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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The Confessions of Self
전시기간 2015. 2. 4 ~ 2. 17
전시장소 램프랩 LAMP LAB
갤러리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31-13 B1(02-6278-7178)
작가 홈페이지 http://www.gabrielstudio.com/
관람시간 매주 월 - 토 10:00 am – 6:00 pm (휴관_ 일요일, 공휴일)
기타 작가와의 대화 2015년 2월 14일 (토) 오후 2시
  • ⓒ신성균 Gabe Sheen
  • ⓒ신성균 Gabe Sheen
    Station 1, Gum Bichromate Print, 41x41cm, 2011
  • ⓒ신성균 Gabe Sheen
    Station 4, Gum Bichromate Print, 41x41cm, 2011
  • ⓒ신성균 Gabe Sheen
    Station 5, Gum Bichromate Print, 41x41cm, 2011
  • ⓒ신성균 Gabe Sheen
    Station 8, Gum Bichromate Print, 41x41cm, 2011
  • ⓒ신성균 Gabe Sheen
    Station 10, Gum Bichromate Print, 41x41cm, 2011
  • ⓒ신성균 Gabe Sheen
    Station 11, Gum Bichromate Print, 41x41cm, 2011
  • ⓒ신성균 Gabe Sheen
    Station 12, Gum Bichromate Print, 41x41cm, 2011
  • ⓒ신성균 Gabe Sheen
    Station 14, Gum Bichromate Print, 41x41cm, 2011
  • ⓒ신성균 Gabe Sheen
    Station 16, Gum Bichromate Print, 41x41cm, 2011
불확실하고 (Ambiguity), 어렵고 (Difficulty), 그마나 죽음 (Mortality) 을 피할 수 없는 인간 삶의 보편적 속성을, 오히려 의식을 갖고 누릴 수 있는 생존의 환희로 받아드리며 감사하는 것을 표현함이 신성균 사진의 주제이다. The Confessions of Self (2011) 는 작가 자신에 관한 사유로서, 지나간 삶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통해 진정성 있는 예술가로 거듭 나고자 시도한 작품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튜디오에서 총 80여명의 일반인 및 전문 모델을 약 2년간 촬영하였으며, 16x16 인치 크기로 Tricolor Gum Bichromate Print 기술을 사용하여 완성하였다.
자기고백에서 비롯된 의식예찬 : 신성균(Gabe Sheen),
‘The Confessions of Self’ 시리즈


글 | 김소윤 (월간 포토닷, 2014년 11월호 기사 전문)
한 수녀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신도들과 면담시간을 갖는다. 우울증에 힘겨워 몇 번씩이나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람,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여인, 자식 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모, 부모 부양에 힘들어하는 자식,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노숙자가 된 가장 등 각자의 힘든 사연과 가슴 속 이야기를 다 털어놓으며 수녀님 앞에서 목 놓아 운다. 언젠가 그 수녀님이 필자에게 그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느낀 솔직한 마음을 들려주었다. 자신에게는 그러한 애증의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울 따름이라고.

신성균(57)과의 인터뷰에서 그 수녀님의 이야기가 문뜩 떠올랐다. 마치 고해성사를 보는 듯한 그의 작업 ‘The Confessions of Self’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 속 깊이 숨겨두었던 한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한명 한명의 격한 감정과 표정 그리고 상황들이 마치 누군가의 힘들었던 사연을 들려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의 연작 16점을 한데 모아 보면 결국 이것이 우리 삶 속의 이야기임을, 삶의 일부분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인간사 안에서 아등바등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인 것이다.

신성균은 이 작업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의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80여명의 일반인 및 전문 모델과 함께 약 2년간 촬영을 진행했다. 특히 사진에 등장하는 일반인 모델들은 걸인이나 예술가, 카페에서 만난 손님 등 대부분 그가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평소에 표현하고 싶었던 내용에 적합한 소품을 지닌 사람이나 눈에 띠는 컬러의 옷을 입은 사람 혹은 포토제닉한 인물 등 눈여겨 봐온 이들이다. 작가는 이들을 촬영하면서 자연스레 그들이 겪어온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결국 인간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작업은 작가의 과거에 대한 자신의 고백을 담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이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The Confessions of Self’ 시리즈의 각 작품들은 권력, 배신, 오만과 편견, 프로파간다, 낙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인 동시에 누구에게나 있었을법한 보편적인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작품 ‘Station 16’은 반신불수로 12년을 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두고 늦은 나이에 외국유학을 떠나는 아들로서의 작가 자신의 양심의 가책을 표현한 것이다. 한 작품 안에는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6명까지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표정과 행동, 소품 등이 그 작품의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가해자이거나 혹은 피해자로 등장하는 이 인물들은 다양한 인종과 연령, 성별이 뒤섞여 있다. 사진 속 사건이나 상황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역시 삶의 보편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The Confessions of Self’ 시리즈의 또 따른 특징 중 하나는 검프린트(수채화 물감이 희석된 감광유제를 종이에 발라 프린트 한 것으로 색과 베이스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색조와 질감묘사가 가능하다) 기법이다. 모델 한명 한명을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 화면에서 불러와 한 화면에 배치시킨 뒤 이 이미지를 네거티브 필름으로 만들어 검프린트한 작업이다. 신성균이 굳이 검프린트를 선택한 이유는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회화작업에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르크 샤갈 작업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질감에 매료된 작가는 사진에서도 이와 유사한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판화의 질감과 비슷한 검프린트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기에는 디지털 프린트보다는 힘들고 번거로운 검프린트 과정이 작업의 내용에 더 부합된다는 작가의 생각이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판화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의 모든 작품을 하나씩만 검프린트로 만든 까닭도 반복되어질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절실함을 반영한 것이다.

신성균은 인간 삶의 보편적인 속성을 ‘불확실성’과 ‘어려움’, ‘죽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식을 가짐으로써 누릴 수 있는 생존의 환희를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이번 작업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의식예찬’에 대한 이야기이다. ‘The Confessions of Self’는 작가 자신에 관한 사유로서, 지나간 삶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통해 삶에 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는 시도이다.

작가는 이 작업에 이어 탄생과 죽음에 대한 작업을 추가로 진행하는 중이다. 최근작인 ‘The Birth of Self’는 태생적 속성 그리고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아를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업에 이어 죽음에 대한 작업도 새로운 형태로 곧 선보일 예정이다. 신성균은 ‘The Confessions of Self’ 시리즈로 올해 처음 제정된 ‘한국사진학회 사진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20년 가까이 회사원 생활을 하다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줄곧 미국에서 활동하다 몇 년 전 귀국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내년 초에 전시를 앞두고 있는 그의 한국에서의 새로운 활약을 기대해 본다.
깊은 사유로부터 촉발된 삶에 대한 시선과 조형미학
- 작가 신성균 작업에 담긴 예술적 의미와 가치


홍경한(미술평론가)

1. 불확정적이고, 혼란스러우며, 차이와 차별이 공존하는 세계. 고달프게, 그러면서 예민하고 날카롭게 하루를 살며,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와해되는 탈구조주의적 상황들이 가파른 속도에 매몰된 영혼을 그 중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못한 사회. 한편으론 습속 적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끔찍하기까지 한 삶이라는 보편적 속성. 그 속에서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조타를 맞춰야할지 알 수 없는 여정. 그리고 표류하는 자아. 하지만 언제나 좌절하지 않은 채 성찰의 언어로 삶의 환희에 근접하기 위한 노력의 경주. 이것은 작가 신성균의 연작 [The Confessions of Self]가 지향하는 내적 가치이다. 그건 니힐리즘(Nihilism)이 아닌, 외향적-자기지시적인 언어의 참다운 포박이다.
작가는 자신의 삶과 연계된 현실의 다양성을 의식한 상태에서 수사적 동일성을 찾는 대신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의제들을 화면 속으로 끌어 들여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조형적 표현논리를 고해의 틈 아래 펼쳐 놓는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일차적으로 삶의 투영이 진실하게 이뤄지지 않은 작품이란 미를 가장한 시각적 쾌락, 혹은 유희에 불과한 매개로 남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가리킨다. 깊게 고찰할 경우 사유를 담아내지 못하는 예술이란 껍데기의 재현이요, 편애된 가치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지정한다.
허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술 표현에 있어 유의미한 부분은 그 방식이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든, 어떤 페르소나로 나타나던 예술가의 경험과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한 분명한 의식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신성균 사진에서 읽히는 예술적 실현의지가 철학과 미의식 아래 이입되어 존재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흔히 궁금해 하는 좋은 작품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다.1)
이를 증명하는 것은 [The Confessions of Self-Station]시리즈로, 인종, 국가, 성별을 넘어선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 연작을 통해 신성균은 저마다 사연이 다른 인물을 삶과 사회라는 다층적 내레이션 아래 심어놓는다. 다양한 인물이 역시 다양한 사건(주객관계로 된 인간의 삶에서 발생한 의미 있는 일들)과 행위로 일상의 단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작품들은 일차적으론 스스로부터 촉발된 사유이자 서술이거나 주변인에 관한 기술이기도 하며, 세속과 비세속을 비롯한 가시적 혹은 비가시적 여러 가지 단상들을 아우르는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함유한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 삶에 관한 확장된 개념들은 지나간 여로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통해 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함의한다. 이는 인간 본질에 해당하는 선악의 문제와 생사를 담은 [The Birth of Self]로 이어져 작가 자신만의 서사를 함축한 언어로 치환되고, 신성균 시각안어의 고유한 색깔을 발현시키는 본질적 밑동으로 남는다. 즉, 죽음 앞에 두려워하지만 서로 격려하며 아파하는 평범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던져야만 했던 인물들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2. 신성균의 작업은 외형상 동시대 예술과 사진의 관계성을 자연스럽게 매치시키면서 모더니즘의 형식주의와 자기 안위적 예술에 국한되지 않는, 포괄적 양태로써의 존재성과 주체성 등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도출된 그의 인물 작업은 공통적으로 자아를 포함한 실존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에 특징에 있다. 흑인과 백인, 부자와 걸인, 고통과 관망, 옷을 입은 자와 벗은 자, 다툼과 소란이 교차하고 가식과 허위의 표피가 부유하는 삶을 지루한 설명 대신 무언의 ‘상징’ 아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 역시 그의 일련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유의미한 지점이다.
그의 작업은 경험으로 빚어진 작가 자신의 가치관과 정서를 잘 보이지 않는 사회구조의 귀퉁이에서 겨우 이름을 붙들고 매달려 있는 군상으로 펼쳐 보이곤 한다. 그렇게 해서 꺼끌꺼끌한 질감으로 완성된 작품들은 어느 지점에선 현실성을 띠다가도 또 다른 측면에선 상상의 촉매를 건드려야만 열람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 개봉한다면 그 내부에 부유하는 과거와 현재, 어제와 오늘, 멈춤과 지속이 동시에 귀속되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는 형식상 프랑스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의 구성사진(Constructed Photo)이나, 솔브 선즈보(Solve Sundsbo)와 같은 현대미술사진 연출의 미학을 성공적으로 이어온 작가들처럼 메이킹(making) 포토의 개념과 현장성, 연출성을 동반한다. 물론 이것이 온전한 판단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을 파악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나침반으로는 수용 가능하다.2)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간과할 수 없는 건, 표상과 속성의 문제이다. 표상은 언제나 미완전한 속성을 지니는 철학적 사고를 배경으로 하고, 그 결정체는 유동적이며 정신적 현상으로 정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불어, 내적 유발을 통한 행위3)의 표면적 반응은 늘 시각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철학이 개입될수록 비존재이면서 무존재하는 날카로운 틈을 드러낸다.
지속적인 글과 이미지를 통해 철학적인 태도에 익숙한 신성균은 이 틈에 덧댐과 덜어내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의도를 유지한다. 이를 간략하게 정의하면, 예술이란 유보의 관념이며 개념상 가감의 보류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연장에는 작가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따라서 그가 생성하는 이미지들은 본래의 개체적 특성은 해체되고 작가에 의한 새로운 의미, 보는 사람에 의해 판독되고 완성되며 상상할 수 있는 텍스트성을 지닌다. 여기에 공감되는 서사성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는 사실은 그의 조형언어가 매우 효과적임을 일러준다.

3. 그의 사진은 인간이 지닌 본질, 또는 우리가 지닌 삶의 의미를 ‘나’를 중심으로 새롭게 정의하려는 데서 비롯된다. 이것은 습관적인 일상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깊은 사유의 결과이며 피상적인 논리에 대한 역설, 그리고 일상성을 미의식으로 치환하려는 실증주의적 사고의 귀추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보고 느끼며 접하는 주변인들(보통사람들, 내 삶을 스치는 불특정 다수)을 담아내면서 그 관계성에 주목하고 자신이 건져 올린 전의식을 바탕으로 한 응집된 소산을 사진이라는 효과적인 기제로 담아낸다.
한편 매체의 측면이나 형식이 내용, 주제와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때 그의 사진을 구성하는 형상성이나 공간 속에 놓인 인물들, 원근법을 무시한 주변 배경은 시각 체제를 형성하는 ‘회화적 사진’4)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의 회화적 사진에서 유가치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오랜 유학 시절 체험한 인간의 온도와 냉정한 관찰력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는 마치 조리개를 한참동안 열어 놓듯 오픈된 시선으로 인간 삶의 내외를 들여다보며 인간 삶의 보편적인 속성을 ‘불확실성’과 ‘어려움’,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의식을 가짐으로써 누릴 수 있는 생존의 환희를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작업으로 옮겨놓고 있다. 일례로 [The Confessions of Self]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세계를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사회 속 구성원으로써의 그들은 갈망과 욕망이 엉킨 현실과 누구나 겪는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을 지시하는 기호 역할을 한다.5)
신성균은 이러한 것들을 보임과는 다른 상징의 연속으로 구현하며 흡입력 강한 스토리와 이미지로 기표화 한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보편적 공허와 생경함, 번잡스럽고 아옹다옹하며 살아가는 삶에 관한 함축적인 언어들을 도식에 얹힘으로써 비루하고 전투적인 일상이 전혀 다른 세계로 거듭나게 유도한다. 여기에 그는 관자의 상상력과 자신의 경험이 맞물리게 하여 무제한의 예술적 자유를 끌어들이고, 기존의 실존적인 관념성과 버무려 의식의 자유로운 기술과 연상을 근거로 치유 가능한 세계, 어렵지만 보다 희망적이 세계를 기원하듯 펼쳐 놓는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그의 사진은 다분히 제의적이며 특유의 자의식의 실현에 표현의 명징함, 따뜻한 인간미가 덧대지면서 미적 가치는 보다 더해지는 수순을 밟는다.

4. 오늘날 신성균 예술의 중요성은 외적인 것, 드러나는 것 자체에 있지 않다. 그보단 본질적인 것, 자신에 관한 사유로서 지나간 삶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통해 삶의 공명에 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는 시도에 있다. 마치 프랑스 작가 조르쥬 마티외(Georges Mathieu)의 작품들처럼 예술자체와 작가 간 호환성에서 기록의 권역을 되찾고 이를 통해 내재된 자의식, 즉 고해성사와 같은 관념의 접속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스스로의 자아에 매스를 가하는 것이면서 외적으론 시공을 관통해온 삶의 편린과 현재성이 당대 부여된 보통사람들의 삶과 욕망, 고뇌 등이 복잡하게 오버랩 된 듯한 여운이 큰 것도 동일한 이유이다.
이는 달리말해 작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의 다른 말을 주변인들의 삶을 통해 건져내는 순차적 결과물이라 해도 그르지 않으며, 그가 굳이 판화의 질감과 비슷한 검프린트(Tricolor Gum Bichromate Print)를 선택한 것도 기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기 위한 것이다. 물론 그 동기와 의도를 부여하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살며 살아가는 짧고도 긴 여정 속, 일상6), 그 하나하나의 사건에 관한 편리와 내적 욕망 등이다. 아니, 정확히는 어떤 세속적 욕망이라기보다는 사진과 글을 쓰며 조용히, 그러나 거세게 자신의 작업세계를 담금질해온 작가의 삶과 그것을 분동으로 한 예술에 대한 끝없는 열정이 조화롭게 빚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신에 놓인 어느 한 부분을 텃밭으로 삼지만 보편타당한 현실로 치환되고, 자유로운 자신만의 무대에서 발현됨으로써 비로소 제 모습을 띤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그의 연작은 가시적인 조형요소와 숨겨진 내재성에 함몰되며, 우린 그 속에 감춰진 의미들을 조용한 격정으로 수용한 채 그의 ‘행위’를 되짚는 양상으로 귀납된다.
그런 점에선 제1회 한국사진학회 사진상 최우수작품상 수상작가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도 맥락이 같다. 변경되고 변형되는 ‘일상성’이 포괄하는 정체성은 그 명제들이 내재한 층위를 보다 공고히 하고 공유해, 다름의 가치와 성찰을 잇기 위한 수단의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몇 번을 강조하지만 작가 자신에 관한 사유로서, 지난 삶에 대한 회고와 반성을 통해 진정성 있는 예술성을 개간하기 위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우선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그의 사진이 단순한 조형언어로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자신을 기록하는 이미지의 채록이자 삶의 반영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보여주기 위한 표상이 아니라 공유를 통한 우리 내면과 마주하는 것, 자신 스스로에게 존재성과 의미를 인지토록 하되 공명의 언어로 채워진 매개로써의 사진이라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나와 우리를 관통하는 실존(實存)에 대한 문제이다. 삶과 사회, 시간과 기억, 공간과 현존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 채 다양한 번민들을 들춰내어 정면으로 부딪히며 획득 가능한 실존의 문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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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지만 불행히도 동시대 미술에 있어 이와 같은 컨텍스트에 부합하는 작업 사례는 쉽게 목도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적 호기심과 일렁이는 감성을 자극하지도 예술의 영속성을 담보하지도 못하는, 모더니즘의 위대함을 결코 넘어설 수 없어 사춘기 소년마냥 치덕거리는 것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며 마구잡이로 뒤섞어 놓은 가볍고 즉흥적이며 예술적 가치부여가 희박한 작업들이 현대미술이라는 미명 아래 드러나는 게 태반이다. 여기에 상업적 유혹까지 입혀지면 그로 인한 거북스러움이란 실로 형용하기가 어렵다. 이런 것들은 대개 보편적 정서에 부합한, 창의력과 개성을 적당히 대중적 가치관에 야합해 탄생한 결과물이며, 겉은 화려한 반면 속은 허구적인 느낌만 전달할 뿐이다. 그런 유형의 작품에서 깊은 감동, 잔잔한 미의식을 체감하거나 끊이지 않는 심미적 여운 등을 경험하기란 실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결과적으로 '후지다'.

2)사실 이들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이와 유사한 형식을 지향하는 작가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메이크(make), 즉 찍는(take) 사진에서 벗어나 ‘만드는 사진’이라는 점, 다층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 실제로도 장르 간 경계는 와해되고 있고 신성균은 그만의 미학으로 재구성해놓고 있다.

3)여기서 행위란 일차적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색, 질감, 재료, 기호 뒤에 숨어있는 현존하지 않는 감각이나 감정과 같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시각적인 형태를 부여하는 심상의 모든 것이며, 보다 내적으론 자신의 존재감에 요구되는 다양한 일상을 반추시키는 ‘관계’를 모태로 한 자의식의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때 자의식은 삶의 애중이자 갈등의 변주 밑에서 잉태되며, 인간 심리 저변에 내려앉은 불안과 외로움, 초조함에서의 이탈을 배경으로 생성된다. 신성균의 사진은 그렇게 하나의 기표화 된다.

4)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80여명의 일반인 및 전문 모델과 함께 약 2년간 촬영한 작업으로, 사진에 등장하는 일반인 모델들은 걸인이나 예술가, 카페에서 만난 손님 등 대부분 그가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지만 신고전주의 회화에서처럼 경직되고 정지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 사회의 얼굴을 대리하기도 한다.

5)작가는 지근거리에 있는 것에서 소재를 찾고 시대 현실에 대한 발언으로 작가의 가치관을 피력하며 참여적인 발언을 위해 적절한 매개인 예술을 활용하는 것이라 이해해도 무리 없다. 사실 이와 같이 일상이 투영된 다양한 것에 시선을 두고 있는 작가적 태도와 예술적 횡단은 타자들의 묘한 감정을 유발한다.

5) ‘일상성’이란 일상의 투영 그 자체이거나 혹은 재해석으로 관람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자기 고백적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실현의 가치로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군상들과 서술적 서사는 다분히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인식되고 공감되길 바라는 의도적인 결과를 내재하고 있다 해도 그르지 않다. 예술과 현실의 관계, 그리고 일상과 일상성에 대해 논의하지만 그 바탕엔 이념성을 이끌기 위한 수사가 아닌, 작가 개인의 사상을 효과적으로 전파하고 현실을 직시토록 하거나 대중의 인식의 변화를 꾀하는데 중요한 통로로서의 바람이 깃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성균 Gabe Sheen

신성균은 전액장학생으로 미국 Academy of Art (샌프란시스코) 를 최우수 졸업 (Magna cum Laude) 했고, 현재 홍익대학교 디자인콘텐츠대학원 사진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1년 [Street Musicians] (스탠포드 대학교, 미국 팔로알토), 2010년 [Street Musicians] (Marriott Hotel, 미국 오클랜드), 2009년 [Street Musicians] (Joyce Gordon 갤러리, 미국 오클랜드) 외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리고 2013년 [The Confessions of Self> (미술대학교수전, 삼탄아트마인, 정선), 2011년 [On Being Human: Love, Faith, Shame, and Hope>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미국), [25th National Juried Show> (National Society of Artists, 미국 산타페), 2008년 [International Exhibition of Fine Art Photography] (The Center for Fine Art Photography, 미국 콜로라도) 등 지금까지 총 50여 차례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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