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나비, 하루살이, 거미와 대화하는 사진가 박찬원

- 경영자에서 예술가로 대변신
- 대부도 염전 100번 오가며 사진 작업


박찬원은 38년간 기업인으로 생활하고 최고경영자로 은퇴 후 3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70 가까운 나이에 대학원 사진학과에 들어갔다. 앞으로 30년간 몰두하기 위한 새로운 전공을 찾기 위해서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사진가를 지망한 것이다.

그는 염전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한다. 나비, 날파리, 거미는 물론 소금, 바닷물 등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그 영혼을 사진에 담고 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을 찍는다.

미술 평론가 박영택(경기대 교수)은 ‘박찬원의 사진은 집요한 관찰과 섬세한 시선에 의해 포착된 또 다른 자연이고 세계이고 삶의 축소판이다. 그에게 소금밭은 고향이고 인간과 삶에 대한 풍성한 사유와 깨달음을 던져주는 화두의 장소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사진의 결과물보다도 사진을 찍는 과정이 더 좋다.”고 말한다. 탐험가가 새로운 지역을 찾아다니듯 수사관이 작은 단서를 찾아 현장을 살피듯 사진 소재를 찾아 염전을 샅샅이 훑는다. 이 시간은 그의 사색의 시간이고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다.

그는 고향 대부도 염전을 100번 가까이 오가며 2만장 이상의 사진을 찍었다. 그 중 18점을 골라 전시한다.


  전시서문

박찬원: 소금밭에서 발견된 풍경들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바닷물을 모아 햇살과 바람과 오랜 시간의 경과를 거쳐 그것을 하얗게 빛나는 결정체, 소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은 경이롭다. 태양의 열기와 바람의 기운,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람의 힘이 더해져 마련된 소금은 인간의 식문화에 결정적인 존재가 된다. 비릿하고 짠 바닷물이 눈부신 백설의 소금 꽃으로 만발하고 번성하는 장면은 축복 같다. 액체가 단단한 결정체, 고체로 변해나가는 이 연금술적인 전환은 무에서 유를,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물은 비로소 소금이 된다. 특히나 한국인에게 소금을 통해 이루어진 양념, 간은 한국인의 입맛을 만들었고 식문화를 형성해갔다. 그런가하면 바닷물을 모아 구획된 면에 가두고 그 안에서 수도 없는 반복적인 행위(흡사 붓질에 유사한))를 거쳐 흰 꽃을 피워내는 저 소금 만드는 일은 흡사 일정한 프레임 안에 형상을 길어 올리는 이미지제작행위를 연상시킨다.

박찬원은 자신의 고향인 대부도의 염전(소금밭)을 찾았다. 많은 시간 그는 염전을 바라보는 일로 보냈다. 그러나 그가 촬영한 것은 정작 염전의 풍경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몸을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염전에 밀착해서 그 표면에서 일어나는 사건, 흔적들을 주목했다. 표면, 바닥에 바짝 붙어나간 전일적 시점에 의해 염전은 거대한 자연풍경이 되어 초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그 안에 자리한 다양한 생명체와 오랜 시간의 경과로 인해 형성된 불가피한 자취들이 신비하게 펼쳐지고 있다. 따라서 이 사진은 찍혀진 대상이 염전이라는 사실을 망각시킨다. 그가 찍고자 한 것은 염전풍경이라는 보편적인 장면이나 관습적인 시선에 의해 포착된 장면이 아니라 염전의 내부, 심층, 속살 같은 것들이고 그것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시각이미지들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더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장면들을 통해 그가 읽고 깨달은 메시지도 기술하고 싶었다.

사진은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언캐니’하게 보여준다. 사진은 이중적 의미에서 지표의 성격을 갖는다. 그러니까 생성의 차원에서 보면 사진 자체가 사물에 반사된 빛이 감광물질에 반응하는 광학적· 화학적 현상이고 수용의 측면에서 볼 때 사진 효과의 본질이 관찰자를 찌르는 촉각적 작용에 있다. 이 관찰자를 찌르는 힘이 푼크툼이고 언캐니다. 그것은 아날로그 사진이나 디지털 사진 모두 지니고 있다. 전자가 조금 외상적이라면 후자는 유희적인 면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박찬원의 사진은 정면으로 밀착해 들어간 세계와의 응시 속에서 정작 낯설고 기이한 장면을 만난다. 그것은 집요한 관찰과 섬세한 시선에 의해 포착된 또 다른 세계다. 그는 정작 소금밭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장면을 흥미롭게 포착하고 있다. 그 한정된 영역은 또 다른 자연, 세계이고 삶의 축소판이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곳이고 최후의 바닷물이 모여 있는 곳이고 그것들이 다시 소금이란 존재로 환생하는 장소이다. 그런 관찰과 깨달음을 준 장소가 작가에게는 염전이었다. 그는 소금밭을 화장장이라고 부른다. 바닷물의 사리가 소금이 되고 나머지는 바람을 타고 사라진다. 그런가하면 하루살이들이 새까맣게 모여들어 다양한 생을 연기하다 이내 죽어가기도 한다. 그 모습이 흡사 인생의 축소판 같다고 여긴다. 작가는 그 염전과 소금물을 가두어놓은 염지, 주변 도랑에 모여든 수많은 생명체들의 잔해를 100마이크로 렌즈로 촬영했다. 소금기를 머금어 누런 거품을 품고 있는 바닷물 위에 떠있는 하루살이, 죽은 나방과 거미, 고동들이 무수하게 흩어져있거나 홀로 고독하게 죽은 장면이다. 무수한 시간의 퇴적층이 이룬 장면이기도 하다. 작가는 염전에서 발견한 이 풍경을 통해, 하루살이들의 행동을 통해 그것이 인간세의 짓거리와 하등 차이가 없음을 깨달았던 것 같다. 그가 찍은 장면은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은유적 풍경이 되었다.

다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염전자체가 빚어내는 매혹적인 이미지다. 소금밭이 화폭이 되어 햇살과 바람, 시간과 뭇생명체들이 모여들어 그려낸 풍경을 발견한 것이다. 사진 자체가 레디메이드이기에 이미 주어진 장면을 발견, 채집하는 일은 사진의 핵심적 역할이다. 오랜 시간 소금밭에서 자연스레 형성된 시각적 이미지가 그에게는 매혹적인 그림으로 다가왔다. 그에 의하면 그것은 마치 꽃이 피어나는 것 같고 용이 꿈틀거리고 몇 만 년 묵은 대리석의 질감이나 중생대 화석처럼 보이고 혹은 아프리카 초원을 달리는 들소를 닮았으며 남극의 펭귄들이 해안가에서 볕을 뙤고 있는 것도 같았다. 또 어떤 것은 협곡의 분위기를 짙게 자아낸다고 보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구체적이면서 동시에 초현실적인 장면들은 한 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은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이고 이원적인 공간이 아니라 통합적 공간이다. 현재의 시간과 과거의 시간이 공존하고 구체적 세계와 비가시적 세계가 마구 뒤섞여있기도 하다. 이미지란 기실 착시, 환영, 헛것을 보는 것이다. 자연에서 닮음 꼴을 부단히 찾는 여정이고 보고 싶은 것을 환상처럼 부풀려내는 일이다. 그것은 사진의 기록성이자 인증성을 슬그머니 저버리면서 익숙한 대상에서 또 다른 세계상을 찾는 여정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해서 다분히 언캐니 한, 흥미로운 사진이 출현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사진가의 시선이다. 그로인해 이미 있는 세계를 인증하고 수용하는 대신 그것을 다시 보고 천천히 공들여보는 순간 예상치 못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다. 박찬원에게 소금밭은 고향이고 아름다운 자연이고 매혹적인 이미지의 보고이자 인간과 삶에 대한 풍성한 사유와 깨달음을 던져주는 화두의 장소인 셈이다. 지금까지 그는 염전을 100번 정도 찾아갔다고 한다. 물리적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 지독한 정성과 집요한 관찰에 의해 비로소 피상성 너머의 것들을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 같다. 그 힘이 사진을 사진이게 한다.


  작가노트

거미의 눈

소금물에 빠진 나비를 찍고 있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거미 한 마리가 물에 빠졌다. 소금 알만한 작은 거미다. 거미는 바닷물에서 빠져 나오려고 가는 다리를 휘저으며 허우적댄다. 바람이 불 때 마다 염전의 물은 여기저기로 요동을 치고 그 때 마다 거미는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렸다. 소금 끼 가득한 염전의 물은 죽음의 바다다. 죽을힘을 다해 버둥대던 끝에 겨우 판자 모서리에 다리를 걸쳤다.
미끄러지고 미끄러지면서 판자로 만든 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살아나기 위해 안가님을 다 쓰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이 댔다. 10센티미터 가까이 렌즈를 붙였다. 죽음의 바다를 헤치고 나온 거미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죽음 직전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난 생명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다. 흥분 되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너무 작아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거의 거미의 코 앞에 까지 카메라를 갖다 댔다. 급경사의 나무판자를 허겁지겁 기어오르던 거미가 멈칫 했다. 무언지 모르지만 거대한 장애물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은 것 같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앞에 괴물이 나타났다. 뒤에는 죽음의 바다가 있다. 겨우 살아났는데 다시 절망에 빠졌다.
이 때 거미의 눈과 마주쳤다. 까만 점을 찍은 듯 표정 없는 눈이다. 그런데 갑자기 거미의 눈이 커 보였다. 큰 눈이 카레라 렌즈를 통해서 나를 보고 있었다. 이 눈이 말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애원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공포에 떨고 있었다. 나는 또렷이 거미의 눈을 보았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하는 거미의 소리가 들렸다. 거미의 다리, 몸통에는 머리만한 소금 알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미 소금에 몸이 절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얼른 카메라를 치웠다. 거미는 비틀 비틀 흙으로 나왔다. 따가운 여름 햇살이 거미를 따라가고 있었다.
휴 하고 나도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작가약력

박찬원 Park Chanwon

2014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 사진영상미디어학과 수료

개인전
2014 [소금밭] 갤러리 인덱스, 서울

그룹전
2013 [Face to Face] 갤러리 룩스, 서울
2013 [사진, 보여짐] Mirror 갤러리, 북경, 중국
2012 [실크로드 사진전] 봄 갤러리, 서울
2011 [Wisdom of Mother Earth] Seoul Photo 2011, 코엑스, 서울
2010 [SERICEO 자선 사진전, 동행] 로댕 갤러리, 서울

2014 MFA Completed in Photography, The Graduate School of Art & Design, Sangmyung University

Private Exhibition
2014 [Saltern] Gallery INDEX

Group Exhibition
2013 [Face to Face] Gallery Lux, Seoul
2013 [To be Seen] Mirror Gallery, Beijing, China
2012 [Silk Road] Bom Gallery, Seoul
2011 [Wisdom of Mother Earth] Seoul Photo 2011, COEX, Seoul
2010 [Go Together, Photo Exhibition for Charity, SERICEO] Rodin Gallery,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