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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밝은 방
전시기간 2017. 2. 15 ~ 2. 28
전시장소 갤러리 리채 Gallery RICHE, Gwangju
갤러리 주소 광주광역시 남구 제석로 12 록하빌딩B1 (062-412-0005)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galleryriche.com
유독 살아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집이었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친구는 혼자선 다니지 말라고 했다. 갈거면 오전에 가라고 했다. 밖에서 본것과는 다르게 어두운 방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먼지와 죽은쥐나 벌레들, 그리고 떠난 사람의 흔적정도만 남아 있었다. 남겨진 흔적들을 가지고 이집에 살았을 사람들을 상상했다. 흔적을 기억으로 되살려 보여주고 싶었을까. 사진으로 무얼할 생각이었을까 몇몇집을 찍다보니 나주엔 찍을만한 집이 몇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연처럼 이끌리듯 낮선 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내가 있던 곳에서 한참을 왔을 때 대규모 재개발 단지를 발견했다. 2015년 초 겨울 오후 그곳에 도착하니 여러채의 집이 있었다. 집들이 나를 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 부른 이유가 무었이었을까 초기에 작업을 구상하며 6개월 여를 보냈다. 작업실 쪽방에 암막 커텐을 쳐놓고 다양한 렌즈와 거울을 대보고 프리즘에 비춰보는등 여러 실험을 했다. 어느정도 실험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실 근처 그 집을 찾았다. 0번방. 첫 촬영은 여기서 끝났다. 작업 초기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나의 삶도 작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동안은 카메라를 잡을수 없었다. 여러달이 지난후 다시 찾은 빈집에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1년후 다시 0번방을 찍었다. 집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작업은 어느순간 어머니가 간 세계를 그리고 남겨진 나를 찍고 있었다. 작은 구멍은 어머니와 내가 있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해주는 통로였다. 사진을 사진으로 찍고 있다. 매순간 빈방에서 사진과 대면했다. 아니 눈앞에 사진과 직면했다. 시간이 지나고 집들이 하나씩 어떤날은 한꺼번에 사라져 갔다. 근처를 지나다 마주한 사라진 풍경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작업실에와 이전에 찍힌 사진들을 보니 이제는 사진속 장면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사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없이 많은 사라짐을 보았다. 그것은 내겐 떠나보냄이었다. 시간은 내게서 어머니의 부재를 인정하게 했다. 그리고 사라지는 집들의 풍경에도 익숙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집이 있었던 자리와 집을 찍었던 사진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사진이 이상했다. 왜 이상했을까 왜 수없이 그곳을 찾고 사진을 찍었던 내게도 사진속 풍경이 현실속 풍경으로 전환되지 못했을까. 왜 사진에 찍힌 장면을 의심하게 만들었을까. 균열 균열은 생각보다 깊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으로 그리고 시간에서 기억으로 마지막으로는 다시금 사진으로 날 흔들었다. 균열의 틈에서 보이는 불안전한 어느 지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순천 벌교등지를 떠돌다 이번엔 이끌리듯 드라마 세트장에 가게 됐다. 그곳에 들어섰을때 이곳에 오기위해 그동안 순천을 수없이 다녔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세트장의 풍경도 이상했다. 이곳에도 빈집이 많았는데 내가 보던 빈집은 아닌데 또 빈집 같았다. 이집들은 살아있는 집이 아니었다. 근데 또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가짠데 진짜처럼 보였고 시간에 의해 생명을 얻은것처럼 느껴졌다. 이상한 것은 또 한가지 있었다. 이곳엔 사진을 찍는 수많은 인파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교복을 빌려입고 사진을 찍었다.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 마냥 들떠 있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곳중에 한곳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사진속 사람을 마주봤다. 사진속 사람은 무었이었을까
  • ⓒ조현택 Hyeon Taek Cho
  • ⓒ조현택 Hyeon Taek Cho
    드라마 세트6_pigment print_54×80cm_2016
  • ⓒ조현택 Hyeon Taek Cho
    드라마 세트8-3_pigment print_54×80cm_2016
  • ⓒ조현택 Hyeon Taek Cho
    드라마 세트10_pigment print_54×80cm_2016
  • ⓒ조현택 Hyeon Taek Cho
    빈방 0번방 금계동 57pigment print_80×120cm_ 2015
  • ⓒ조현택 Hyeon Taek Cho
    빈방 26번방 함평군 월야면 외치리 213-1pigment print_80×120cm_ 2015
  • ⓒ조현택 Hyeon Taek Cho
    빈방 55번방_광주시 광산구 덕림동 699-7_pigment print_50×76cm 2015
유독 살아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집이었다. 마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친구는 혼자선 다니지 말라고 했다. 갈거면 오전에 가라고 했다. 밖에서 본것과는 다르게 어두운 방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먼지와 죽은쥐나 벌레들, 그리고 떠난 사람의 흔적정도만 남아 있었다. 남겨진 흔적들을 가지고 이집에 살았을 사람들을 상상했다. 흔적을 기억으로 되살려 보여주고 싶었을까. 사진으로 무얼할 생각이었을까

몇몇집을 찍다보니 나주엔 찍을만한 집이 몇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연처럼 이끌리듯 낮선 길을 따라 차를 몰았다. 내가 있던 곳에서 한참을 왔을 때 대규모 재개발 단지를 발견했다. 2015년 초 겨울 오후 그곳에 도착하니 여러채의 집이 있었다. 집들이 나를 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 부른 이유가 무었이었을까

초기에 작업을 구상하며 6개월 여를 보냈다. 작업실 쪽방에 암막 커텐을 쳐놓고 다양한 렌즈와 거울을 대보고 프리즘에 비춰보는등 여러 실험을 했다. 어느정도 실험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실 근처 그 집을 찾았다. 0번방. 첫 촬영은 여기서 끝났다. 작업 초기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면서 나의 삶도 작업에도 변화가 생겼다. 한동안은 카메라를 잡을수 없었다. 여러달이 지난후 다시 찾은 빈집에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1년후 다시 0번방을 찍었다.

집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작업은 어느순간 어머니가 간 세계를 그리고 남겨진 나를 찍고 있었다. 작은 구멍은 어머니와 내가 있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해주는 통로였다.

사진을 사진으로 찍고 있다. 매순간 빈방에서 사진과 대면했다. 아니 눈앞에 사진과 직면했다.

시간이 지나고 집들이 하나씩 어떤날은 한꺼번에 사라져 갔다. 근처를 지나다 마주한 사라진 풍경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작업실에와 이전에 찍힌 사진들을 보니 이제는 사진속 장면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사진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없이 많은 사라짐을 보았다. 그것은 내겐 떠나보냄이었다. 시간은 내게서 어머니의 부재를 인정하게 했다. 그리고 사라지는 집들의 풍경에도 익숙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집이 있었던 자리와 집을 찍었던 사진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사진이 이상했다.

왜 이상했을까 왜 수없이 그곳을 찾고 사진을 찍었던 내게도 사진속 풍경이 현실속 풍경으로 전환되지 못했을까. 왜 사진에 찍힌 장면을 의심하게 만들었을까. 균열

균열은 생각보다 깊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으로 그리고 시간에서 기억으로 마지막으로는 다시금 사진으로 날 흔들었다.

균열의 틈에서 보이는 불안전한 어느 지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좀 지나고 순천 벌교등지를 떠돌다 이번엔 이끌리듯 드라마 세트장에 가게 됐다. 그곳에 들어섰을때 이곳에 오기위해 그동안 순천을 수없이 다녔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세트장의 풍경도 이상했다. 이곳에도 빈집이 많았는데 내가 보던 빈집은 아닌데 또 빈집 같았다. 이집들은 살아있는 집이 아니었다. 근데 또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가짠데 진짜처럼 보였고 시간에 의해 생명을 얻은것처럼 느껴졌다.

이상한 것은 또 한가지 있었다. 이곳엔 사진을 찍는 수많은 인파가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교복을 빌려입고 사진을 찍었다.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 마냥 들떠 있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곳중에 한곳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사진속 사람을 마주봤다. 사진속 사람은 무었이었을까

조현택

밝은 방, ‘부재(不在)’와 ‘영원(永遠)’이 공존하는 공간

‘경험적 기억’을 토대로 10여년 이상 사진 작업을 해 온 조현택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인물(소년)‘에서 ’풍경(빈 방)‘으로, 최근작에서는 다시 ’인물과 풍경(가짜 세트장 속에서 유령 같은 포즈를 취하며 코스프레를 하는 인물들)의 혼합‘ 시리즈로 변해왔다고 말한다. 그의 오래된 문제의식은 사진의 근원과 예술의 본래적 힘, 그리고 세상이 ’바라보지 않는 곳에 대한 ’빛‘의 기능이 ’사진기‘와 ’사진가‘의 역할이라는 숙명론적 사명감이 아닐까?’ 하는 자기 존재론적 의구심에 있다고 한다.
그는 평소 낡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집착과 수집욕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촬영을 진행하면서도 빈방에 남겨진 여러 물건들을 수집해 왔는데 그것들을 깨끗이 닦고 본래의 모습을 찾아주는 행위가 작업만큼 중요했다고 말한다. ‘거꾸로 되돌려 놓는다’ 는 행위는 이전작업에서도 나타난다. 소년들의 유년 시절을 찍은 사진들에서는 ‘더 어른스러운 면모’를 첨가시켜 그럴듯한 야성미를 덧붙임으로써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대한 미학적 완성’을 꿈꾸고(필자는 이러한 행위를 ‘상상적 복원’ 또는 ‘미숙함에 대한 심리적 극복 장치’라고 이름 붙이고자 한다), ‘빈 방’ 시리즈에서는 누군가 남겨 놓은 흔적인 낙서나 커튼, 액자, 포스터 등 낡은 살림살이를 재배치하거나 집 밖의 풍경을 집 안으로 들여오는 ‘옵스큐라 방식’을 활용하여 그곳에 살았던 이들의 시간을 되돌리고자 한다. 그는 사각형의 빈 방에 암막커튼을 치고, 한 줄기 빛이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을 뚫는다. 그 조그만 구멍으로 들어오는 바깥의 커다란 풍경은 거꾸로 뒤집혀 빈 방의 벽면을 ‘환하게 밝힌다.’ 그럼으로써 ‘죽은 방’은 ‘살아있는 방’이 되고, 거꾸로 뒤집힌 형상만큼 오랜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으로써 작가 자신은 이 집의 존재에 ‘미학적 가치’를 부여하는 ‘신적인 존재’가 되는 동시에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바라보았을 과거의 풍경을 불러온다.

소유의 개념으로 볼 때 집 안의 풍경은 그 집 안에 살았던 이들만의 이야기가 시각화될 수 있는 기록적 다큐멘터리이다. 그러나 집 밖의 풍경을 집 안으로 들여올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지극히 사적인 영역(內)에서 공공의 영역인 집 밖(外)을 바라본 풍경은 이미 그 집에 사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처럼 굳어져 그 시각, 앵글, 각도, 프레임의 불변함은 24시간, 365일 모든 풍경에서 암묵적으로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어 있다. 떠난 이들은 그 곳에 없지만, 그들이 바라보았고, 살았던 집 밖의 풍경은 그대로 집 밖에 남아 역으로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주인 없는 집과 물건들은 모두 쓰임을 다한 죽은 생명처럼 버려져 있는 모습인 반면, 집 밖의 풍경은 한시도 지치지 않고 해가 뜨며, 바람이 불며, 풀이 자라나고, 꽃이 피며, 다시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는 무한한 영속의 시간과 공간을 반복적으로 재생하고 있는 생명 그 자체의 순환을 보여주며 ‘살아있는 풍경’으로 남아 있다.

‘시간’은 속도의 개념이고, ‘공간’은 이미지의 개념이다. 그는 ‘속도’를 제압하는 도구로 ‘이미지(시뮬라크르)’를 선택한 것일까? 그의 결론에 따르면, 사진은 태생적으로 허상의 이미지일 뿐이다. 사진은 죽어있는 것을 찍거나, 살아 있는 피사체를 이미지로 고정시킴으로써 ‘일시적인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도구일 뿐이다.

조현택 작가는 이렇듯 자신이 연출하고 기록하는 사진 작업을 통해 사진에 대한 존재론적 사고를 지속하고 있는데, 주제와 상관없이 그의 작품들은 모두 시간과 공간의 ‘현재적 복원’을 꿈꾸고 있으며, 이렇게 역추적된 풍경은 자신의 결핍된 과거의 어느 시점을 치유하고 있다. 그는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공간’이라는 교차로에서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이 경계에 서 있는 이곳이 자신이 마주한 또 다른 차원의 세계라고 답한다.

갤러리 리채 Curator ․ 學藝硏究室長 박은지

조현택 Hyeon Taek Cho


동신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졸업, 2008
조선대학교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 수학, 2013

개인전
[밝은방], 갤러리리채, 광주, 2017
[빈방-photography], SPACE22, 서울, 2016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대안공간 풀, 서울, 2009
[Boys Be Ambitious], 스페이스 바바, 서울, 2008
[내가 기억하는 것들], 예술의 거리, 야외전시장, 광주, 2002

그룹.기획전
사진창작 레지던시[상상문화발전소] 결과 보고전, 공간갤러리, 전남순천, 2016
공간이다 개관 1주년기념전, 공간이다, 경기 하남, 2016
18회 신세계 미술제 선정 작가전, 광주 신세계 미술관, 광주, 2016
[풍경을 보는 여섯 가지 시선 展], 오승우 미술관, 전남무안, 2016
2016창작공간 페스티벌[SENSIBLE REALITY],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 2016
[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 특별전], 2016 광주 비엔날레, 무각사 문화관, 광주, 2016
아시아 현대미술 연대展[2016河流-전환적 삶의 방식], 광주 시립 미술관 & 핫 스프링 프로젝트, 광주 비엔날레1전시실, 광주, 2016
해피뮤지엄 [사각사각 마법상자 展], 문화예술교육연구소, 금정문화회관대전시실, 부산, 2016
[365일간의 마라톤], 레지던시 결과보고전, 잠월미술관, 함평, 2015
[반하다], 비엔나 쏘세지 클럽, 예술길 17-7 빈집, 광주, 2012
[라운드테이블], 제9회 광주 비엔날레, 비엔날레 전시관, 광주, 2012
제3회 소아암 어린이 사진전 [어떤아이], 한국 백혈병 어린이재단, 경인미술관, 서울, 2010
[거기서다], 새 사회 연대, 제5회 오늘의 인권전, 포스갤러리, 서울, 2009
[또 다른 생각], 라메르 갤러리, 서울, 2007

수상
2007 서울 스페이스 바바 포트폴리오 리뷰 전시 지원 작가 선정

2008 서울 대안공간 풀 젊은 작가 지원 전 선정
2008 서울 아르코 미술관 포르폴리오 서가 수록 작가 선정
2012 광주 비엔날레 포트폴리오 35 최종 작가 선정
2016 전남 문화재단 전시지원 작가 선정
2016 서울 스페이스 22 포트폴리오 open call 작가 선정
2016 광주 비엔날레 포트폴리오 프로그램 선정작가
2017 갤러리 리채 제2회 신진작가 공모전 선정

레지던시
전남 함평 잠월미술관 입주작가, 2015
전남 순천 사진창작 상상문화발전소 1839 입주작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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