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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1
2019.01.07 21:44

윤보연 BOYEON YUN

조회 수 233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전시제목 INVALUABLE
전시기간 2019. 1. 9 ~ 1. 15
전시장소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Seoul
오프닝 2019년 1월 9일(수) 저녁 5시
갤러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9, 관훈동 성지빌딩 3F T. 02. 725. 2930
작가 홈페이지 http://www.boyeonyun.com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gallery-now.com
관람시간 AM 11:00 ~ PM 6:00
밀란 쿤데라 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교양수업에서였다. 존재가 가볍다는 표현을 그 당시에 어떻게 이해했는지 기억엔 없지만 우울하거나 삶이 힘들 때면 곧잘 생각나던 표현이다. 그럴 때는 나의 존재가 참 가볍다는 표현이 제법 어울렸다. 아주 많이 힘들 때는 내가 참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 존재의 경중 輕重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인의 작업은 그렇게 가볍게 느껴지는 존재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개개인이 모두 존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더 가치 있는 사람,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을 구분하고, 시샘하고, 우러러본다. 모든 인간은 진정 같은 무게의 존재를 가졌을까? 멀쩡하게 작동하지만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되어 더는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를 버리기 위해 해체하였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부품들은 새것처럼 깨끗했고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생명을 다한 부품들이 아직 내 존재는 가볍지 않다며 말을 거는 듯했다. 이 주제의 첫 번째 작업인 Rebirth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버려지거나 잊혀진 사물들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주는 과정이었다. 본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컴퓨터 부품으로 주어진 일을 했던 하나의 컴퓨터 칩은 스튜디오의 조명 아래 독자적인 카메라 샷을 받는다. 사운드카드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그 이름을 불러주는 이는 거의 없다. 불리지 않는 이름을 가진 그 아름다운 물체는 내게로 와서 하나의 오브제로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수행하며 새로이 태어난다. Rename: I’m Here 는 같은 컨셉 아래 버려지는 핸드폰을 이용한 설치작업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시대에 최신 기기로 대체된, 그러나 아직도 사용이 가능한 핸드폰들이 관객에 의해 되살아난다. 이 핸드폰들은 아두이노칩과 모션센서가 연결되어 있고 관객이 등장하면 모션센서가 감지하여 핸드폰을 깨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업에 사용된 오브제들은 이전작업 Rebirth 와 같이 새로운 역할과 재생된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와 동시에 그것들을 버린 주체인 인간이 관객으로 찾아와 이전과 다른 관계를 형성하며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다. 또한 이 작업은 관객이 있을 때만 작동하며 완성되는데 예술작품에서 관객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그들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2018년 새 작업인 Once Again은 폐전선을 사용하여 만든 작업으로 이전작업들과 같은 컨셉으로 진행되었다. 이 작업은 폐전선을 잘게 잘라 정갈하게 나열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거나 액션페인팅 기법을 참조하여 흩뿌려 새로운 추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사용된 폐전선의 피복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이런저런 때가 묻어있지만 그 단면을 잘라보면 크기가 다양한 금속 선들이 자태를 드러낸다. 그 반짝임이 흡사 값비싼 보석을 방불케 한다. 그 아름다운 반짝임들은 더러운 피복 속에서 잠들어있다가 그 역할을 다했을 때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태어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세상에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위 작업들은 사진을 기반으로 한 인터미디어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브제의 재발견, 재형식화를 통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기호에서 벗어나 지금까지의 것과 다른 이미지로 재탄생된다. 본인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잊혀지거나 버려진 물건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한다. 이러한 시도는 인간존재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오브제에 투영하여 그 존엄함을 되찾거나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하였으며 이것이 바로 본인 작업의 목적이고 나아갈 방향이다.
  • ⓒ윤보연 BOYEON YUN
    Re_디지털 프린트_각 61×61cm_2018
  • ⓒ윤보연 BOYEON YUN
    Rebirth_Sound Card_디지털 프린트_111.8×165cm_2016
  • ⓒ윤보연 BOYEON YUN
    Rebirth_2G Cellphone_Cellphone Screen_MP3_각 101.6×66cm_디지털 프린트_2016
  • ⓒ윤보연 BOYEON YUN
    Rebirth_Cassette Player_디지털 프린트_44×77inch_2018
  • ⓒ윤보연 BOYEON YUN
    I Am Here_휴대폰, 동작센서, 마이크로컨트롤러, 전자부품_가변크기_2016~7
  • ⓒ윤보연 BOYEON YUN
    I am..._영상, 설치_150×275cm_2017
  • ⓒ윤보연 BOYEON YUN
    At Last_패널에 혼합재료_116.8×91cm_2018
  • ⓒ윤보연 BOYEON YUN
    Once Again BW and WR_캔버스에 혼합재료_33.4×24.2cm, Mixed media on canvas, 2018

INVALUABLE


밀란 쿤데라 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교양수업에서였다. 존재가 가볍다는 표현을 그 당시에 어떻게 이해했는지 기억엔 없지만 우울하거나 삶이 힘들 때면 곧잘 생각나던 표현이다. 그럴 때는 나의 존재가 참 가볍다는 표현이 제법 어울렸다. 아주 많이 힘들 때는 내가 참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 존재의 경중 輕重이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본인의 작업은 그렇게 가볍게 느껴지는 존재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개개인이 모두 존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더 가치 있는 사람,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을 구분하고, 시샘하고, 우러러본다. 모든 인간은 진정 같은 무게의 존재를 가졌을까?

멀쩡하게 작동하지만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되어 더는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를 버리기 위해 해체하였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부품들은 새것처럼 깨끗했고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생명을 다한 부품들이 아직 내 존재는 가볍지 않다며 말을 거는 듯했다. 이 주제의 첫 번째 작업인 Rebirth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버려지거나 잊혀진 사물들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주는 과정이었다. 본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컴퓨터 부품으로 주어진 일을 했던 하나의 컴퓨터 칩은 스튜디오의 조명 아래 독자적인 카메라 샷을 받는다. 사운드카드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그 이름을 불러주는 이는 거의 없다. 불리지 않는 이름을 가진 그 아름다운 물체는 내게로 와서 하나의 오브제로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수행하며 새로이 태어난다.

Rename: I’m Here 는 같은 컨셉 아래 버려지는 핸드폰을 이용한 설치작업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IT 시대에 최신 기기로 대체된, 그러나 아직도 사용이 가능한 핸드폰들이 관객에 의해 되살아난다. 이 핸드폰들은 아두이노칩과 모션센서가 연결되어 있고 관객이 등장하면 모션센서가 감지하여 핸드폰을 깨워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작업에 사용된 오브제들은 이전작업 Rebirth 와 같이 새로운 역할과 재생된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와 동시에 그것들을 버린 주체인 인간이 관객으로 찾아와 이전과 다른 관계를 형성하며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다. 또한 이 작업은 관객이 있을 때만 작동하며 완성되는데 예술작품에서 관객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그들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2018년 새 작업인 Once Again은 폐전선을 사용하여 만든 작업으로 이전작업들과 같은 컨셉으로 진행되었다. 이 작업은 폐전선을 잘게 잘라 정갈하게 나열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거나 액션페인팅 기법을 참조하여 흩뿌려 새로운 추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사용된 폐전선의 피복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듯 이런저런 때가 묻어있지만 그 단면을 잘라보면 크기가 다양한 금속 선들이 자태를 드러낸다. 그 반짝임이 흡사 값비싼 보석을 방불케 한다. 그 아름다운 반짝임들은 더러운 피복 속에서 잠들어있다가 그 역할을 다했을 때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태어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세상에 선보인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위 작업들은 사진을 기반으로 한 인터미디어 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브제의 재발견, 재형식화를 통해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오브제가 가지고 있는 기호에서 벗어나 지금까지의 것과 다른 이미지로 재탄생된다. 본인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잊혀지거나 버려진 물건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한다. 이러한 시도는 인간존재의 의미에 대한 탐구를 오브제에 투영하여 그 존엄함을 되찾거나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하였으며 이것이 바로 본인 작업의 목적이고 나아갈 방향이다.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


김영호 (중앙대교수, 미술평론가)


국내 학부에서 환경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 했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미국 인디아나 대학에서 사진인터미디어로 다시 석사학위를 받은 윤보연이 귀국 후 첫 개인전을 갖는다. 환경·공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부를 해 왔고 이러한 노정에 대해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작가에게 건넬 수 있는 덕담이란 우리는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작가가 걸어온 길이 탐구와 도전의 열정으로 채워져 있음을 전제한다면 전공의 다양성은 오히려 그의 작업을 주목하게 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데뷔전을 치루고 있는 윤보연에게 예술과 공학을 아우르며 체득한 경험과 융합적 사고의 결실들을 선보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미술계에도 반가운 일이다.

윤보연이 이번 전시에 내건 주제는 ‘INVALUABLE’ 즉 가치에 관한 것이다. 유용성에 대한 물음은 대개 사물에 관한 것으로 시작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재에 관한 물음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생각해 볼 일은 작가의 경우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의 문제는 예술 작품의 형식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존재의 본성이 불교철학에서 말하는 비어있음(空)이나 무아(無我)의 개념으로 설명될 때,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관건은 그 성찰이 어떤 조형언어로 구현되고 있는가에 따라 차별화된 가치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예술의 문제는 언제나 철학적 의미구조를 품고 있지만 결국 예술의 형식과 원리의 문제로 귀결된다.

윤보연은 이번 전시에 ‘순수사진’과 ‘인터랙티브 오브제’ 그리고 ‘영상설치’ 시리즈를 선보인다. 여기에 전깃줄을 절단한 후 그 점 조각들을 조형요소로 삼은 ‘평면작업’ 시리즈도 있는데 ‘손의 노동’이라는 전통적 과제를 여전히 품고 있는 작가의 의욕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순수사진’ 시리즈는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해체해 찾은 부속 하나를 카메라로 포착해 대형 화면에 확대 전사한 것이다. 이 작업에서 개입된 작가의 역할은 컴퓨터 부속의 정밀한 구조에서 어떤 세계를 발견한 것, 그 발견된 부속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진 이미지로 재현한 것, 새로운 재현을 통해 이미지에 어떤 가치를 부여한 것 따위로 정리될 수 있다. 도시의 야경이거나 인물의 초상 혹은 뇌의 신경계를 연상케 하는 사진 이미지는 김춘수 시인의 싯귀를 떠오르게 한다. 꽃을 향한 시인의 궁극적 바람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의미를 만들어 내고, 나아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내가 그의 의미가 되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로 남기를 바라는 시적 메시지가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윤보연이 컴퓨터 부속 이미지에 유용한 가치를 부여하는 예술적 방식이란 무엇인가. 앞선 설명처럼 일상의 영토에서 사물을 발견하는 눈과, 접사 프레밍을 통해 그것을 사진으로 재현하는 세밀한 기술과, 오직 예술 작품으로서의 유용성 이외의 기능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전치(데페이즈망)의 원리 등으로 설명될 수 있다.

두 번째 시리즈인 ‘인터랙티브 오브제’ 작품들은 버려진 스마트폰 몸체에 센서를 연결해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도록 만든 설치작업이다. 신의 손으로 불리우는 스마트폰은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도구이지만 새로운 버전의 등장에 의해 2-3년을 주기로 폐기되는 운명에 처해 있는 사물이다. 작가는 서랍 속으로 안치된 스마트폰들을 다시 현실로 불러내어 관객들과 대면시킴으로서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새 생명을 얻게 된 고물 스마트폰은 자신이 광고의 희생물이자 과학의 시체이며 과잉된 소비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애써 발언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토해내는 발언은 소극적이다. 옛 주인이 사용하던 초기 화면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전자음을 반복적으로 재현할 뿐이다. 관객 앞에서 아가리를 벌리는 듀얼 스마트폰의 몸짓은 즐거움을 파는 어릿광대처럼 애처러워 보인다. 서랍에 잠들고 있거나 폐기되거나 중고의 신체로 외국으로 수출되는 스마트폰의 존재는 생멸변화(生滅變化)하는 존재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경우 예술로서의 가치는 절대가치의 부재를 알리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의 이름 부르기라 아니할 수 없다.

윤보연의 이번 전시 하이라이트는 세 번째 시리즈인 영상설치 작업이다. 30개의 세라믹 안면 조각이 벽면에 흩어져 부착되어 있고 그 위에 실존 인물의 얼굴 영상이 순차적으로 비추어지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음성이 스피커에서 나오도록 되어 있다. “"I am Melanie Stepro!, I am Jake Sneath!”전시장 공간에서 다양한 인종의 마스크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낯선 상황과 대면하고 있는 것은 관객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축성된 공간인 전시장을 방문한 관객이 영상설치 작품이 건네는 인사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프로젝터가 발사한 빛을 받아 지명된 존재들이 순차적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상황은 어느덧 작은 사건(해프닝)이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인물들이 스스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 상황에 내가 개입되는 것이다. 나의 의식은 어느덧 벽면의 군중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내 스스로를 소개한다. “나는 000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그런데 나는 누구인가? 작가의 전략에 따라 존재하는 나에 대한 성찰의 단계로 전환되는 순간의 나를 경험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상의 세 시리즈 저변에 흐르고 있는 공통적인 요소는 INVALUABLE(매우 유용한, 귀중한)이라는 전시주제에 의해 하나로 수렴된다. 사물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묻고 있다. 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의 성찰’은 철학적 논쟁의 중심적 화두로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 까지 동서를 막론하고 이어져 온 주제였다. 그것은 비단 철학의 영역뿐만 아니라 종교와 예술의 영역에서도 지속되어 온 화두였다. 인간의 문명사 전체가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와 가치를 묻고 규정해온 역사라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서양의 존재론에서 의미론 그리고 해체론에 이르는 방대한 철학적 영역의 논쟁은 인간의 지각과 인식 체계가 무한하게 열려있음을 보여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동양 불교의 연기론(緣起論)과 공사상(空思想)이 드러내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의 정의는 명증함과 장쾌함을 제공한다. 더불어 노자의 도가사상은 존재의 실체와 가치를 이해하는 초석이 되고 있다.

노자의 도덕경 제1장 첫 구절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즉 “말할 수 있는 도는 항상 하는 도가 아니고, 명명할 수 있는 이름은 항상 하는 이름이 아니다.” 이 말의 의미는 세상의 존재는 언어로 규정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닌다는 것이며, 역으로 해석한다면 언어로 규정된 존재는 그 존재의 속성과 다른 차원의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네 인간의 삶과 의식과 역사는 모두 언어로 정리되어 있다. 언어로 정리되어 있는 세상은 따라서 존재의 본성과는 별개로 의미를 부여받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문화나 문명이 모두 이 언어적 체계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큰 의미로서의 언어적 법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언어로 짜여진 문화나 문명의 세계는 불완전하며 임의적이고 규약적인 체계안에서 작동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우리가 이해하고 나면 우리 앞에는 두 가지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언어 이전의 세계와 언어로 짜여진 세계다. 예술은 언어를 통해 언어 이전의 세계와 소통을 지향한다.

윤보연의 첫 개인전에 부쳐 방대한 동서의 철학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존재하는 것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윤보연의 작품들은 ‘존재하는 것에 대한 사유의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여기다 예술의 이름을 덧붙인다면 윤보연의 작품들은 존재하는 것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서 예술적 언어에 관한 성찰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철학적 담론 자체가 아니라 철학적 담론을 이끌어내는 예술적 언어의 방식이 논점이 된다. 버려진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의미를 품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되는 사연과 그것이 품고 있는 가치에 관한 ‘예술적 고찰’이 작가로서 그녀가 앞으로 심화시켜야 할 과제일 것이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변혁기를 살고 있다. 예술과 공학이 융합되고 인공지능이 미래가 되는 시대에 예술에 대한 정의와 본성을 새롭게 규정하는 일이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변환의 시기에 윤보연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은 존재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언어적 ‘인식’을 넘어 ‘깨달음’이라는 명제로 풀어내 온 전통이 우리에게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019.1)

Value of beings


Boyeon Yun has her first solo exhibition: invaluable. After her undergraduate degree in environmental science and computer engineering, she went to graduate school to study about photography. She moved to the United States and studied further Photography and Intermedia from Herron School of Art and Design, Indiana University Graduate School. Appreciating her academic background of different fields, both engineering and art, I would like to say that we are blessed to live in a world where everything is possible. Based on her previous path filled with experimental and ardent studies, her academic diversity can surely characterize her photo works. The first solo show of Yun is not only a chance for her to present the achievement after the long effort and integrating thoughts, but a news that the art world should celebrate.

The title for the exhibition is “Invaluable”─ it deals with value. Any questions of value may start from objects but tend to end with an ontological question of existence. I would like to spotlight the way Yun shows the value of existence through the form of her works. While Buddhist philosophy explains the nature of existence with impermanence (空) or not-self (無我), the art focuses on different values given to the being depending on what artistic language is used to visualize it. Concerns in art are always related to philosophical questions and are destined for the matter of artistic form and principle.

Photographs of fine art, interactive objet, and video installation are on the exhibition. Especially with the series of 2D work, in which the cut surfaces (or the dots) of electric wires are framed as object, we can see the willingness Yun is taking toward the conventional question of ‘manual labor.’

In the first series of fine art, she dismantled her own computer tower to magnify one of its parts on a big screen. From finding a certain world in the structure of a part, to reproducing into a photograph to give meanings to the world, and to granting certain value to the image, she plays an important role in each step. Some of her works looking like night city view, a portrait, or the nervous system in brain remind me of a verse in a poem by Kim Chun-su, a renowned poet in Korea. As the poet’s ultimate desire in the poem, I hope that a meaning is born when I call one’s name and that somebody call my name so I become a meaning to him. We all hope we remain as a meaning that is never forgotten. And the poetic message is successfully depicted in her work. Then, what is the artistic method that Yun uses when she determines the value of the image? As mentioned above, it comprises of an eye for discovering an object in everyday life, a detailed technique that visualizes the object on a photo image through the close-up framing, and a process of displacement (dépaysement) that removes any pragmatic value from the material instead to allow a new artistic value.

Interactive objet, the second series, is installation art works of used smartphones that have sensors to detect and react to movements of viewers. Although smartphones are one of most essential items in a modern life, it is their fate to be thrown away every two or three years because of the incessant advent of new models. Yun takes out the old gadgets from a drawer and gives a new value by display them in front of people. The reanimated smartphones claim they are victims of marketing, corpses of science, and leftovers from excessive consumerism. But their language is passive. What they can do is just showing their home screen set by its old owner or playing an electronic sound repetitively. Flip phones wide open to people seem pitiful like clowns getting laughs with their slapstick. Whether abandoned in drawers, discarded, or exported to foreign countries, smartphones reflect the existential nature of being: birth, death and change(生滅變化). It is an irony that artistic value is added by revealing the absence of absolute value.

The exhibition reaches the climax at the third series, the video installation. Ceramic relief sculptures of thirty faces are attached to a wall and a face of real people is projected onto one of the sculptures randomly and a brief introduction is played at the same time. "I am Melanie Stepro!, I am Jake Sneath!” We need to pay attention to the fact that viewers in the exhibition are the ones that face these ceramic masks of various races introducing themselves. How are the viewers supposed to react for the greetings from such an artificial setting? The images created by a projector introduce themselves in turn and this becomes a “happening.” You will spontaneously get involved in the situation not because you call other’s name but they introduce themselves to you. Your mind is drawn to the crowd on the wall. You introduce yourself. “I am (your name)!” Then you get to ask yourself. Who am I? Interestingly, viewers will experience a transition of thoughts and be led to self reflection, as Yun intended,

The common element encompassing the three series is “invaluable,” the main theme of the exhibition. The show raises a question about value of existing beings from lifeless objects to humans. Introspection on value of beings has been the enduring topic in philosophical discussions all over the world. Not only philosophy, but the realms of religion and art understand its significance. One can hardly dissent from the idea that through the course of human civilization we have tried to find answers for what the meaning or value of existence is.
The vast philosophical debate in the western world from ontology to semantics and to deconstructionism shows that the human perception and recognition are open to an infinite extent. In contrast, the eastern philosophy provides a clear definition or an answer with the theories of causality(緣起論) and impermanence(空思想) in Buddhism. Taoism attributed to sage Laozi laid the foundation stone for better understanding of the question.

The ancient philosopher’s book Tao Te Ching starts with the following line.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The Tao that can be spoken is not the eternal Tao
The name that can be named is not the eternal name
It means a being has a quality that can’t be defined in a language, which in turn means the language may add a new dimensional value to the being. Language is the medium of the process of our perception, life, and history. Thus the world described in a language will inevitably have some additional value that doesn’t belong to it. Since our culture and civilization are set in the linguistic system, they tend to follow linguistic principles. Because of this characteristic, the world is trapped in the imperfect, regulatory, and temporary system. Once we understand the disparity, we will acknowledge the existence of two different worlds: one detached from language and the other established on the language. Art seeks the language to communicate with the former.

Yun attempts to introspect existing things and the ancient philosophies can help you understand her photographs in the exhibition. To be precise, her works represent her contemplation. By intriguing deep thought on beings, the photographs examine an artistic language. What is important is not the philosophical discourse itself but the way of artistic language attracting the discourse. Yun will have to deepen her artistic contemplation on the journey and value of things like old computer towers or smartphones coming back to life as a piece of art.

We are living in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Today when art and science are being fused and artificial intelligence dominates our future, a new definition and quality are needed for the art more than ever. Since we have the long-lasting tradition which approaches the philosophical question about existing beings with enlightenment beyond linguistic recognition, we look forward to the artistic path Boyeon Yun will take hereafter.

Professor Kim Youngho
Art Critic
Chung-Ang University, Korea

윤 보 연/ BOYEON YUN


Education
2017 순수예술학 석사, 사진 인터미디어 전공, 헤런 스쿨오브 아트 앤 디자인, 인디애나 대학교
2005 예술학 석사, 사진전공,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
2003 이학사, 공학사, 환경학전공, 컴퓨터공학전공, 서울여자대학교

Solo Exhibition
2019 Invaluable, 인밸류어블, 갤러리나우, 서울

Group Exhibitions
2017 Look/See, 룩앤 씨 , 에스케나지 홀, 인디애나, 미국
2017 Common Objects, 커먼 오브젝트, 미국 시카고 하이츠 유니온 스트리트 갤러리, 일리노이, 미국
(네이셔널 쥬리드 선발전시)
2017 Art Yellow Book #3, 아트 옐로우 북 #3 참여 작가 전시, CICA 박물관, 경기도
2016 Wrong, 롱, 에스커나지 순수예술 센터, 인디애나, 미국
2016 Heritage Spectrum, 헤리티지 스펙트럼, 미국 인디애나 주립 박물관, 인디애나, 미국
2016 Rumination, 루미네이션, 인디 아티스트 콜로니 갤러리, 인디애나, 미국
2016 Resolve, 리졸브, 마쉬 갤러리, 인디애나, 미국
2015 Escape, 이스케이프, 콜라보 전시, 미 바질 갤러리, 인디애나, 미국
2005 석사학위청구전, 이화여자대학교, 서울
2004 소리전, 관훈갤러리, 서울
2003 소리전, 관훈갤러리, 서울

Related Experience
2017 제 14회 인디애나 아트페어, 미국 인디애나 주립 미술관
2016 비지팅 아티스트, 미국 인디애나 주립 미술관

Publication
2017 아트 옐로북 #3, CICA Press 출판

윤 보 연/ BOYEON YUN


Education
2017 MFA in Photography and Intermedia, Herron School of Art and Design, Indianapolis, IN
2005 MA in Photography, The Graduate School of Design,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2003 BS in Environment Science and BE in Computer Engineering, Seoul Women’s University, Seoul, Korea

Solo Exhibition
2019 Invaluable, Gallery Now, Seoul, Korea

Group Exhibitions
2017 Common Objects, National Juried Exhibition, Union Street Gallery, Chicago Heights, IL
2017 Art Yellow Book #3, CICA Museum, Gyeonggi-do, Korea
2016 Wrong, Eskenazi Fine Art Center, Indianapolis, IN
2016 Heritage Spectrum, Indiana State Museum, Indianapolis, IN
2016 Rumination, Indy Indie Artist Colony Gallery, Indianapolis, IN
2016 Resolve, Marsh Gallery, Indianapolis, IN
2015 Escape, Basile Gallery, Indianapolis, IN (collaborative)
2005 Degree Show,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2004 SORI, Gwanhoon Gallery, Seoul, Korea
2003 SORI, Gwanhoon Gallery, Seoul, Korea
2001 Yeo A, Ye-Choung Gallery, Seoul, Korea

Related Experience
2017 14th Annual Indiana Art Fair, Indiana State Museum, Indianapolis, IN
2016 Visiting Artist, Indiana State Museum, Indianapolis, IN
2008 Curator, Contemporary Photography Gallery NOW, Seoul, Korea

Publication
2017 Art Yellow Book #3, Published in U.S. and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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