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194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전시제목 presentation/representation: 독일현대사진
전시기간 2017. 3. 17 ~ 5. 28
전시장소 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신문로 2가 1-101번지) Tel. +82.2.737.7650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sungkokmuseum.org
참여작가 라우렌츠 베르게스(Laurenz Berges), 알브레히트 푹스(Albrecht Fuchs), 카린 가이거(Karin Geiger), 클라우스 괴디케(Claus Goedicke), 우쉬 후버(Uschi Huber),
마티아스 코흐(Matthias Koch), 비프케 뢰퍼(Wiebke Loeper), 니콜라 마이츠너(Nicola Meitzner), 하이디 슈페커(Heidi Specker), 페터 필러(Peter Piller)
관람시간 10:00am~06:00pm / 입장마감 05:30pm / 월요일 휴관
‘문화가 있는 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오후 8시까지 연장
도슨트 안내 매일 오후 2시, 4시 (‘문화가 있는 날’ 7시 추가 진행)
관람요금 성인(만 19~64세) 5,000원 / 청소년(만 13~18세) 4,000원 어린이(만 4~12세) 3,000원 / 20인 이상 단체 20% 할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65세 이상 4,000원
주최 성곡미술관, 독일국제교류처
후원 괴테인스티튜트 독일국제교류처
The exhibition presentation/representation presents ten positions in contemporary German photography. After a long period during which the first generation of Bernd and Hilla Becher’s former students from the Kunstakademie Düsseldorf left their mark on the field of photography in both the national and international art world, a lively and heterogeneous photography scene has emerged, one which cannot be said to stem from any single educational institution or region or be assigned to any predominant style. The artists in presentation/representation are members of a generation now around 50 years old who have been pursuing their artistic work for more than twenty years. Many have lived and worked in Western and Eastern Germany. The increasing significance of the Hochschule für Grafik und Buchkunst in Leipzig, along with the Kunstakademie in Düsseldorf, has heralded this evolution in the German photography scene. This exhibition is a collaboration between Sungkok Art Museum, Institut für Auslandsbeziehungen (IfA) and Goethe Institut Korea
  • ⓒCourtesy Galerie Wilma Tolksdorf, Frankfurt/Berlin
    라우렌츠 베르게스 Laurenz Berges 1966년생 가르츠바일러 2003 150.2 x 199cm C-Print
  • ⓒCourtesy Frehking Wiesehöfer, Köln
    알브레히트 푹스 Albrecht Fuchs 1964년생 다니엘 리히터, 베를린 2004 53.3 x 43.4cm C-Print
  • ⓒKarin Geiger
    카린 가이거 Karin Geiger 1966년생 라이프치히 (활기넘치는) 2005 100 x 300cm C-Print
  • ⓒClaus Goedicke
    클라우스 괴디케 Claus Goedicke 1966년생 달로의 여행 2006 가변매체 Pigment print on wallpaper
  • ⓒUschi Huber
    우쉬 후버 Uschi Huber 1966년생 정면 2006 37 x 37cm C-Print
  • ⓒMatthias Koch
    마티아스 코흐 Matthias Koch 1967년생 키일 근교 라보에의 잠수함, 1944년 건조 (독일의 역사적 장소 시리즈 중) 2006 125 x 180.1cm Diasec
  • ⓒG Bild-Kunst, Bonn, Germany, 2007
    비프케 뢰퍼 Wiebke Loeper 1972년생 칼 모글린의 자매에게 2005 81 x 59cm C-Print
  • ⓒNicola Meitzner
    니콜라 마이츠너 Nicola Meitzner 1969년생 포워드 모션 2006 46 x 32cm Pigment Print
  • ⓒVG Bild-Kunst, Bonn, Germany, 2007. Courtesy Frehrking Wiesehöfer, Köln. Barbara Wien, Berlin
    페터 필러 Peter Piller 1962년생 구멍 들여다보기 (아카이브의 일부 Archiv Perter Piller) 1999-2006 37 x 33cm Pigment Print
  • ⓒVG Bild-Kunst, Bonn, Germany, 2007. Courtesy Fiedler Contemporary, Köln. Galerie Barbara Thumm, Berlin
    하이디 슈페커 Heidi Specker 1968년생 엘시에 대하여 – 엘시 1 2007 85 x 56cm Pigment Print
[presentation/representation: 독일현대사진]전은 통독 이후 독일 전역에서 활발히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독일 현대미술작가들의 최근 경향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참여 작가들은 뒤셀도르프 사진 학파(Düsseldorf School of Photography)를 이룬 베른트와 힐라 베혀(Bernd and Hilla Becher) 부부와 그 제자들인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토마스 슈트루트, 칸디다 회퍼와 같은 전설적 작가들의 직후 세대로, 이들은 전 대와 마찬가지로 특정한 모티프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비교 분석하는 ‘다큐멘터리 언어’를 구사한다. 하지만 이들은 뒤셀도르프 학파처럼 동질적이거나 지리적으로 묶을 수 있는 특정한 스타일을 구축하는 대신, 역사적, 사회적 부수물들, 또는 사소한 일상과 개인적 감수성을 예술 표현의 주제로 도입하여, 엄격하고 신성한 이미지로부터 친근하고 인간적인 작업들을 보여준다.

이번 참여 작가들은 컬러사진, 대형출력, 디지털이미지 등 폭넓은 현대 기술을 사용하여 과거 화가의 영역이었던 자유로운 이미지 구성은 물론, 새로운 형식의 이미지들을 창조해 낸다.

사실 사진은 ‘상상’ 보다는 ‘현실’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매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실을 대하는 작가들의 시각과 그것을 사진 매체로 표현하는 작업 방식이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즉 사진을 통해 현대의 기술과 예술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시 작품들은 실제를 재현하기보다는 이미지 표현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유연한 사고에 기반을 둔 시각적 이미지들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롤랑 바르트가 아날로그 사진에 대하여 상정한 ‘사진과 피사체 사이의 관계’, 즉 기존의 사진사에서 중시되던 모조, 허구, 진실에 대한 담론보다는 이미지 자체가 현실이 되는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 제목인 ‘presentation/representation’을 각각 ‘제시’와 ‘재현’으로 해석한다면, 사진이 실제의 통상적인 복사물만을 가리킨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사진은 현실을 재현한 이미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재현된 이미지는 작가의 개인적 해석과 예술적 의도에 의해 한 번 더 가공되므로 단순한 재현물이 아닌 다양한 의미들이 교차하는 매우 복합적인 특성을 가진다. 이와 같이 형성된 이미지는 자체적인 의미와 존재가치를 가지게 되는데, 현실에 대한 도발적이고 경쟁적 의미에서 우리는 ‘representation’을 ‘재 제시’라 부르고자 한다. 즉 ‘제시’와 ‘재 제시’란 현실과 이미지의 관계, 현실과 언어, 의미와 언어 간의 이분법적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들 사이의 경계를 흐트러트리는 이미지 자체로만 존재하는 독립적 이미지인 것이다.

출품작들은 연출과 디지털 보정 등 기술의 도움을 받아 모두 2000년 전후에 제작되었으며, 디지털 프린트로부터 전통적 젤라틴 실버 프린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의 프린트로 구성된다.

본 전시는 성곡미술관, 독일국제교류처, 괴테인스티튜트가 공동 주최하는 세계 순회전이다. --
The exhibition presentation/representation presents ten positions in contemporary German photography. After a long period during which the first generation of Bernd and Hilla Becher’s former students from the Kunstakademie Düsseldorf left their mark on the field of photography in both the national and international art world, a lively and heterogeneous photography scene has emerged, one which cannot be said to stem from any single educational institution or region or be assigned to any predominant style.

The artists in presentation/representation are members of a generation now around 50 years old who have been pursuing their artistic work for more than twenty years. Many have lived and worked in Western and Eastern Germany. The increasing significance of the Hochschule für Grafik und Buchkunst in Leipzig, along with the Kunstakademie in Düsseldorf, has heralded this evolution in the German photography scene.

This exhibition is a collaboration between Sungkok Art Museum, Institut für Auslandsbeziehungen (IfA) and Goethe Institut Korea
나치의 국가사회당이 권력을 장악하기 전 독일의 사진계는 매우 풍성했다. 카를 블로스펠트(Karl Blossfeldt, 1865~1932),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 1876~1964), 알베르트 렝거-파츠(Albert Renger-Patzsch, 1897~1966)와 같이 새로운 스타일을 창안한 주인공들이 각자 커리어에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고, 플로렌스 헨리(Florence Henri, 1893~1982), 게르만 크룰(Germaine Krull, 1897~1985), 아엔 비어만(Aenne Biermann, 1898~1933)을 필두로 독일에 거주하며 공부하거나 활동하는 뛰어난 여성 사진작가들이 있었다. 바우하우스(Bauhaus)의 사진교육의 한 축을 이루는 ‘새로운 시각’은 무엇보다도 라즐로 모홀리-나기(László Moholy-Nagy, 1895~1946)와의 밀접한 관련 속에 형성되었다. 그러나 바우하우스에서 펼쳐진 독창적이고도 색다른 사진창작과 다양한 출판 활동은 1933년 이후 바우하우스의 해체와 퇴출, 금지와 검열을 통해 강제적인 종국을 맞게 된다.

전후 서독에서는 오토 슈타이너트(Otto Steinert, 1915~1978)가 이끈 에센의 폴크방 스쿨(Folkwang School)이 1980년대 초반까지 사진교육의 핵심장소였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두 가지 차원의 사진을 배웠다. 한 편에서는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응용사진 분야에서 많은 경력을 쌓아 포토저널리즘 분야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스스로를 작가로 인식하며 각자의 작품에서 예술성을 추구했다. 당시에는 예술사진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 서로 다른 두 영역에서의 활동은 모순이 아닌 필요악으로 간주되었다.

한편 독자적인 독일 예술사진의 발전을 본격적으로 자극한 것은 서로 매우 다른 두 기관들이었다. 베른트 베혀가 1970년대 말부터 사진을 가르친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에서는 토마스 슈트루트(Thomas Struth,1954~ ),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1944~ ), 악셀 휘테(Axel Hütte, 1951~ ), 토마스 루프(Thomas Ruff, 1958~ ),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 1955~ )를 비롯한 베혀의 제자들이 베혀 부부가 1950년대 말부터 활용한 사진 기법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활동 초기부터 많은 연작을 제작하며 특정한 모티프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비교분석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익혔고, 이로부터 각자의 사진작업을 발전시켜 나갔다. 베혀의 제자들은 현재까지도 세계 미술시장을 주도하며 예술사진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후 동독에서는 라이프치히의 그래픽·북아트 아카데미(Hochschule für Grafik und Buchkunst)가 사진교육의 중요한 모체였다. 아노 피셔(Arno Fischer, 1927~2011), 에블린 리히터(Evelyn Richter, 1930~ )와 같은 사진가들의 헌신과 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사진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라이프치히와 동베를린에서는 철의 장막이 무너지는 이른바 ‘전환(Wende)’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정규 예술계에 대항하는 대안적인 전시 및 출판 구조가 이 틈새시장에 형성되었고, 기존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사진 작업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루돌프 섀퍼(Rudolf Schäfer, 1952~ ), 군둘라 슐츠(Gundula Schulze, 1954~ ), 토마스 플로쉬츠(Thomas Florschuetz, 1957~ )와 같은 몇몇 사진가들은 당시 지배적이던 인본주의적 저널리즘 사진의 이미지 공식에서 벗어나 응축된 은유적 이미지 속에 사회비판을 담아내는 법을 알고 있었다.

1990년대 초 독일 통일 이후, 라이프치히 그래픽·북아트 아카데미에서는 같은 숫자의 동독 및 서독 출신 교수를 임명하며 새로운 방향의 사진교육을 시작했다. 티나 바라(Tina Bara, 1962~ ), 헬프리드 슈트라우스(Helfried Strauß, 1943~ )와 같은 동독 출신 작가들이 팀 라우터트(Timm Rautert, 1941~ ), 요아힘 브롬(Joachim Brohm, 1955~ ) 등 매우 이질적인 배경을 지닌 서독 출신 작가들과 함께 가르쳤다. 그들은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방향의 교수법을 지향했고, 주요 이론과 역사를 다루는 강의를 통해 철저한 교육을 실시했다. 독일 전역에서 사진교육제도가 확대, 강화되는 과정에서 라이프치히 아카데미는 과거 에센의 폴크방스쿨과 뒤셀도르프 예술아카데미가 담당했던 선도적 역할을 이어갔다.

한편 사진교육의 확대와 함께 미술관도 변화했다. 1970년대에 사진 전시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면 오늘날 수많은 예술기관들은 사진 전시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미술과 현대미술을 다루는 미술관 가운데 사진 컬렉션을 보유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상이나 장학금의 형태로 사진 작업을 장려하는 수많은 기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오직 소수만이 기회를 잡아 예술 시장에서 성공하였다. 이 전시에 소개된 사진가들의 약력은 현재 50세 전후인 작가들에게 열려 있던 기회들을 알려준다. 이들은 사진가로서의 이력을 쌓기 위해 공부하던 도중이나 이후에 상 또는 장학금을 받았다. 일부는 갤러리 소속 작가로 활동하고 또 일부는 이미 학교에서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라우렌츠 베르게스(Laurenz Berges, 1966년 클로펜부르크 출생, 현 뒤셀도르프 활동)는 부재의 연대를 기록한다. 그의 미니멀리즘 사진은 탄광촌의 쇠퇴로 주민들이 버리고 떠나야했던 생활공간이 전통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세밀히 보여준다. 베르게스는 쇠락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마지못한 듯이 들려주는 공간들의 이야기를 각 공간의 부분을 촬영하여 추적해 나간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정체성에 있어서 특정 공간의 실존적 의미, 그리고 덧없이 사라져버리는 공간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알브레히트 푹스(Albrecht Fuchs, 1964년 빌레펠트 출생, 현 쾰른 활동)는 예술가들의 초상 사진으로 유명해졌다. 유명인사의 초상을 제작하는 사진작가는 누구나 이미 미디어를 통해 잘 알려진 인물의 공식적 이미지를 반복하거나 자화상이라는 정형화된 형태를 답습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푹스는 피사체가 누구인지 찾아내려는 기대를 이용하면서도, 촬영 대상의 전형적인 포즈가 아닌 사적인 순간을 포착해 사려 깊고 성찰적이며 동시에 자신감 넘치는 개별 인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카린 가이거(Karin Geiger, 1966년 도르트문트 출생, 현 뒤셀도르프 활동)의 작품은 도시와 지역 사이의 경계를 보여주는 세 장의 대형사진으로 구성된다. 이 모호하게 정의된 영역들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곤 하지만 관람자들은 그것이 주어진 상황에 대한 다큐멘터리인지 정교하게 연출된 무대인지 확신할 수 없다. 흑백과 컬러 프린트의 적절한 사용은 현재의 상황을 과거와 결합시키면서 이러한 양면성을 더욱 강화시킨다.

클라우스 괴디케(Claus Goedicke, 1966년 쾰른 출생, 현 베를린 활동)는 다양한 크기의 벽지형태로 작품을 제시함으로써 사진을 프레임 속의 오브제로 보여주는 일반적인 전시형태에서 벗어난다. 괴디케는 디지털 합성을 통해 신체 부위를 하나의 장식 패턴으로 만들어 여러 다른 사진들과 함께 배치하는데, 이는 마치 오브제 앞에서 흔들리는 커튼처럼 보인다. 이처럼 추상적으로 배열된 장식 패턴은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를 대조시켜 관람자의 감수성을 고조시킨다.

우쉬 후버(Uschi Huber, 1966년 부르크하우젠 출생, 현 쾰른 활동)의 연작은 예외적 상황에 놓인 도시 건축물을 보여준다. 카니발이 열리는 월요일에 쾰른의 상점과 주택들은 곧 다가올 카니발 행렬에 대비하여 일종의 보호막으로 큰 나무 널빤지를 두르고, 이중문과 입구를 통해서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의 사진에서는 일상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건축적 형태들이 조각처럼 단순화되어 명확히 제시되고, 사진은 다가올 사건과 그 영향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남기지 않은 채 섣부른 해석을 지연시킨다.

마티아스 코흐(Matthias Koch, 1967년 브레멘 출생, 현 뒤셀도르프 활동)는 연작을 구성하는 개별 사진들에서 독일 역사의 특정 시기에서 중요했던 광장, 건물, 장면들을 보여준다. 소방차를 이용해 높은 위치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전통적인 지형도를 떠올리게 한다. 이 특이한 시점은 공간들 사이의 상호관계를 드러내 보이고, 선택된 대상들이 시골 혹은 도시환경 속에 어떻게 자리잡았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코흐는 국가적 상징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낸다.

비프케 뢰퍼(Wiebke Loeper, 1972년 베를린 출생, 현 베를린 활동)는 설치작품에서 1854년 선박 사환의 신분으로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 칼 모글린(Carl Möglin)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글린은 금을 발견해 부를 쌓은 후 미혼인 누이들을 오스트레일리아로 데려왔으며 정기적으로 고향에 편지와 선물을 보내며 유대감을 지켜나갔다. 뢰퍼는 모글린의 편지에 대한 가상의 회신인 컬러사진에서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 비스마르의 현재와 통일의 정치적 과정이 가져온 변화를 알린다. 깊은 사색을 요하는 이 작품은 상실과 희망을 인류 보편적인 방식으로 다룬다.

니콜라 마이츠너(Nicola Meitzner, 1969년 암베르크 출생, 현 취리히 활동)는 지난 수년간 아시아의 대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작업해 왔다. 정렬된 흑백사진들 속에서 도쿄라는 도시는 그 지역의 특수한 건축물들과 거주자들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분위기 속으로 응축된다. 이미지의 배열 방식은 도시 환경의 복잡함과 다층적 구조에 맞는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여행자의 시선을 넘어 대도시를 설명할 수 있게 한다.

하이디 슈페커(Heidi Specker, 1968년 다메 출생, 현 베를린 활동)는 다보스에서 알게 된 엘시(Elsi)라는 여성의 복합적 초상을 일련의 컬러사진으로 담아낸다. 개인적 운명과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의 방식으로 슈페커를 매료시킨 엘시의 생활환경, 알프스의 풍경, 집안의 모습이 그녀의 뒷모습과 함께 이미지의 모자이크를 형성한다. 그 장소뿐 아니라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1955)과 잉게보르크 바흐만(Ingeborg Bachmann, 1926~1973)의 문학작품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일련의 이미지들은 관람자 개인의 연상과도 상호작용한다.

페터 필러(Peter Piller, 1962년 프리츠라르 출생, 현 라이프치히 활동)는 이미 언론에 널리 유포된 사진을 이용해 작업하며 일간지에서 얻은 일상적인 이미지로 거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했다. 차용된 장면들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본래의 맥락에서 분리되고 새로운 크기와 배열로 제시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시된 이미지는 관람자가 각자의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동시에 페터 필러의 작품은 사진이라는 매체, 즉 대중 매체에서 사진에 통용되는 코드에 대한 연구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