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2018 04
2018.03.29 16:02

권도연 Gwon Doyeon

조회 수 90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전시제목 섬광기억 Flashbulb Memory
전시기간 2018. 3. 29 ~ 4. 22
전시장소 갤러리 룩스 Gallery Lux,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62 (02-720-8488)
작가 홈페이지 http://www.dogwon.com
Artist's Page http://www.ephotoview.com/doyeongwon/3293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gallerylux.net
관람시간 화요일 - 일요일 11:00 - 18:00, 월요일 휴무
섬광기억 #여름방학 나는 유년기를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서울의 변두리에서 보냈다. 집 근처에는 작은 헌책방이 있었다. 나는 주로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열두 살의 여름방학에 아버지는 헌책방에서 사 온 책들로 집의 지하실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주었다. 그 지하실은 작은 세계 같았다. 완벽하고 독립적이고 투명한 작은 세계. 그곳에서 나는 책 속의 모든 언어가 합쳐진 하나의 단어를 상상하곤 했다. 여름방학이 끝나던 날에 폭우가 내렸다. 보름달의 달무리가 불안한 암호처럼 푸른빛 동그라미를 그리던 밤이었다. 비는 나흘간 쏟아졌고, 한강의 둑이 넘치며 홍수가 일어났다. 학교는 며칠간 휴교되었고, 나는 지하실에 빗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최대한 숨을 죽이고 어깨를 웅크린 채, 얇고 거대한 한 꺼풀의 세계가 어둠 속에 삼켜지고 있다고 느꼈다. 지하실의 물이 다 빠지자 나는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책의 안쪽에서 고요히 새어 나오는 먹색 어둠들, 겹겹이 쌓여 있는 수백 장의 종이들, 문장이 물고기처럼 토막 나서 비늘 같은 조사와 어미들이 떨어져 나와 나의 눈 속에 박혔다. 최대한 책을 건져 냈지만 문장의 세부를 읽지 못했다. 형상과 단어들은 덩어리로 뭉개져 있었고 읽기는 오직 상상의 힘으로만 가능했다. 나의 여름방학은 어둠이 흥건한 나무 냄새와 곰팡이 냄새 물비린내로 범벅이 되어 있다. 서늘하게 젖은 공기, 흥건히 젖은 어둠, 나무의 수액 냄새가 진하게 번져 있는 캄캄한 잡풀 속에서 밤새우는 풀벌레들. 이 이미지들 속에서 내 유년은 금이 가며 흩어졌다가 가까스로 모아지며 흘러갔다. 그토록 찬란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그 후에는 경험하지 못했다.
  • ⓒ권도연 Gwon Doyeon 자료제공: 갤러리 룩스
  • ⓒ권도연 Gwon Doyeon, 자료제공: 갤러리 룩스
    섬광기억 #여름방학1_Pigment Print, 123x195cm,2017
  • ⓒ권도연 Gwon Doyeon, 자료제공: 갤러리 룩스
    섬광기억 #여름방학2,Pigment Print,145x245cm, 2017
  • ⓒ권도연 Gwon Doyeon, 자료제공: 갤러리 룩스
    섬광기억 #여름방학4,Pigment Print,145x245cm, 2018
갤러리 룩스는 권도연의 세번째 개인전 «섬광기억 Flashbulb Memory»을 2018년 3월 29일부터 4월 22일까지 개최한다. 권도연은 사진을 이용해 지식과 기억, 시각 이미지와 언어의 관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섬광기억 #여름방학> 연작은 작가의 유년 시절 여름방학의 경험을 환기하는 작업이다. 작가의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헌책이 가득한 지하실의 책방은 작가에게 ‘작지만, 완벽하고, 독립적이고, 투명한 세계였다’. 그러나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 폭우로 인해 지하실의 책방은 침수되어 버린다. 작가는 젖어버려 읽을 수 없는 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문장과 단어를 상상하는 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기억 속 '여름방학'은 "서늘하게 젖은 공기, 흥건히 젖은 어둠, 나무의 수액 냄새가 번져 있는 캄캄한 잡풀 속에서 밤새우는 풀벌레들의 이미지"라고 회고한다. 작가는 온전하지 못한, 침수되어 읽을 수 없는 헌책들을 손수 재구성하고, 이에 어울리는 책장에 적절한 배열한 뒤에 사진으로 촬영했다. 비평가 방혜진은 이를 "그 자체로 물질의 폐허를 폐허 속에서 물질의 형태로 발굴하려는 집요한 시도"로 명명한다. 또한 "섬광처럼 머리 속에 떠오른 과거의 순간을 물질화하는 연속적 시간"에 주목하며, 정신으로 구축된 물질이 시간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사진 너머로 확장되는 자신의 자취"를 남기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한다.

권도연은 한양대학교 독문학과, 상명대학교 예술대학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고고학»(KT&G 상상마당, 서울, 2015), «애송이의 여행»(갤러리 류가헌, 서울, 2011) 등 2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미국 FOTOFEST 비엔날레, 스페인 포토에스파냐 비엔날레, 고은 사진미술관, 누크갤러리, 신세계 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1년 사진비평상, 2014년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리뷰 우수 작가, 2015년 7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SKOPF 올해의 최종 작가, 영국 브리티시 저널 오브 포토그라피의 2016 ‘Ones to watch’,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시던시 13기 입주작가, 2018년 미국 FOTOFEST 비엔날레 The Scholarship for young emerging artist 에 선정되었다.

권도연 : 시간은 물질로 구축된다. 사진은 물질로 구현된다.


방혜진 (비평가)


오늘날 사진의 위상은 허허롭다. 세계와 대상의 정확한 기록이라는 대명제로부터 해방된 사진은 이제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할지 점성술에라도 의탁해야 할 판이다. 한때 최첨단 기술이자 신문명의 상징이었던 사진은, 이제 동시대에 활약하는 매체들 가운데 명확히 구세대에 속해 있으면서도 여전히 기술 기반의 이미지라는 측면을 고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어정쩡한 포즈를 취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매체의 진보 역사와 그것의 예술계 내 수용의 교차점에서 사진만큼 자가당착적인 존재는 없으며, 사진만큼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의문시하는 것 외에 명백한 임무가 없는 매체도 없다. 망연자실해진 사진은 스스로의 기능을 일부러 저하시키며 초췌하고 흐릿한 이미지를 자처하거나, 생경하도록 선명한 색감으로 여전히 그것의 기술적 힘을 소박하게나마 과시하거나의 길을 택한다. 물론 그 어느 쪽이든 확고한 신념은 불가능하다.

권도연의 ‘섬광 기억’ 시리즈는 이 자가당착에 직면한 하나의 불안한 대응이자 자구책이다. 그가 기록하는 대상은 현실이 아니다. 그렇다고 엄연히 가상에 속하는 세계를 강렬하고 환상적인 미장센으로 구축하는 데 주력하는 연출 사진과도 궤를 달리 한다. 이것은 (다소 모호한 표현이지만) 기억의 구현, 현실의 재구성이라 주장될 것으로서, 분명 존재했으나 과거의 것이었기에 사진으로 기록할 수 없었던, 따라서 주관적 기억에만 남아있는 세계를 지금 이곳에 불러내는 작업이다.
가령, <섬광기억 #여름방학>은 그가 어린 시절 겪은 홍수와 그로 인해 침수되고 만 ‘책방’(작가의 아버지가 헌책들을 가져다 집 안에 꾸려주신 일종의 서재를 그는 이렇게 불렀다)의 풍경을 재현한 것이다. 이미 새 것이 아니었던 책들이 고스란히 물에 젖어 불어나고 찢기고 뒤틀어진 모습을 재구성하기 위해 그는 버려진 책들을 찾아 헤매였을 것이다. 그 버려진 책들의 내용과 표지와 목록을 조심스럽게 선별했을 것이다. 그 책들이 홍수를 겪은 처참한 몰골이 되도록 까다로운 물리적, 화학적 작용을 가했을 것이다. 이 유사-침수된 책들에 적합한 책장을 직접 만들고 거기에 적절한 배열을 구축했을 것이다. 이 일련의 수고스럽고 세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는 아직 카메라를 들지 않았겠지만 그의 사진 작업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 후에 남은 것이라곤 카메라를 그 앞에 세우는 일 정도이지 않은가.
말하자면, 어떤 의미로 권도연의 사진 작업은, 그의 세심한 사진 테크닉과는 별개로, 사진을 찍기 앞서의 ‘구성’ 혹은 ‘발견’의 과정이 사진 촬영 과정을 압도한다. 발견했기 때문에 발견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기 위해 발견을 (재)구성한다, 모사한다. 그는 자신이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대상을 눈 앞에 소환시키기 위해, 그것을 카메라 앞에 존재케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데, 다시 말해, 그에게 사진을 찍는 행위는 곧 사진을 찍어야 하는 대상을 구하고 현실에 소환하는 일이며, 따라서 그에게 사진이란 카메라가 촬영을 시작하기 훨씬 이전부터 자신의 정신과 눈으로 동기화되는 그 무엇이다.
이처럼 어쩌면 관념적이라 할 그의 접근은 전작 ‘개념어 사전’ 시리즈나 ‘고고학’ 시리즈에서도 유효하다. 예컨대 ‘고고학’ 시리즈는 작가가 작은 삽을 쥐고서 개와 함께 작업실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다 땅을 파는 행위로부터 비롯된다. 땅 속에 파묻혀 있던 사물들은 원래의 용도를 상실한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나, 그는 이것들을 새삼스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스티로폼, 무, 캔 등 다종다양한 사물의 파편들을 애초의 그 기능 및 형태와 무관한 방식으로 응시한다. 말하자면, 그의 카메라-눈은 여기서 반짝이고 찰칵거린다. 사진은 이 낯설게 닦여진 그의 시야를 응결시켜 고정된 이미지로 남길 뿐이다.
‘고고학’ 시리즈에 대해 설명하며 작가 자신은 이것이 사후 세계에 대한 엉뚱한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표현하는데, ‘사후 세계’와 ‘고고학’이라는 지극히 상충된 카테고리의 전환이야말로 권도연 작업의 원천일지 모르겠다. 존재에서 물질을 지워내는 영적 관념과 오로지 가시적 물질에 근거하여서만 비가시적 역사를 추정하는 학문을 연결시키는 권도연의 태도는 그의 사진 작업의 어떤 자가당착을 짐작케 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가시화하되 그 과정이 오직 가장 충실한 물질의 상태로부터 비롯되기를 바란다. 이 모순과 역설을 그는 묵묵히 수행한다. 마치 그것이 오늘날 사진/가의 업보라도 되는 듯.
다시 ‘섬광 기억’으로 돌아오면, 여기에는 약간의 비균질적인 혼란이 존재한다. 한편으로는, 그 자체로 물질의 폐허를 폐허 속에서 물질의 형태로 발굴하려는 집요한 시도가 있으며, 다른 한편, 어린 시절의 인상적인 기억의 재현이라는 지점에 방점을 둔 소박한 시도가 있다. 후자의 경우, 권도연 특유의 반/물질성은 희석되고 마는데, 그럼에도 결국 그가 ‘섬광 기억’이라는 단어들을 움켜쥐고 향해가는 그 어딘가를 추측케 한다. 세계와 현상의 지속적 흐름으로부터 찰나를 분리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재현하는 사진술은 권도연의 ‘섬광 기억’ 시리즈에서 섬광처럼 머리 속에 떠오른 과거의 순간을 물질화하는 연속적 시간이 된다. 이 물질은 애초 정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굳건할수록 취약해지고 연약할수록 단단해진다. 시간은 그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사진 너머로 확장되는 자신의 자취를 남긴다.
섬광기억 #여름방학
나는 유년기를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서울의 변두리에서 보냈다. 집 근처에는 작은 헌책방이 있었다. 나는 주로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열두 살의 여름방학에 아버지는 헌책방에서 사 온 책들로 집의 지하실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주었다. 그 지하실은 작은 세계 같았다. 완벽하고 독립적이고 투명한 작은 세계. 그곳에서 나는 책 속의 모든 언어가 합쳐진 하나의 단어를 상상하곤 했다.
여름방학이 끝나던 날에 폭우가 내렸다. 보름달의 달무리가 불안한 암호처럼 푸른빛 동그라미를 그리던 밤이었다. 비는 나흘간 쏟아졌고, 한강의 둑이 넘치며 홍수가 일어났다. 학교는 며칠간 휴교되었고, 나는 지하실에 빗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최대한 숨을 죽이고 어깨를 웅크린 채, 얇고 거대한 한 꺼풀의 세계가 어둠 속에 삼켜지고 있다고 느꼈다. 지하실의 물이 다 빠지자 나는 넋을 빼앗기고 말았다. 책의 안쪽에서 고요히 새어 나오는 먹색 어둠들, 겹겹이 쌓여 있는 수백 장의 종이들, 문장이 물고기처럼 토막 나서 비늘 같은 조사와 어미들이 떨어져 나와 나의 눈 속에 박혔다. 최대한 책을 건져 냈지만 문장의 세부를 읽지 못했다. 형상과 단어들은 덩어리로 뭉개져 있었고 읽기는 오직 상상의 힘으로만 가능했다.
나의 여름방학은 어둠이 흥건한 나무 냄새와 곰팡이 냄새 물비린내로 범벅이 되어 있다. 서늘하게 젖은 공기, 흥건히 젖은 어둠, 나무의 수액 냄새가 진하게 번져 있는 캄캄한 잡풀 속에서 밤새우는 풀벌레들. 이 이미지들 속에서 내 유년은 금이 가며 흩어졌다가 가까스로 모아지며 흘러갔다. 그토록 찬란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세계를 그 후에는 경험하지 못했다.

권도연 Gwon Doyeon


2016 M.F.A 상명대학교 예술대학원 사진학과
2007 B.F.A 한양대학교 독문학과

개인전
2018 섬광기억, 갤러리 룩스, 서울
2015 고고학, KT&G 상상마당, 서울
2011 애송이의 여행, 갤러리 류가헌, 서울

주요 단체전
2017 291레포트, 공간 291, 서울
2017 평면성으로부터, 021 갤러리, 대구
2017 인트로, 국립현대미술관 고양 레시던시, 경기
2017 책, 예술이 될 자유, 교보아트스페이스, 서울
2016 굿모닝경기사진축제- 해방된 기억, 굿모닝하우스, 경기
2016 대구사진비엔날레: Encounter IV,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
2016 두 겹의 대화, 누크 갤러리, 서울
2016 굿-즈, 세종문화회관, 서울
2016 Photo London: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 London, UK
2016 Photo Espana: Ones To Watch, Madrid, Spain.
2016 사진적 카이로스, KT&G 상상마당 춘천, 춘천
2016 Dimension, 신세계 갤러리 본점, 서울
2015 사진미래色,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2015 Mapping Territories, NRG Center, Houston, USA
2015 타임라인의 바깥, 지금여기, 서울
2015 Fotofest Biennale: International Discoveries V, Houston, USA
2014 서울루나포토페스트: 여덟 편의 에피소드, 보안여관, 서울
2014 일어나라사진비평, Space22, 서울
2012 지금, 바로 여기, 갤러리 그림손, 서울
2011 서울사진축제 포트폴리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1 아트인컬쳐 동방의 요괴들 선정 작가 전 <화살표>, MBC 갤러리 M, 대구
2011 사진비평상 수상전, 갤러리 이룸, 서울
2010 동방의 요괴들, 서울시창작공간, 서울
2009 시간의 부드러운 틈, 갤러리 룩스, 서울

수상 및 레지던시
2018 The Scholarship for young emerging artist, Fotofest Biennale, USA
2018 창작공간 달 1기 입주작가
2017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13기 입주작가
2016 Ones To Watch, British Journal of Photography, UK
2014 제7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 SKOPF 올해의 최종 작가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리뷰 우수 작가
2011 서울 사진축제 포트폴리오리뷰 우수 작가
2011 제 12회 사진비평상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