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메뉴 건너뛰기

2018 03
2018.03.03 01:53

김윤재 사진전

조회 수 140 추천 수 0 댓글 0
Extra Form
전시제목 Cuba人
전시기간 2018. 3. 2 ~ 3. 11
전시장소 갤러리 브레송 Gallery Bresson, Seoul
갤러리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163 B1(허주회관) 02)2269-2613
갤러리 홈페이지 http://gallerybresson.com
컬러보다 더 사실적인 흑백으로 만나는 쿠바 쿠바, 라고 말하면 떠오르고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영원한 청년혁명가 체 게바라, 그와 함께 독립을 이끌어낸 민족영웅 피델 카스트로, 그리고 컬러풀한 집들과 골목길, 카리브해의 티 없이 맑은 쪽빛 풍광, 세계적인 명품으로 알려진 핸드메이드 시가, 빈티지 자동차 전시장을 연상시키는 고색창연한 낡은 자동차들, 인형처럼 아름다운 소녀들, 그리고 한없이 맘씨가 좋을 것 같은 짙은 갈색 피부의 아저씨들.... 필자도 그렇지만 기실 사진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우리시대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이국적인 쿠바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간 많은 사람들이 쿠바를 다녀와 사진전을 열었다. 김윤재 작가가 쿠바 사진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 또 쿠바 사진이구나. 지금껏 쿠바 사진은 많이 보아왔는데, 그렇고 그렇겠지. 상투적으로 펼쳐지는 동화 속 같은 알록달록한 관광엽서 같은 사진들...’ 하지만 막상 사진들을 보고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흑백사진들이 아닌가! 요즘처럼 컬러 표현력이 풍부한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흑백이라니, 그것도 모두가 컬러를 동경하는 쿠바에서. 그가 골라놓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들이 점점 더 많이 들려왔다. 컬러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실한 쿠바가 새롭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간 내가 보아왔던 쿠바 사진들은 화려한 컬러에 묻혀서 그들의 진실한 삶은 가려지고 마치 달콤한 솜사탕 같은 사진들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흔히 모든 색상을 흑과 백의 그레이스케일로 변환시킨 흑백사진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색상을 지닌 컬러사진이 더 사실적이고 진실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김윤재 작가의 사진들을 보면서 흑백이 재현해내는 리얼한 표현력이 더 강렬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컬러사진은 사실을 그대로 복원해내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흑백사진이 컬러사진보다 더 사실적일 수 있구나! 화려한 컬러로 가려져 있던 그들의 리얼한 현실이 흑백으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쿠바가 어떤 나라인가. 긴 역사를 더듬을 필요도 없이 미국이라는 공룡 같은 자본주의 종주국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자본주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의 온갖 핍박을 무릅쓰고 그들만의 체제를 힘겹게 지탱해가고 있는 지구상에 몇 안 남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던가. 굳이 통계숫자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그들의 경제형편이 얼마나 열악하리라는 것, 그곳 인민대중들의 삶이 얼마나 힘겹고 척박하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그간 사진기를 들고 쿠바를 표현해온 작가들은 대부분 그런 저들의 곡진한 삶은 외면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로망에만 젖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굳이 현실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컬러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그걸 보지 못했고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김윤재 작가의 사진이 그들의 힘겨움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지만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낮에는 노동을 하고 저녁이면 클럽에서 노래를 부를 줄 아는 낭만적인 사람들, 낯선 이방인을 만나도 활짝 미소를 보낼 수 있는 고운 심성을 가진 갑남을녀들,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집에서도 창밖을 내다보며 행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가로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길을 가다가도 문득 낡은 자동차에 기대어 관광객에게 미소 띤 포즈를 취해줄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 김윤재 작가는 이번 사진전을 계기로 이제 막 사진가로서 첫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가의 길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리 멋지고 낙낙한 길이 아니다. 사진가는 흔히 하는 말로 카메라나 메고 여행이나 즐기며 한가롭게 꽃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진가에게는 무엇보다도 평범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 겉으로 보이는 세계 너머, 그 이면에 있는 그 무언가를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간단히 짐작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카메라를 든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고나 할까. 단순히 보이는 것,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카메라에 담아 보여준다면 어떻게 그를 ‘사진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번 전시를 통해 첫발을 내디디기까지 많은 세월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왔을 것이고, 또 앞으로 가야할 더 길고 새로운 길이 놓여 있을 것이다. 컬러의 화려한 유혹을 뿌리치고 다른 사진가들이 보지 못한 쿠바의 진실한 한 단면을 보여주려고 애쓴 그의 노력과 용기에 찬사를 보내면서, 앞으로 그가 가야할 여정이 값있고 보람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김문호(다큐멘터리 사진가)
  • ⓒ김윤재
  • ⓒ김윤재
  • ⓒ김윤재
  • ⓒ김윤재
  • ⓒ김윤재
  • ⓒ김윤재
  • ⓒ김윤재
  • ⓒ김윤재
  • ⓒ김윤재
  • ⓒ김윤재
컬러보다 더 사실적인 흑백으로 만나는 쿠바

쿠바, 라고 말하면 떠오르고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영원한 청년혁명가 체 게바라, 그와 함께 독립을 이끌어낸 민족영웅 피델 카스트로, 그리고 컬러풀한 집들과 골목길, 카리브해의 티 없이 맑은 쪽빛 풍광, 세계적인 명품으로 알려진 핸드메이드 시가, 빈티지 자동차 전시장을 연상시키는 고색창연한 낡은 자동차들, 인형처럼 아름다운 소녀들, 그리고 한없이 맘씨가 좋을 것 같은 짙은 갈색 피부의 아저씨들....

필자도 그렇지만 기실 사진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우리시대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이국적인 쿠바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로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간 많은 사람들이 쿠바를 다녀와 사진전을 열었다. 김윤재 작가가 쿠바 사진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 또 쿠바 사진이구나. 지금껏 쿠바 사진은 많이 보아왔는데, 그렇고 그렇겠지. 상투적으로 펼쳐지는 동화 속 같은 알록달록한 관광엽서 같은 사진들...’ 하지만 막상 사진들을 보고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흑백사진들이 아닌가!

요즘처럼 컬러 표현력이 풍부한 디지털카메라 시대에 흑백이라니, 그것도 모두가 컬러를 동경하는 쿠바에서. 그가 골라놓은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들이 점점 더 많이 들려왔다. 컬러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진실한 쿠바가 새롭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간 내가 보아왔던 쿠바 사진들은 화려한 컬러에 묻혀서 그들의 진실한 삶은 가려지고 마치 달콤한 솜사탕 같은 사진들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흔히 모든 색상을 흑과 백의 그레이스케일로 변환시킨 흑백사진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색상을 지닌 컬러사진이 더 사실적이고 진실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김윤재 작가의 사진들을 보면서 흑백이 재현해내는 리얼한 표현력이 더 강렬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컬러사진은 사실을 그대로 복원해내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흑백사진이 컬러사진보다 더 사실적일 수 있구나! 화려한 컬러로 가려져 있던 그들의 리얼한 현실이 흑백으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쿠바가 어떤 나라인가. 긴 역사를 더듬을 필요도 없이 미국이라는 공룡 같은 자본주의 종주국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자본주의와 타협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의 온갖 핍박을 무릅쓰고 그들만의 체제를 힘겹게 지탱해가고 있는 지구상에 몇 안 남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던가. 굳이 통계숫자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그들의 경제형편이 얼마나 열악하리라는 것, 그곳 인민대중들의 삶이 얼마나 힘겹고 척박하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데 그간 사진기를 들고 쿠바를 표현해온 작가들은 대부분 그런 저들의 곡진한 삶은 외면하고 오로지 자신들의 로망에만 젖어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굳이 현실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컬러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그걸 보지 못했고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김윤재 작가의 사진이 그들의 힘겨움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지만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낮에는 노동을 하고 저녁이면 클럽에서 노래를 부를 줄 아는 낭만적인 사람들, 낯선 이방인을 만나도 활짝 미소를 보낼 수 있는 고운 심성을 가진 갑남을녀들, 곧 허물어질 것 같은 집에서도 창밖을 내다보며 행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가로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길을 가다가도 문득 낡은 자동차에 기대어 관광객에게 미소 띤 포즈를 취해줄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

김윤재 작가는 이번 사진전을 계기로 이제 막 사진가로서 첫 발걸음을 떼게 되었다고 한다. 사진가의 길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리 멋지고 낙낙한 길이 아니다. 사진가는 흔히 하는 말로 카메라나 메고 여행이나 즐기며 한가롭게 꽃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진가에게는 무엇보다도 평범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 겉으로 보이는 세계 너머, 그 이면에 있는 그 무언가를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간단히 짐작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카메라를 든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고나 할까. 단순히 보이는 것,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을 카메라에 담아 보여준다면 어떻게 그를 ‘사진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번 전시를 통해 첫발을 내디디기까지 많은 세월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왔을 것이고, 또 앞으로 가야할 더 길고 새로운 길이 놓여 있을 것이다. 컬러의 화려한 유혹을 뿌리치고 다른 사진가들이 보지 못한 쿠바의 진실한 한 단면을 보여주려고 애쓴 그의 노력과 용기에 찬사를 보내면서, 앞으로 그가 가야할 여정이 값있고 보람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김문호(다큐멘터리 사진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