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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광민탕-다 때가있다
전시기간 2016. 12. 2 ~ 12. 30
전시장소 사진‧미술 대안공간 SPACE22, Seoul
오프닝 출판기념회 : 2016년 12월 2일(금) 6:00pm~
갤러리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빌딩 22층(02-3469-0822)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space22.co.kr
관람시간 월~토 11:00~19:00 공휴일 휴관
기타 작가와의 만남 : 12월 21일(수) 6:00~| SPACE22 세미나룸
- 오늘 존재의 기쁨과 슬픔을 듣다. 낡고 오래된 대중목욕탕 ‘광민탕’이 있었다. 광민탕을 중심으로 미용실, 달걀 도매상, 꽃집, 전파사, 가정집들이 고만고만한 높이로 늘어섰다. 매주 목요일을 제외한 새벽 다섯 시면 환갑을 훌쩍 넘긴 여주인이 셔터를 올리며 골목의 하루를 열었다. 광민탕은 43년간 주민들의 애환을 지켜보며 사랑방 역할을 했다. 목욕탕에서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정담을 나눴다. 나는 광민탕을 찾은 동네 사람들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목욕탕 안으로 들고 가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단골손님들에게는 카메라 든 괴짜로 인식되었다. 탈의실에서 조심스레 울리던 카메라 셔터 소리는 습기 가득한 희뿌연 탕 안에서도 조금씩 울려 퍼졌다. 광민탕을 촬영하며 느낀 감정은 고물상 마당에서 쓸 만한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비슷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정겨웠다. 탈의하고 장에 옷을 넣은 후 수건 한 장 들고 입욕실로 입장한다. 입구 왼편에 포개진 플라스틱 의자와 바가지를 하나씩 챙겨 든 다음에는 ‘내 자리’ 찾기를 시작한다. 사람 사이의 빈 공간을 찾아 공간을 확보한다. 미리 선점한 상대방 영역을 침범했다간 자칫 말다툼과 몸싸움이 벌어진다. 대부분 일 분 내 합의하지만 상해 버린 기분은 냉탕 온탕을 번갈아 오가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배불뚝이 중년 사내들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시시비비를 가릴 때면 탕 구석에 몸 담근 나는 카메라 든 손을 어깨에 걸친 채 웃음 참으며 그 광경을 바라본다. 흐린 날 아침, 간밤의 한기가 스민 내복을 벗고 김이 나는 탕 안에서 몸을 녹였다. “오면 가는 게 생이다.” 환갑을 넘긴 잿빛 머리의 남자가 탕 문을 나서며 한마디 던져 놓았다. 나는 선승 같은 사내의 말을 되새김질하며, 사람들 몸을 감싸다가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물의 마음을 생각했다. 오면 가는 게 생이듯 광민탕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 ⓒ손대광 Daegwang Son
  • ⓒ손대광 Daegwang Son
    광민탕-다 때가있다
  • ⓒ손대광 Daegwang Son
    광민탕-다 때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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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민탕-다 때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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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민탕-다 때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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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민탕-다 때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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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민탕-다 때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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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민탕-다 때가있다
  • ⓒ손대광 Daegwang Son
    광민탕-다 때가있다
- 오늘 존재의 기쁨과 슬픔을 듣다.

낡고 오래된 대중목욕탕 ‘광민탕’이 있었다. 광민탕을 중심으로 미용실, 달걀 도매상, 꽃집, 전파사, 가정집들이 고만고만한 높이로 늘어섰다. 매주 목요일을 제외한 새벽 다섯 시면 환갑을 훌쩍 넘긴 여주인이 셔터를 올리며 골목의 하루를 열었다. 광민탕은 43년간 주민들의 애환을 지켜보며 사랑방 역할을 했다. 목욕탕에서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정담을 나눴다.
나는 광민탕을 찾은 동네 사람들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목욕탕 안으로 들고 가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단골손님들에게는 카메라 든 괴짜로 인식되었다. 탈의실에서 조심스레 울리던 카메라 셔터 소리는 습기 가득한 희뿌연 탕 안에서도 조금씩 울려 퍼졌다. 광민탕을 촬영하며 느낀 감정은 고물상 마당에서 쓸 만한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비슷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정겨웠다. 탈의하고 장에 옷을 넣은 후 수건 한 장 들고 입욕실로 입장한다. 입구 왼편에 포개진 플라스틱 의자와 바가지를 하나씩 챙겨 든 다음에는 ‘내 자리’ 찾기를 시작한다. 사람 사이의 빈 공간을 찾아 공간을 확보한다. 미리 선점한 상대방 영역을 침범했다간 자칫 말다툼과 몸싸움이 벌어진다. 대부분 일 분 내 합의하지만 상해 버린 기분은 냉탕 온탕을 번갈아 오가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배불뚝이 중년 사내들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시시비비를 가릴 때면 탕 구석에 몸 담근 나는 카메라 든 손을 어깨에 걸친 채 웃음 참으며 그 광경을 바라본다.
흐린 날 아침, 간밤의 한기가 스민 내복을 벗고 김이 나는 탕 안에서 몸을 녹였다. “오면 가는 게 생이다.” 환갑을 넘긴 잿빛 머리의 남자가 탕 문을 나서며 한마디 던져 놓았다. 나는 선승 같은 사내의 말을 되새김질하며, 사람들 몸을 감싸다가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물의 마음을 생각했다.
오면 가는 게 생이듯 광민탕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손대광 Daegwang Son

2001년 부경대학교 사진정보공학과 졸업
2013년 제1회 최민식 사진상 특별 장려상
2014년 국가문화예술지원 사업 시각영상분야 선정
2014년 ‘일본 in 아리랑별곡’ 사진집 출판 및 개인전
2014년 다큐멘터리의 달 포토 폴리오 리뷰 선정
2015년 전주국제사진포토페스티벌 “터미널 블루스” 사진전
2015년 ‘터미널 블루스“ 류가헌 사진전
2015년 서울뉴욕포토페스티벌 입선
2016년 국가문화예술지원 사업 시각영상분야 선정
2016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진예술강사 문화예술교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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