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인덱스는 오는 10월 8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이주형의 신작 ‘Grid Landscape (격자 풍경)’을 초대하여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교육자의 역할을 병행하면서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해왔고, 이번 전시는 2004년 ‘원더랜드’ 이후 10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개인전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2008년 ‘자취’라는 사진집으로 정리해낸 일상의 기억을 자극하는 근대건축 작업 이후 작가는 커튼이나 창틀을 매개로 하여 빛에 공명하는 신체적 반응에 주목해왔다.
이주형의 신작은 우리가 가진 따뜻한 정서를 북돋우지만, 이 감정을 극단까지 몰아가지는 않고 어느 시점에서 중단시킨다. 이토록 아련한 빛과 한없이 느린 숨결, 그렇지만 숫자로 치환시키기에도 빈틈없는 계산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주형의 작업은 예술가적 자의식으로 고양된 자신을 격자를 통해 스스로 해석하는 태도를 취한다. 이성적으로 완벽하게 정제된 이 공간에 관객은 각자의 기억을 불어넣는다. 이 또한 우리 나름의 해석이다.
커튼이나 창틀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실내 공간과 창밖 풍경과의 만남을 문화적 구조와 자연 질서의 교차이자 융화로서 인식한다. 이와 동시에 빛의 감각이 일깨우는 신체의 현상학을 통해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것, 파악할 수 없는 어떤 것의 시각적 은유를 도모한다. 희미한 빛은 격자의 복합적 구조 사이를 비집고 나와 우리의 살에 꽂힌다.
지시대상과 작품의 표면을 오가며 부유하는 시선은 관람자의 신체와 결부된 작품 수용의 문제로 이어진다. 중립적 시각의 격자 구조는 육안의 시점에 위배됨으로써 이 같은 신체의 공명을 부추긴다. 게다가 작품 앞에서 눈을 통한 모호한 지각뿐만 아니라 빛으로 휘감기는 시공간적 감각과 함께 신체적 반응이 강화되는 것이다.
건축적 실내 구조의 숨겨진 문화적 코드와 고정될 수 없는 자연의 실체가 만나는 지점은 빛의 감각으로 표상된다. 공간 구조가 자연에 직면하면서 발현되는 시감각의 요소를 존재론의 차원에서 가시화하려는 시도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는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것들도 자연으로 환원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현상학적 체험으로서 부단히 반복되는 실천을 위무하는 과정이다.
빛의 영원성을 전제로 빛의 효과적 측면에서 자아와 관객과의 공명을 시도하고 그리드를 통해서 가시화하는데, 이때 그리드는 다양한 함의를 지닌다. 그리드는 일상에서 햇빛가리개, 블라인드, 커튼 등의 가림막을 의미하며, 틀이란 의미에서 프레임과 관련을 맺고 시각예술의 역사에서는 대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리얼리즘과 연결된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기존의 모더니즘적 질서에 있던 리얼리즘을 벗어나서 사진 이미지를 경계 없는 지점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 만연하는 심미화 현상을 거부하고, 그 대안으로서 추상표현주의에 부합하는 사진을 통해 독창적인 시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격자 풍경’의 새로운 시도는 구상과 추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대중성과 예술성, 관객과 작가의 전통적인 경계를 허물면서 현대사회에서 사진의 맥락을 재탐색 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제시할 수 있다. (김석원, 시각예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