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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4
2018.04.05 00:46

박설미 Park Seol-Mi

조회 수 259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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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바다, 꿈을 꾸다-순수(純粹) Sea, have a dream-Pureness
전시기간 2018. 4. 18 ~ 4. 24
전시장소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9, 관훈동 성지빌딩 3F T. 02. 725. 2930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gallery-now.com
바다,꿈을꾸다(순수) 사진에 대한 갈망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의류학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이너로서 바빴던 5년의 직장생활 마치고 이태리(lstituto Marangoni, Milano)에서 유학 후 더 바빠진 활동을 하면서 사진입문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미련으로만 남아있던 사진을 시작한지 3년이 되어가며 입문 동기는 간단하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의 멋진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고, 직업과 관련하여 여행의 기회가 많았던 나는 이국적인 풍광을 보면서 늘 함께 하고픈 많은 이들을 떠올리며 아쉬워하곤 했다. 아름다운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 택한 방법이 바로 사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이 지금은 내게 가장 절친한 친구로 다가와 있다. 언제 어디서나 늘 함께 하며 나의 내면 깊이 파고들어 묻혀 있던 감성을 자유롭게 파헤치는, 본질적 삶과 자아를 표현하게 해주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전반적인 작업은 ‘The dream project’이며 작품의 주제는 기억 속 유년기에서 출발해 10대, 20대……미래의 70대, 80대에도 계속하여 이어간다. 바다, 꿈을꾸다 (순수) 바다, 꿈을꾸다 (열정) 바다, 꿈을꾸다 (그리움) 첼시의 정원 카를로의 방 이방인의 흔적 상실의 슬픔 . . . 한 인간의 생애는 100년일 수도 있다.그 오랜 시간의 내면적 변화의 기록을 하는 작업이다. 전 생애를 관통하며 내면(감성,가치,철학)의 궤적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카메라를 이용한 몽환적이고 창조적인 포착을 통해 추억을 재구축하고 현재화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가시권의 세계를 뛰어넘는 내면의 전면적인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상상력의 틀을 깨는 경이로움을 창조하고자 한다.그리하여 소생한 개인적인 기억은 보는이의 기억과 연결되고 이야기를 나누며 끊임없이 숨을 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전시회에서 보일 ‘The dream project’의 첫 번째 "바다,꿈을 꾸다(순수)"이다. 어느 날,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내 손에 금방 잡힐 듯 더없이 가까이 와 있었다. 가을날의 푸른 하늘과 찬란한 빛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바다물결의 호흡은 하늘, 바다, 나의 존재를 사라지게 한 오로지 소년의 바다로 다가왔다. 중학교 시절, 편지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막상 나와 마주치면 얼음동상이 되어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소년, 유난히 바다를 좋아했던 소년. 수줍은 소년은 내게 꼭 소년의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는데......무한한 희망의 꿈을 꾸었을 소년의 바다가 필름에 스며들면 나는 소년의 꿈에 기꺼이 잠기곤 했다. 아름다운 소년의 꿈속에서 태어난 이번 전시회 작품들이 모두에게 잊혀져왔던 꿈, 그리고 각자의 소년, 소녀를 재회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지없이 기쁠 것이다. "바다, 꿈을 꾸다(순수)"는 파도처럼 끊임없는 역동성과 함께 아름답게 숨을 쉰다. 수평선과 파도의 변화된 직선은 꿈의 무한한 확장성을 표현하며 다중촬영으로 한 컷 한 컷 중첩된 바다는 더 진한 꿈의 열망을 그린다. 또한 핑크, , 바이올렛, 그린, 블루의 단색화는 소년의 바다에서 발원되는 순수성을 상징한다. 촬영방법은 표현의 제약을 탈피하고자 삼각대를 이용하지 않고 두 손으로 카메라를 쥔 채 카메라를 좌, 우로 회전하며 촬영했다. 자유로운 구도를 위해 자유자재로 카메라를 회전해야만 했고, 끊임없이 변화되는 파도를 쫓아 순발력 있는 촬영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한 구도가 흐트러지지 않고 흔들림 없는 결과물을 위해서는 구도포착에서 부터 셔터 누름까지는 1초 이내의 작업이어야 했다. 꿈의 진한 열망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최대 9컷까지 다중촬영을 했다.다중촬영으로 인해 색상의 명도 단계구성이 나타나므로 완성된 이미지를 예상하여 화면에 명도배치를 생각하며 구도를 잡고 촬영했다. 주된 작업은 제주에서 이루어졌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한 바다지만 특히 끝없이 미묘하고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발하는 여명의 바다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명의 바다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숱한 날들을 한밤중에 집을 나서 촬영지에 여명 전 미리 도착해 여명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눈앞에 펼쳐진 검은 바다와 나만이 있는 적막한 세상은 온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엄습해 오는 어둠의 공포는 나를 질리게 했다. 또한 큰 파도를 찾아 촬영할 때는 태풍이 나를 날려버릴 것 같았고, 망원렌즈로 담아오는 거대한 파도는 나를 금방 삼켜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주기도 했다. 촬영의 여정은 두려움과 공포를 동반했고 처절한 고독속의 나를 보게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호흡하며 10대의 설렘 속에서의 작업은 50대가 된 내게 'The dream project'와 함께 또 다시 꿈을꾸게 한다.
  • ⓒ박설미 Park Seol-Mi
  • ⓒ박설미 Park Seol-Mi
    순수#01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순수#02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순수#03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순수#04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순수#05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순수#06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열정#01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열정#02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열정#03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열정#04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 ⓒ박설미 Park Seol-Mi
    열정#05_76x51cm_- Inkjet Pigment Print_2017
바다,꿈을꾸다(순수)

사진에 대한 갈망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의류학을 전공하고 패션 디자이너로서 바빴던 5년의 직장생활 마치고 이태리(lstituto Marangoni, Milano)에서 유학 후 더 바빠진 활동을 하면서 사진입문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미련으로만 남아있던 사진을 시작한지 3년이 되어가며 입문 동기는 간단하다. 주변의 좋은 사람들의 멋진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고, 직업과 관련하여 여행의 기회가 많았던 나는 이국적인 풍광을 보면서 늘 함께 하고픈 많은 이들을 떠올리며 아쉬워하곤 했다. 아름다운 기억을 공유하고 싶어 택한 방법이 바로 사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이 지금은 내게 가장 절친한 친구로 다가와 있다. 언제 어디서나 늘 함께 하며 나의 내면 깊이 파고들어 묻혀 있던 감성을 자유롭게 파헤치는, 본질적 삶과 자아를 표현하게 해주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전반적인 작업은 ‘The dream project’이며 작품의 주제는 기억 속 유년기에서 출발해 10대, 20대……미래의 70대, 80대에도 계속하여 이어간다.

바다, 꿈을꾸다 (순수)
바다, 꿈을꾸다 (열정)
바다, 꿈을꾸다 (그리움)
첼시의 정원
카를로의 방
이방인의 흔적
상실의 슬픔
.
.
.
한 인간의 생애는 100년일 수도 있다.그 오랜 시간의 내면적 변화의 기록을 하는 작업이다.
전 생애를 관통하며 내면(감성,가치,철학)의 궤적을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카메라를 이용한 몽환적이고 창조적인 포착을 통해 추억을 재구축하고 현재화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가시권의 세계를 뛰어넘는 내면의 전면적인 자유를 허용함으로써 상상력의 틀을 깨는 경이로움을 창조하고자 한다.그리하여 소생한 개인적인 기억은 보는이의 기억과 연결되고 이야기를 나누며 끊임없이 숨을 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전시회에서 보일 ‘The dream project’의 첫 번째 "바다,꿈을 꾸다(순수)"이다. 어느 날,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내 손에 금방 잡힐 듯 더없이 가까이 와 있었다. 가을날의 푸른 하늘과 찬란한 빛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바다물결의 호흡은 하늘, 바다, 나의 존재를 사라지게 한 오로지 소년의 바다로 다가왔다. 중학교 시절, 편지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막상 나와 마주치면 얼음동상이 되어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소년, 유난히 바다를 좋아했던 소년. 수줍은 소년은 내게 꼭 소년의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는데......무한한 희망의 꿈을 꾸었을 소년의 바다가 필름에 스며들면 나는 소년의 꿈에 기꺼이 잠기곤 했다. 아름다운 소년의 꿈속에서 태어난 이번 전시회 작품들이 모두에게 잊혀져왔던 꿈, 그리고 각자의 소년, 소녀를 재회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지없이 기쁠 것이다.

"바다, 꿈을 꾸다(순수)"는 파도처럼 끊임없는 역동성과 함께 아름답게 숨을 쉰다. 수평선과 파도의 변화된 직선은 꿈의 무한한 확장성을 표현하며 다중촬영으로 한 컷 한 컷 중첩된 바다는 더 진한 꿈의 열망을 그린다. 또한 핑크, , 바이올렛, 그린, 블루의 단색화는 소년의 바다에서 발원되는 순수성을 상징한다.

촬영방법은 표현의 제약을 탈피하고자 삼각대를 이용하지 않고 두 손으로 카메라를 쥔 채 카메라를 좌, 우로 회전하며 촬영했다.
자유로운 구도를 위해 자유자재로 카메라를 회전해야만 했고, 끊임없이 변화되는 파도를 쫓아 순발력 있는 촬영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또한 구도가 흐트러지지 않고 흔들림 없는 결과물을 위해서는 구도포착에서 부터 셔터 누름까지는 1초 이내의 작업이어야 했다.
꿈의 진한 열망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최대 9컷까지 다중촬영을 했다.다중촬영으로 인해 색상의 명도 단계구성이 나타나므로 완성된 이미지를 예상하여 화면에 명도배치를 생각하며 구도를 잡고 촬영했다.

주된 작업은 제주에서 이루어졌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한 바다지만 특히 끝없이 미묘하고 아름다운 빛의 향연을 발하는 여명의 바다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명의 바다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숱한 날들을 한밤중에 집을 나서 촬영지에 여명 전 미리 도착해 여명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눈앞에 펼쳐진 검은 바다와 나만이 있는 적막한 세상은 온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엄습해 오는 어둠의 공포는 나를 질리게 했다. 또한 큰 파도를 찾아 촬영할 때는 태풍이 나를 날려버릴 것 같았고, 망원렌즈로 담아오는 거대한 파도는 나를 금방 삼켜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주기도 했다. 촬영의 여정은 두려움과 공포를 동반했고 처절한 고독속의 나를 보게 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호흡하며 10대의 설렘 속에서의 작업은 50대가 된 내게 'The dream project'와 함께 또 다시 꿈을꾸게 한다.

박설미

순수성과 고움 속에 핀 사진


김석원(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연구교수)


● 순수의 정체성

미국의 예술비평가인 클레먼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서양회화가 ‘추상표현주의’의 발전 이전까지 아주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었으며 그 오류는 회화가 ‘서사성’을 서술하려고 했다는 데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장하는 예술 작품의 경험은 ‘순수한 시각적 경험’이다. 이것은 일체의 서사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사실 캔버스 위에 존재하는 것은 물감들의 2차원적인 배열뿐인데, 추상표현주의 이전의 서양화가들은 자신들이 하나의 세계를 캔버스 안에 3차원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었다는 것이다. 그린버그의 입장은 푸코(Foucault)와도 유사한 입장을 유지한다. 푸코는 관객에게 그림을 볼 수 있고 보아야할 ‘이상적인 자리’를 고정했는데, 이는 관객의 시선의 강요한 것이다. 즉 그림의 정 중앙에서만 그림을 보게 했다. 그 이유는 그림이 평면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이다. 그린버그는 추상표현주의자 화가 중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작업을 높이 평가했다. 형식적으로 순수한 회화라는 것이 그 그림 속에 실재하는 물감들과 그 배열의 평면성을 최대한 거짓 없이 드러내야 하는 것이라면, 2차원에 가까운 표현을 담은 회화일수록 더 순수한 그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린버그는 두 가지 오류를 범하게 된다. 첫째, 추상표현주의 미술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키치(Kitsch) 미술의 경우 프롤레타리아 사람들은 작품을 쉽게 이해하고 그 결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체로 생각했다. 둘째, 그린버그는 다다와 초현실주의 회화가 지닌 작품성에 관심이 없었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에만 제한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그린버그가 경멸하던 키치 미술이 현대에서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프롤레타리아 사람들도 추상표현주의 미술작품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린버그가 언급한 ‘회화의 순수성’은 이차원적인 평면의 특성, 한계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사진의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박설미 작가의 사진도 마찬가지로 사진이 지닌 평면성의 제한에서 벗어 날수는 없다. 그린버그의 입장에서 보면 평면성을 유지하지만 환영적 표현을 했기에 순수성에 위반 된다. 하지만 이런 모더니즘 회화의 가치관은 현대의 시각예술에서 더는 적합하지 않다. 그녀의 사진은 평면성이 지닌 회화의 한계지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형식적으로 초현실주의 혹은 환영적 표현은 그린버그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현대의 시각예술에서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그렇다. 그녀가 말하는 수수성은 과거의 행복한 기억을 현재에도 유지하는 내면의 표현, 평면성의 한계 상황에서 사적인 체험에서 발생하는 기억과 추억의 차이, 꿈, 무의식, 자유연상 등 그린 버그가 간과했던 지점을 모색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 기억의 재현과정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연결된 중요한 기억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 개인의 소중한 기억들은 현재의 위치에서 자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기억'은 예술 창작의 근원이 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골 주제이다. 기억의 특성이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현재형보다 과거형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가까운 현재에서 발생했던 기억보다는 지나가 버린 과거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푸르스트(Proust)의 경우 과거의 잃어버린 감정을 다시 현재의 시점에서 되살리기도 한다.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자신의 기억을 찾기 위해서 힘들어하던 마르셀이 마들렌을 차에 찍어서 먹는 순간 기쁨에 사로잡힌다. 그 이유는 마르셀의 어린 시절 중 가장 좋았던 시간이 빵의 냄새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기억의 문제를 일찍부터 고민했던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경우 기억(remember)과 기억해냄(recollect)을 구분해서 얘기한다. 그는 기억을 미래의 상황을 기억할 수 없고, 미래는 예측할 수 있지만, 기억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억은 어떤 상황을 저장하는 것이며, 기억해냄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기억해낸다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정확하게 회복하지 않는다. 기억해내는 전제조건은 시간이 흐른 다음에 진행된다. 예를 들면, 조금 전에 일어난 어떤 상황을 기억해냄으로써 기억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전에 어떤 상황을 겪은 상태에서 기억한다는 것이 성립한다. 이처럼 기억을 되찾는 과정을 통해서 '기억해냄(상기함)'이 발생한다. 기억해냄은 일종의 추리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박설미의 작업은 기억보다는 기억해냄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그녀의 작업에서 표현된 상황은 과거의 레미니센스(reminiscence: 추억)를 추정하는 과정인 기억해냄을 경유해서 작가의 감성적인 현실과 맞물려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푸르스트가 냄새를 통해서 과거의 기억을 추적했다면 박설미 작가는 바다를 대상으로 과거의 기억을 기억해 낸다. 바다는 작가에게 있어서 그리움과 추억을 호출하기에 좋은 대상이다. 작가는 과거의 기억에 묻어있는 센티멘털리즘(sentimentalism)을 역병이나 되는 듯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기억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바다를 찍은 이유에 대해서 작가노트를 살펴보면 “중학교 시절, 편지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막상 나와 마주치면 얼음동상이 되어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소년, 유난히 바다를 좋아했던 소년. 수줍은 소년은 내게 꼭 소년의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었는데......무한한 희망의 꿈을 꾸었을 소년의 바다가 필름에 스며들면 나는 소년의 꿈에 기꺼이 잠기곤 했다.” 그녀는 젊은 시절의 기억을 발판삼아 장차 괜찮은 어른이 되어보겠다는 ‘아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바다를 통해서 아름다운 기억의 존엄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바다를 촬영하는 그녀의 태도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는 젊은이들의 태도와는 다르게 진지하다. 수평선과 파도를 포함한 변화무쌍한 직선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데, 이것은 현실적인 모습이 아니라 상상적 세계 혹은 꿈의 무한한 확장성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세계는 어떤 질감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상상적 세계는 그녀가 사적인 감정과 결합된 표현은 얼핏 보기에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바다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다. 이런 식의 발상은 ‘자유연상(free association)’ 방법을 통해서 표현된 것으로, 과거의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법적인 측면에서는 다중촬영으로 진행된 중첩된 바다는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의 작용으로 보이며, 핑크, 오렌지, 바이올렛, 그린, 블루의 단색처리에 대해서 작가의 말을 빌리면 “소년의 바다에서 발원되는 순수성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이런 식의 표현 방법은 감각적적으로 현란한 ‘초 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 효과와는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박설미 작가의 사진에서 또 한 가지 살펴보아야 할 점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에서 재연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작가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어떤 소년과의 기억은 현재의 시점에서 그 당시의 기억을 상기시킬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재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녀의 의도는 이처럼 과거의 개인적인 기억을 현재에 다시 호출해서 극복하기 어려운 ‘재현 불가능성’에 대한 한계지점을 사진으로 표현한 것이다. 바다의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에서는 작가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과거를 되돌아보게 한다. 낙화처럼 흩날리는 조각난 ‘플래시백(flashback)’ 틈에는, 그녀와 소년의 기억과 추억이 간접적으로 드문드문 드러난다. 그 이미지들은 작가가 미처 말하지 않은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가 들리는 듯하다.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하지 않은 것이 더욱 중요한 사진 <바다, 꿈을 꾸다 - 순수(純粹) >는 과거의 기억을 기억해내고, 자유연상 방법을 동원하고, 과거의 개인적인 기억을 현재에 다시 불러들여서 ‘재현 불가능성’의 한계 지점을 사진으로 극복하려 했기에 가치가 있다. 이런 시도는 요즘 사진의 현실 - 문화적, 사회적 코드- 에 맞추지 않고 순수한 사진을 만들고 싶은 그녀의 작품을 바라보면 관객들의 고정된 감성을 무장해제 시킬 것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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