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_대구에서 가을을 맞아 사진 기획전 ‘헬로우 스트레인저(Hello Strangers)'를 마련했다. 김인숙, 여지, 이지양 등 세 명의 사진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와 가깝고도 먼 '이방인들'의 초상 사진으로 꾸며진다. 우리의 이웃이자 우리 자신 속에 잠재할 지 모르는 선입견과 편견이 투사된 이들 이방인의 모습은 타인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김인숙은 일명 조선학교로 불리는 일본의 조총련계 학생들을 뷰파인더에 담는다. 이데올로기의 주입적 강화가 지배적인 교내 환경과 대조를 이루는 이들의 밝고 순수한 표정을 통해 작가는 국가와 이념을 뛰어넘은 개인의 삶을 들여다 본다. 한편 성형수술 직후 회복기에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은 여지의 작업은 일종의 기록 사진과 같은 형식을 빌어 성형 신드롬에 빠진 오늘의 세태를 비판한다. 마지막으로 이지양은 경찰, 소방관, 약사, 제빵사, 편의점 직원 등 우리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들을 평범해 보이지만 특이한 방식으로 포착한다. 직종을 상징하는 제복을 입고 거꾸로 매달린 채 불안과 고통을 억누른 이들의 표정은 중력 앞에 모든 인간은 다를 바 없음을 환기시킨다.

이처럼 인물 사진전 헬로우 스트레인저는 오늘날 삶의 다양한 방식과 가치가 공존하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정상 혹은 표준이라는 실체 없는 잣대로 재단되고 마는 타인의 이야기들을 담담히 포착한다. 세 작가들의 작업은 평범한 듯 낯선 타인의 초상을 통해 편견으로서의 차이가 중립적인 가치로의 ‘다름’으로 이해되는 진정한 소통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작가소개

김인숙 | 김인숙에게 사진은 '만남'이다. 그 끊임없는 만남의 흔적을 사진과 영상, 설치 오브제로 시각화하는 그는 이번 전시에서 연작을 선보인다. 대학 재학 시절인 2001년부터 아직까지도 현재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는 그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룬다. 사진의 배경인 일본의 기타오사카조선초중급학교는 남북한 출신을 가리지 않고 한국인 후손들이 함께 다니는 조총련계 학교이다. 교실 곳곳에 북한의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시각적 장치들이 특별한 배경을 제공하지만,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순수와 호기심의 시절을 살아가는 여느 학교의 학생들과 다를 바 없다. 작가는 ‘조선학교’라는 적절치 않은 별칭이 풍기는 이념과 인종주의적 색채가 무색하게 북한과 남한, 그리고 일본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풍경에 주목한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역시 조총련계 학교 출신이었기에, 국가도 이데올로기도 뛰어넘어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학생들의 달콤한 찰나의 순간을 조명하고 있다.

여지 | 종교처럼 신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외모 지상주의에서 영감을 얻은 여지는 성형수술을 주제로 다큐멘터리 사진 형식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그의 시리즈는 성형수술 직후 회복기에 있는 여성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담는다. 작가는 5년 이상 성형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20대 여성을 물색하고 직접 찾아가 마치 기록 사진 작업을 하듯이 성형의 현장을 추적해 들어간다. 성형의 전과 후 그 사이에 놓인 일종의 무의미한 ‘과정’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여성들의 멍 들고, 흉 지고, 실밥 자국이 선연한 얼굴과 몸에 앵글을 들이댄다. 초점 잃은 눈동자에 불편한 듯 생각 없이 침상에 누운 그리고 모습, 그리고 얼굴에 붕대를 두른 채 창 밖을 응시하는 시선과 몸짓은 이리저리 기워진 그녀들의 육신 이상으로 메시지를 던진다. 성형수술 직후의 여성들의 표정과 심리를 읽어낸 작가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녀들의 사적인 시공간을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오늘의 세태를 비판한다.

이지양 | 이지양은 사회적으로 체계화되고 제도화된 현실 그 너머를 바라보고 의문을 던지는 행위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삼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그의 <중력>시리즈는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들을 제시한다. 제복으로 신분을 내세운 사진 속 인물들은 경찰, 소방관, 약사, 편의점 직원, 학생 등 다양하다. 하지만 무언가 불편한 듯 힘겨운 기색이 역력한데, 그 이유는 바로 작가가 이들을 거꾸로 매단 채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거꾸로 매달린 자의 거꾸로 된 그의 사진은 바짝 올라간 어깨와 부릅뜬 눈으로 보통 인물 사진과 매우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작가는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마련된 규정의 하나인 제복을 입은 인물들을 거꾸로 매닮으로써 제복이 아닌 자신의 고유한 힘을 통해 외부적인 힘인 중력을 견디고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 사회와 제도에 순응하면서 겪는 무게를 잠시라도 내려놓은 채 자기 자신에게 더 집중하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을 중력 저항이라는 물리적인 체험으로 제시한다. 바로 중력 앞에서 우리는 그저 똑같은 인간일 뿐이며, 이것이 오히려 진실한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