보여준 출중한 시각과 내공으로 보아 이 프로젝트도 잘 수행해 낼 것이다. 우리의 팔도강산이 지닌 미묘한 지역적 특성이 각 권마다 충일하기를 기대한다. 뜻밖의 사진적 회의와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겠지만 그 특유의 추진력과 집중력으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한 사진가가 어떠한 변모 과정을 겪으며 이 땅과 사람들에게 다가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 시리즈가 9권으로 기획되었으니 장장 9년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언제나 설레고 아름다운 일이다. 우리 생에서 통일이 이루어지고 뚜벅이 사진가 임재천이 북녘 땅을 촬영한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겠는가. 마지막 권이 나올 때쯤에는 출판의 시대도 많이 저물고, 나도 늙어 있겠지만‘한국의 발견’시리즈 9권을 베고 누워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다.
임재천(任在天, Jay-cheon, Im, 1967~) / 다큐멘터리 사진가

200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여러 지역에 자리한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풍경을 재해석, 촬영해오고 있다. 또한 사라지고 변해 가는 한국적 풍경의 기록 자체에 무게를 두고 지역마다의 문화와 공간, 환경, 사람 등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국제 아트 페스티벌 한국 전시 사진가 및 CNN Travel Gallery : 40 most beautiful places in South Korea 사진가로 선정되었으며, 국립김해박물관의 [사진으로 보는 낙동강](2008) 프로젝트와 환경부의 [국립 생태원 건립도감](2010~2012)을 촬영했다.

특별전 [한국의 발견](2014년 2월 16일~20일, 러시아 소치 겨울극장), 초대전 [소양호 사람들](2010년 12월 20일~31일, 춘천시문화재단), 특별전 [낙동강](2008년 12월 9일~2009년 2월 8일, 국립김해박물관) 등 세 차례의 전시를 가진바 있다.

사진집으로 「한국의 발견01 - 제주도」(눈빛출판사, 2015),「소양호 속 품걸리」(눈빛출판사, 2014),「한국의 재발견」(눈빛출판사, 2013)이 있고, 저서로「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문학동네, 2008) 외에 공저가 여러 권 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ocujay
블로그 http://blog.naver.com/docu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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