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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01
2017.12.28 03:01

손피오 Pio Son

조회 수 240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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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제목 Till : 기다림 앞에서
전시기간 2017. 12. 28 ~ 2018. 2. 28
전시장소 순수예술온라인갤러리 GALLERY BLANK : 갤러리 블랭크
갤러리 홈페이지 http://www.galleryblank.blog.me
갤러리 블랭크는 2017년 12월 28일(목)부터 2018년 2월 18일(일)까지 『사람 : Persons』을 테마로 기획한 두 번째 전시 [Till : 기다림 앞에서]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손피오 작가의 사진작품 14점과 작품의 이해를 도울 전시서문, 작업노트, 인터뷰, 에피소드 등이 공개된다. 전시기간 중에는 ‘다른 작업소개‘ 및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손피오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블랭크가 제작하는 ‘인스피레이션’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 ⓒ손피오 Pio Son
  • ⓒ손피오 Pio Son
    새들 나무에 잦아들 듯 ·  2016  ·  디지털 인화  ·   100 x 150cm
  • ⓒ손피오 Pio Son
    Till  ·  2016  ·  디지털 인화  ·   100 x 150cm
  • ⓒ손피오 Pio Son
    빗속에 맞는 비 · 2016  ·  디지털 인화  ·   150 x 100cm
  • ⓒ손피오 Pio Son
    자존심 위에 덧댄 공손함 · 2012  ·  디지털 인화  ·   150 x 100cm
  • ⓒ손피오 Pio Son
    상처받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 ·  2012  ·  디지털 인화  ·   100 x 150cm
■ 갤러리 블랭크는 2017년 12월 28일(목)부터 2018년 2월 18일(일)까지 『사람 : Persons』을 테마로 기획한 두 번째 전시 [Till : 기다림 앞에서]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손피오 작가의 사진작품 14점과 작품의 이해를 도울 전시서문, 작업노트, 인터뷰, 에피소드 등이 공개된다. 전시기간 중에는 ‘다른 작업소개‘ 및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손피오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블랭크가 제작하는 ‘인스피레이션’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 근래의 사진들을 살펴보면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한 색과 계획적으로 정돈된, 거기다 적당한 개념도 버무려있는 시리즈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그들을 게으르게 흉내 내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여행하기는 훨씬 쉬워진 세상이지만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기 위해 불편한 장소를 찾아가고, 소통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있는 사진을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무더위와 씨름하고 위험할 수 있는 여정을 굳이 선택하여 상업미술 시장에서 주목받기 어려운 인물 다큐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손피오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한다.

■ 손피오는 GDP 표를 참고해 상대적으로 경제가 낙후된 열대기후의 나라를 써치한 후 위성사진을 통해 지붕이나 담의 높이 등을 살펴보며 개방적인 태도를 가진 마을을 찾아내는 나름의 과정을 거쳐 최종 촬영지를 선택한다. 최대한 일상의 자연스러운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지 않은 곳을 선정하는 것이다. 산책하듯 수없이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에 젖어들기까지 그는 ‘선하게 걸으며, 정직하게 웃고, 부드럽게 맴돌며 관찰하고, 또 기다리는 과정을 통해서 이미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작가의 신중한 작업 원칙에서 상대의 마음을 여는 조심스러운 배려와 인내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 얇고 가벼운 옷을 걸치는 무더운 날씨 속 나른하고 여유로운 낮 시간대를 거니는 이들은 주로 어린 아이나 노인들이었다. 한 달여의 시간동안 다른 언어와 역사, 배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깊이 이해하기는 역부족이지만 이미 서로에 대한 경계가 높아진 한국에서는 이런 시도조차 감행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상대와 자연스러운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셔터를 누르게 되기까지 촬영을 위해 해외를 탐방하며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손피오의 행보를 통해 사람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 사람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담아낸 위트 있는 컷들은 작품에 온기를 더해준다. ‘상처받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 ‘자존심 위에 덧댄 공손함’과 같은 구체적인 설명이 서술된 제목은 작가 개인의 생각과 기억의 단서가 연결되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흑백의 담백한 이미지처럼 작가로서 자신에 대해 또 카메라 속 비춰지는 인물과 인류를 아우르는 삶이라는 큰 주제를 꾸준히 소화해가고 있는 작가의 치밀하지만 서두르지 않는 행보를 더듬어보며 각 장면들 속에서 공감되는 우리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기다림 앞에서


이미지가 사람을 위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뉴스를 장식하는 안타까운 사고와 죽음의 소식들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살고 싶지만 죽어야하고, 죽고 싶지만 살아가야하는 고난의 순간들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의 리얼리티다. 군대에 가기 전 한강을 바라보며 답답한 심정을 추슬렀다는 손피오의 경험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위로는 그저 묵묵히 상대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최선일 때가 있다. 섣부르게 건네진 말 한마디보다 한 장의 차분한 이미지를 통해 오히려 참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년간 제 3세계를 여행하며 작업한 손피오는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언어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선한 마음으로 느리게 그들 곁을 걷다보면 어느새 친구가 되고 모델이 되어주던 이국의 사람들. 편리하고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고 모험을 감행하며 가난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이들에게 다가간 것 자체로 그의 작품은 희소성을 지닌다.

낡았지만 온 몸을 의지할 수 있는 의자에 기대어 신문을 읽는 백발의 노인, 오래된 우물 안을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는 남성, 나무에 기어오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들판에서 자란 아이들의 지루한 시간이 흘러간다. 신나게 두들겨야할 드럼 위로 엎드려 깊은 잠에 빠진 인물을 바라보며 작가는 ‘자화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나른하고도 정적인 분위기에 놓인 풍경들이 손피오의 추억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느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처마 아래 떨어지는 빗물을 정수리로 받아내고 있는 아이가 즐기는 긴장감은 비 오는 날 스쿠터를 타고 외딴 마을을 찾아간 당시 작가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높은 담장 위 아슬아슬하게 않은 두 청년의 모습은 불안함보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있기에 흐뭇한 장면으로 비취진다.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각종 동물들도 작품 속에 종종 등장하는데, 새초롬한 표정으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고양이를 포착한 작가의 시선에서 팍팍한 삶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유머와 재치를 발견하게 된다.

흑백은 오래된 것, 추억할만한 것이라는 느낌을 덧입혀주는 색이다. 손피오 작업의 주를 이루는 흑백사진들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감의 영역을 확대시킨다. 시각이 인식하는 모든 컬러를 블랙과 화이트 안에서 명암의 계조로만 표현된 사진은 그들이 현재적으로 마주하고 있을 디테일한 삶의 무게와 냄새를 지우기는 했으나 삶 속에서 보편적으로 찾을 수 있는 따뜻한 추억을 차분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억지스러운 이념이나 틀을 가지고 조작한 이미지가 아닌 작가의 경험과 이해 안에서 충분히 공감되어지는 감정, 기억의 순간에 눌려진 셔터는 손피오의 과거와 그들의 현재가 결합된 장면들을 남겼다.

전시된 작품들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약 8년간의 작업내용을 담고 있지만 내용의 변화를 인식하기는 어렵다. 또한 낱장의 사진이나 작업의 일부만으로는 자칫 낭만적이거나 익숙한 이미지로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손피오가 오랜 시간 지속하고 있는 과정을 이해할 때, 인간과 삶이라는 큰 주제를 변함없이 소화하려는 신중한 태도와 의지를 사진에서 분명히 엿볼 수 있다.

작품 ‘바다로 돌아가기 위한 장엄한 기다림 앞에서’를 보고 있자니 왠지 뭉클함이 인다. 힘없이 앉은 노파의 모습과 한 줄의 글귀에서 전해지는 감정이란 대부분 비슷한 것일 테지만 인간관계에서 상식과 정서의 차이가 주는 경계와 충돌은 때로 너무 큰 이질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기다림이 의미하는 것은 어느 지점까지 미련을 내려놓고 인내하며 참겠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 않은가.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끝없는 기다림의 연속이기도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 또한 그것이리라.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것. 우물 안을 바라보듯 내 안의 또 다른 내면과 마주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은 덤이다. 손피오가 담은 잔잔한 이국의 이야기는 작가가 그들에게 다가간 것처럼 선한 표정으로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와 위로가 되어준다.

갤러리 블랭크 (GALLERY BL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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