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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4
2018.04.16 19:07

한수정 Sujung Han

조회 수 241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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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winter
전시기간 2018. 4. 11 ~ 4. 23
전시장소 GALLERY INDEX,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인사동길 45. 인덕빌딩 F3. 갤러리인덱스 (02-722-6635)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galleryindex.co.kr
관람시간 11:00 ~ 19:00
그해 1월. 겨울은 어느 해 보다도 짱짱한 추운 모습을 오래도록 드러내면서 한껏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나는 그 겨울의 중심 속으로 한 발 한 발 걸어 들어갔다. 인적 드문 계곡과 강가에는 겨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찬바람은 얼음과 눈 위를 끈임 없이 미끄럼 타고 있었다. 그 겨울의 빛을 보는 나도 또 하나의 겨울이 되고 싶었다. 겨울과 한 몸이 될 때, 비로소 겨울의 속살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주 갔다. 많이 봤다. 말 없는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었다. 그러자 겨울이 응답했다. ‘자,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아, 찍어도 좋아’ 그러나 어떻게 찍어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겨울 앞에 서지 않았다. 모든 것을 맡겼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겨울이 원하는 곳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세우고, 겨울이 원하는 노출을 주는 것으로 내 역할을 한정했다. 따라서 내 사진은 겨울이 나를 앞세워서 하고픈 자신의 독백일지도 모른다. 겨울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생각도 함께 담아졌다. 폴 발레리는 이렇게 노래했던가? ‘ 바람이 분다. 살아야지’ 그렇다. 살다 보면, 때때로 삶이 우리를 속일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때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이 겨울 냉기처럼 밀려온다. 겨울을 찍으면서 얻는 작은 소출 하나. 얼음판 위를 빈번히 미끄러지며 나뒹구는 저 찬바람 때문에 나머지 계절과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는 것. 그래서 나도 겨울 속으로 자꾸 미끄러지며 들어갔다. 그렇구나. 아직 얼지 못한 계곡물들은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자신의 살아있음을 과시하고 있었고, 동시에 다가올 봄을 노래했다. 아! 다시 살아 봐야겠다. 사진을 해 오면서 대학에서 사회 복지를 전공했다. 영국에 잠시 머물 때 자주 미술관과 화랑을 찾았다. 그 영향이었겠지만,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촌쯤 되는 사진으로 관심 방향도 확대 되었다. 늦깎이로 중대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아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사진에 대한 갈증은 더 심해졌다. 한 모금의 샘물은 없는지. 몇 번의 단체전에 참여도 해 봤으나 답답함은 여전하다. 이번 사진 찍으면서 문득 마이클 케냐가 떠올랐다. 그가 쓰는 카메라와 필름 그리고 소재가 겹치기 때문일까? 그의 사진은 아름답기는 해도 인생이 빠진 것이 늘 아쉬웠다. 그 빈 곳을 채우기를 꿈꾼다. 이 꿈을 가지고 출발하는 개인전은 또한 나의 첫 전시이기도 하다.
  • ⓒ한수정 Sujung Han
  • ⓒ한수정 Sujung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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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나와 교감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것 하나를 보여주기. 아마도 이것이 미국에서 출발한 형식주의 사진이 꿈꾸었던 것이리라. 한수정의 사진은 순결한 배색 겨울에 초점을 맞춘다. 그 순백의 세계에, 그리고 두꺼운 얼음, 여전히 뜨거운 흐름을 보여주는 물결에. 그것들이 사진가의 눈에 걸려 조화롭게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필름으로, 깊은 심도를 이용해서 만든 흑백 사진은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움이다. 겨울 사진가 마이클 캐냐를 좋아하는 사진가의 사진은 그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겨울이 빚은 단단한 형식미는 추상을 향해 진행 중이다.
그해 1월. 겨울은 어느 해 보다도 짱짱한 추운 모습을 오래도록 드러내면서 한껏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리고 나는 그 겨울의 중심 속으로 한 발 한 발 걸어 들어갔다.
인적 드문 계곡과 강가에는 겨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찬바람은 얼음과 눈 위를 끈임 없이 미끄럼 타고 있었다.
그 겨울의 빛을 보는 나도 또 하나의 겨울이 되고 싶었다.
겨울과 한 몸이 될 때, 비로소 겨울의 속살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자주 갔다. 많이 봤다. 말 없는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었다. 그러자 겨울이 응답했다.
‘자,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아, 찍어도 좋아’ 그러나 어떻게 찍어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겨울 앞에 서지 않았다.
모든 것을 맡겼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겨울이 원하는 곳에 카메라와 삼각대를 세우고, 겨울이 원하는 노출을 주는 것으로 내 역할을 한정했다.
따라서 내 사진은 겨울이 나를 앞세워서 하고픈 자신의 독백일지도 모른다.
겨울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생각도 함께 담아졌다.
폴 발레리는 이렇게 노래했던가?
‘ 바람이 분다. 살아야지’ 그렇다. 살다 보면, 때때로 삶이 우리를 속일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때는 견딜 수 없는 통증이 겨울 냉기처럼 밀려온다.
겨울을 찍으면서 얻는 작은 소출 하나.
얼음판 위를 빈번히 미끄러지며 나뒹구는 저 찬바람 때문에 나머지 계절과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는 것.
그래서 나도 겨울 속으로 자꾸 미끄러지며 들어갔다. 그렇구나.
아직 얼지 못한 계곡물들은 매서운 한파 속에서도 자신의 살아있음을 과시하고 있었고, 동시에 다가올 봄을 노래했다.
아! 다시 살아 봐야겠다.

사진을 해 오면서
대학에서 사회 복지를 전공했다.
영국에 잠시 머물 때 자주 미술관과 화랑을 찾았다.
그 영향이었겠지만,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사촌쯤 되는 사진으로 관심 방향도 확대 되었다.
늦깎이로 중대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아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사진에 대한 갈증은 더 심해졌다.
한 모금의 샘물은 없는지. 몇 번의 단체전에 참여도 해 봤으나 답답함은 여전하다.
이번 사진 찍으면서 문득 마이클 케냐가 떠올랐다.
그가 쓰는 카메라와 필름 그리고 소재가 겹치기 때문일까?
그의 사진은 아름답기는 해도 인생이 빠진 것이 늘 아쉬웠다.
그 빈 곳을 채우기를 꿈꾼다.
이 꿈을 가지고 출발하는 개인전은 또한 나의 첫 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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