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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side_B
전시기간 2015. 1. 24 ~ 2. 6
전시장소 갤러리카페 마다가스카르
갤러리 주소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3가 132-22 아람빌딩 1F / 6호선 효창공원앞역 2번 출구(02-717-4508)
  • ⓒ이민지 Lee, Minji
  • ⓒ이민지 Lee, Minji
  • ⓒ이민지 Lee, Minji
  • ⓒ이민지 Lee, Minji
  • ⓒ이민지 Lee, Minji
  • ⓒ이민지 Lee, Minji
  • ⓒ이민지 Lee, Min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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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지 Lee, Minji
  • ⓒ이민지 Lee, Minji
  • ⓒ이민지 Lee, Minji
Back.
Behind.
Beside.
그리고,
Beyond.

작년 겨울, 어느 아침이었다.
약간 굳은 표정의 사람들이 빈 교실을 가득 채웠다. 대부분 내 또래의 20대였고, 토익 시험 감독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에게 신원 확인을 위한 화상점검표가 주어졌다. 3x4cm의 증명사진. 그 안에는 비슷한 복장과 비슷한 표정의 얼굴들이 빽빽했다. 검고 흰 정장 자켓, 깔끔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 호감을 주는 표정들. “리슨 케어풀리. 넘버 원...”
시험이 시작되었고 교실에 있는 그들 모두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거기에 그들의 많은 것이 달려있다는 듯. 숨조차 조심스럽게 내뱉으면서.

그 날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그들의 숨은 이야기가 궁금했고, 낯선 이들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되고자 하는 것과 되어야 하는 것 사이에 서 있는 이들의 희망과 절망들, 하다못해 사소한 취향이 궁금했다. 그들은, 우리들은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 걸까.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닐 거였다.
이민지 Lee, Minji

이민지는 2009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해 건축을 공부하던 중 사진을 찍게 되었다. 2012년 내셔널지오그래피 아카데미를 졸업하면서 본격적인 사진작업을 시작했으며 사회공익적 사진집단 꿈꽃팩토리 소속으로 2014년 [제1회 다큐멘터리 사진의 달] 수원지역 전시에 참가했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2014년 아시아프(ASYAAF.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에 작가로 참여했으며, A-아트페어에 [유리도시프로젝트]로 초대되었다. 2012년 [충무로사진축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20대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1-2012 내셔널지오그래피 아카데미
2009-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2014 제1회 다큐멘터리 사진의 달, 수원-오늘의 김밥
2014 아시아프ASYAAF, 서울문화역 284
2014 제1회 장애인창작아트페어, 서울문화역 284
2012 충무로사진축제 우수상
2012 내셔널지오그래피 아카데미 졸업 전시, 이룸갤러리
2011 서울사진축제 포토리뷰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기억의 치환(置換)

이경희 / 전시기획자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시간이 있다. 각자 정해진 시간을 가지고 사람은 태어나며 살아간다. 그 와중의 우리의 시간들은 서로 부딪히고 공유되며 사라진다. 사라진 시간은 기억으로 치환된다.

시간을 가진 것은 존재가 된다. 우리는 시간이 있기에 존재한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존재는 존재자를 존재자로서 규정하는 것, 존재자가 각기 이미 그것으로 이해되어 있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존재자(Das Seiende)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다시 하이데거를 인용하자. 그는 말한다.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우리가 의미하고 있는 것, 그것과 우리가 이렇게 또는 저렇게 관계 맺고 있는 것 등 그 모든 것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또한 우리 자신이 무엇이며 어떻게 존재하는 것도 또한 ‘존재하는 것’이라고.

우리가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해도 우리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존재는 시간을 가진다. 다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하루에도 수천 만 번씩 우리의 존재들은 시간을 공유한다. 부지불식간에.

이민지의 작업은 존재와 시간의 연장선상에 있다. 어느 날 우연히 토익 시험의 시험 감독을 하게 된 젊은 작가의 손에는 다양한 학생들의 얼굴이 담긴 종이 한 장이 쥐어지게 된다. 3X4cm의 증명사진 안에 담긴 각자의 얼굴들. 비슷한 복장과 비슷한 얼굴들이 나열되고 똑같은 얼굴의 사람들은 시험 시작 소리와 함께 조용히 침잠해간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그들의 인생이라도 걸린 듯이.

시험 감독과 수험생들. 각자 다른 시간이 공통된 공간에서 공유되고 분할되고 흩어진다. 각자는 깨닫지 못할지라도 그들의 시간은 ‘거기 있었다’.

똑같은 크기의 사진에 담긴 비슷한 얼굴들에 담긴 진짜 존재란 무엇인가. 이민지는 철저하게 하나하나 그들의 진짜 시간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숨겨진 진짜 존재, 하이데거 식으로 얘기하면 ‘우리가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우리가 의미하고 있는 것, 그것과 우리가 이렇게 또는 저렇게 관계 맺고 있는 것’에 대한 기록이다. 같은 시간을 공유한 자로써의 철저한 고증이며 자기 반성이다. 그리고 자아로의 회귀이다.

빛만 남기고 색을 뺀 듯한 무감한 색채와 날카롭게 분할된 구도, 무표정한 모델의 몸짓 속에서 오히려 처절하게 존재를 증명하고자하는 아우성을 읽는다. 그들은 어떤 존재로 남고 싶어하는 것인가. 어떤 기억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인가.
그들은 곧 우리들일 테니, 우리들은 어떤 기억으로 남고자 하는가.

사라진 기억의 치환은 사진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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