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44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전시제목 기억흔적
전시기간 2015. 10. 6 ~ 10. 18
전시장소 사진위주 류가헌 Ryugaheon,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의동 7-10 Tel 02-720-2010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ryugaheon.com
관람시간 화(Tue)~일(Sun) 10:30am~06:30pm 월 휴관
‘기억은 과거의 현재*’라고 했다.
기억하는 순간 과거의 어떤 것이 현재에 임재 하는 것이다.

사진가 윤길중이 서울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의 한 폐가에 섰을 때, 그는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 옛 집을 ‘기억’했다. 그러자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조각들과 곰팡이 핀 벽 , 버려진 채 먼지만이 켜켜한 집기들 사이로 그의 유년의 공간과 시간이 오버랩 됐다.

문지방에 놓인 연탄아궁이에서는 연탄가스에 취했던 어린 시절을 만났고, 두 칸 방이 미닫이문으로 연결된 집에서는 부모님의 성생활을 엿들으려던 사춘기 호기심과 마주쳤다. 그 시절들이 놋그릇, 수저, 뜯어진 벽지 등의 오브제를 통해 마치 환영과도 같이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그 앞으로 돌아온 것이다.

“살면서 서른 번 넘게 이사를 다녔다. 자의로 이사를 한 경우는 몇 번 뿐이고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쫓겨나듯 이사를 해야 했다. 북아현동 언덕배기에 미로를 따라 얽히고설킨 폐가들을 도둑고양이처럼 훑고 다니는데 잊고 지냈던 40년 전 기억의 파편들이 엉킨 실타래 풀리듯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 ⓒ윤길중 Gil jung Yoon
    기억흔적 #103 90 × 12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14
  • ⓒ윤길중 Gil jung Yoon
    기억흔적 #129 90 × 12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15
  • ⓒ윤길중 Gil jung Yoon
    기억흔적 #133, 45 × 6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15
  • ⓒ윤길중 Gil jung Yoon
    기억흔적 #202, 90 × 12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14
  • ⓒ윤길중 Gil jung Yoon
    기억흔적 #206, 90 × 12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14
  • ⓒ윤길중 Gil jung Yoon
    기억흔적 #301, 75 × 100 cm UV print on traditional Korean handmade paper, 2014
  • ⓒ윤길중 Gil jung Yoon
    기억흔적 #302, 75 × 100 cm UV print on traditional Korean handmade paper, 2014
  • ⓒ윤길중 Gil jung Yoon
    기억흔적 #305, 75 × 100 cm UV print on traditional Korean handmade paper, 2014
타인의 흔적에서 자신의 기억과 조우하다
- 윤길중 사진전 [기억흔적] 10월 6일부터 류가헌에서

‘기억은 과거의 현재*’라고 했다.
기억하는 순간 과거의 어떤 것이 현재에 임재 하는 것이다.

사진가 윤길중이 서울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의 한 폐가에 섰을 때, 그는 자신이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 옛 집을 ‘기억’했다. 그러자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조각들과 곰팡이 핀 벽 , 버려진 채 먼지만이 켜켜한 집기들 사이로 그의 유년의 공간과 시간이 오버랩 됐다.

문지방에 놓인 연탄아궁이에서는 연탄가스에 취했던 어린 시절을 만났고, 두 칸 방이 미닫이문으로 연결된 집에서는 부모님의 성생활을 엿들으려던 사춘기 호기심과 마주쳤다. 그 시절들이 놋그릇, 수저, 뜯어진 벽지 등의 오브제를 통해 마치 환영과도 같이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그 앞으로 돌아온 것이다.

“살면서 서른 번 넘게 이사를 다녔다. 자의로 이사를 한 경우는 몇 번 뿐이고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쫓겨나듯 이사를 해야 했다. 북아현동 언덕배기에 미로를 따라 얽히고설킨 폐가들을 도둑고양이처럼 훑고 다니는데 잊고 지냈던 40년 전 기억의 파편들이 엉킨 실타래 풀리듯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삶을 통째로 옮길 때마다 응어리졌던 처절한 감정들도 되살아났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그 오랜 응어리들이 서울 북아현동에 모여 굿판을 벌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폐허에 남겨진 떠난 자들의 ‘흔적’ 속에 얼비치는 자신의 ‘기억’을 사진으로 담았다. 떠난 사람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유화처럼 피어난 곰팡이를 찍었다. 제의처럼, 버려진 집기들로 상을 차리고 때론 제사장처럼 훌훌 벗고 춤을 추기도 했다. 그리고는 또, 춤추는 자신을 찍었다. 그러자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면서, 사진 속에 새로운 시간의 축이 담겼다.

시화호의 나무들을 기록한 이전 작업 [픽처레스크-시화]에서 보여주었던 자전적인 이야기와 시간들은 [기억흔적]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장소와 대상은 옮겨왔지만 여전히 그의 사진은 자신을 투영한 기록의 연장이다. 사진가 최광호가 윤길중 작가의 작업을 두고 “치열하게 자아를 찾아가는 삶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고 평했듯이 그의 작업을 보는 이 누구나 윤길중 작가가 지닌 삶의 드라마틱한 무게를 반추해볼 수 있다.

윤길중 사진전 [기억흔적]展은 10월 6일부터 18일까지 류가헌 전시1, 2관에서 동시 전시된다. 전시 문의 : 02-720-2010

*중세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중에서
기억흔적 (Traces of Memory)

서울 한복판 북아현동, 대부분 정든 집을 떠나 어디론가 이사를 갔고 세입자 몇 가구만 버티고 있다. 깨진 유리조각들이 널브러져 있고 벽엔 곰팡이가 검버섯처럼 피어나고 버리고 간 집기들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다. 폐허 속에 남겨진 떠난 자들의 흔적을 따라 들어간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한숨소리가 들린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담배연기가 폐가의 어둠 속에 자욱이 퍼지고 어머니의 주름살이 갈라진 벽처럼 선명하다. 뜯겨나간 창 너머로 타워크레인이 괴물처럼 다가오고 있다. 운명을 다한 집엔 혼령들이 모여 굿을 하고 있다. 나도 불청객이 되어 그들을 따라 춤을 춘다.

살면서 서른 번 넘게 이사를 다녔다. 자의로 이사를 한 경우는 몇 번 뿐이고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쫓겨나듯 이사를 해야 했다. 북아현동 언덕배기에 미로를 따라 얽히고설킨 폐가들을 도둑고양이처럼 훑고 다니는데 잊고 지냈던 40년 전 기억의 파편들이 엉킨 실타래 풀리듯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기억의 흔적을 따라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잡초 우거져 길이 없어진 언덕을 따라 폐가를 들락거렸다. 문지방에 놓여있는 연탄아궁이가 연탄가스에 취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두 칸 방이 미닫이문만으로 연결된 집에서 부모님의 성생활을 엿들으려던 사춘기 호기심이 낯부끄럽게 떠올랐다.

장마철 빛이 안 드는 폐가 구석진 곳에 곰팡이가 유화처럼 피어났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곳에 다른 생명이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곰팡이의 아름다움에 취해 곰팡이 균에 녹초가 되기를 반복했다. 먼지 구덩이 폐가 속에서 살던 이들의 손때 묻은 물건들을 주워 모았다. 생명으로 피어나는 곰팡이 위에 용도를 다해 버려진 오브제들을 올려놓고 시간의 단면을 담고 싶었다.

어릴 적 땅따먹기 놀이를 즐겨했다. 상대의 땅이 늘어난 만큼 내 땅은 줄어든다. 북아현동 정든 이들의 흔적들을 지우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2015년 여름 윤 길 중
막신일호, 호쾌대활

  기어오르기조차 힘든 언덕, 사람 사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을 우리는 달동네라고 했습니다. 윤길중은 그곳에서 소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죽어라 공부해서 이곳을 벗어나자. 죽어라 일해서 잘 살아보자.' 당시, 윤길중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답이었습니다.

  중년이 되어 윤길중은 암이라는 죽음의 공포 앞에 다시 섰습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대로 살아도 되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으며 방황했습니다. 그 답을 풀기 위해 그는 사진기를 들고, 사람이 다 떠나버린 폐허의 북아현동에 섰습니다. 부끄러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과거의 시간이자 꿈이 시작되었던 달동네로 말입니다.

  그 곳에서 윤길중은 가난했던 시간과 조우합니다. 버려진 낡은 공간은 그를, 처절하게 가난했던 과거로 회귀하게 합니다. 가만히 앉아 그 시절을 회상하며 그는 셀프포트레이트로, 과거의 시간과 화해를 시작합니다. 그 즈음 북아현동은 과거와 현재가 사투를 하며 공존합니다. 지독하게 어둡고 그지없이 음울합니다.

  윤길중은 머물거나 도망가지 않고 사진기를 들고 그 스스로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과 사투를 합니다. 그리고 예쁘게 수놓은 복주머니와 여자의 손가방,  책, 크레파스, 놋그릇, 수저, 전기스위치, 썩어 들어가는 벽지의 곰팡이... 등 그를 40년 전으로 데려간 오래된 오브제들 속에서 사람의 체온을 찾아내고야 맙니다. 그 즈음 그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무거움, 어두움, 괴로움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새 생명으로 탄생합니다. 죽음에 맞닥뜨린 지금의 시간을 극복하는 힘을 깨달은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개발 지역을 찾아가 사진을 찍지만 윤길중에게 그 곳의 의미는 다릅니다. 속을 토해내고 풀어내고 스스로를 온전히 청소하고 치유하며 정화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와 사투하는 시간이자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의 작업 [기억흔적]을 통해서, 치열하게 자아를 찾아가는 그의 삶의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그것이 곧 예술의 힘임을 확인합니다.

  사진기만 들면 당당해지고, 사진기만 들면 미물조차도 새롭게 보인다는 그에게서 무소의 이미지를 봅니다. 스스로에게 미치도록 빠지고, 그 좋아하는 것을 원도 한도 없이 할 그의 내일을 봅니다. 자신의 인생에 감동하여 '사진하길 잘 했어' 라고 말하며 눈물 흘릴 그를 상상해봅니다. 그에게 '막신일호(莫神一好) 호쾌대활(好快大活)‘ 두 말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달이 휘영청 밝습니다. 그 달을 쳐다보며 오래된 달동네 골목길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소년 윤길중과 그의 북아현동 사진이 떠오릅니다.

사진가 최광호

* 막신일호 호쾌대활 : 한 가지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여 성취하면 그 보다 신명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네 꿈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펼쳐라
윤길중 Gil jung Yoon

개인전
2015 개인전 [기억흔적] (류가헌 1, 2관) 10/6 ~ 10/18
2015 서울시 초대전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 (서울시청)
2014 개인전 [picturesque-詩畵] (갤러리 나우, 대구문화예술회관)
2013 개인전 [노란들판의 꿈] (혜화역전시관,이음책방,동숭동헌책방)

그룹전
2015 5인전 [기억된 풍경] (공간291)
2014 서울한지문화제 (서울시청)
2014 3인전 [한지 숨.결] 展 (아라아트센터)
2014 동강국제사진제 Growing Up (영월문화예술회관)
2013 중앙대사진아카데미 수료전 (공평갤러리)
2012 3인전 [나는 꼰대가 아니다] (정동갤러리)

작품소장 서울시청(2015)

출판 [기억흔적] (이안북스)


TAG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