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기획의도

사진,미술 대안공간 SPACE22의 첫 번째 신진작가 지원전시로 박지나 개인전, <스스로 움직이는 것들>을 기획한다. 사진과 조각, 설치를 시적인 이미지로 펼쳐낸 박지나의 작품세계는 독창적 사고와 실험정신이 그 바탕이었다. 아름답고 정교한 작가의 작품들은 평소 ‘시 쓰기’를 통한 사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전시에서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작가의 최근 작업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박지나는 사물의 원형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그 원형은 어딘가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사물들의 비밀의 장소이거나, 숨 쉬지 않는 생명들의 불빛이 잠깐씩 보이는 깜깜한 허공이다. 빈 공간에서 시작되는 존재의 움직임에 이끌린 작가는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 존재의 무늬를 만들어 나간다. 있는지 없는지 분간할 수도 없지만 분명히 세상에 존재해 있는 ‘것’을 어떻게 표상할 수 있을까. 먼저 몽상의 이미지에 몸체를 만들어주고(조각), 그 후에 사진이미지를 입혀준다. 우리가 명명하기 이전부터 ‘~의 형태’를 이루며 그 곳에서, 그 자체로 ‘스스로 움직이는 것들'은 그렇게 작품의 세계로 들어왔다.

그저 거기에 있었을 원형으로서의 박지나의 사물은 바흐의 푸가처럼 무한 변주를 이룬다. 가령 ‘허공은 못 끝에서 벌어지고’, 스피커는 그것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나팔꽃처럼 열린다. 대상들과의 만남에서 작가의 태도는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열려있다. 원근법적인 주체로 사물을 수렴하려는 것이 아니라, 개별주체들의 있음(il ya)에 작가 스스로 노출이 되었다. 개별적 존재들이 작가를 바라보는 ‘사건’은 수평의 평원에서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중심의 힘이 사라지고 낱낱의 사물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도, 그래서 작가가 작업을 통해 말하려고 하는 것도 ‘수평적이기 위해’서이다.

물질의 내밀성에 대한 몽상들이 구체화된 박지나의 작품은 보이는 것만 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이에게는 모호한 형상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반쯤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던 감각의 용적률을 넓혀보자. 스스로 꿈을 꾸기 시작한 사물들은 절대로 본질을 고수하지 않으며, 그 어떤 이름으로도 고정되지 않기에 그들이 먼저 관객의 감각세계로 들어 올수도 있겠다. 사물의 갈라진 곳, 틈새를 통해 그 속의 비밀을 예인해내려는 작가의 행위는 흡사 호기심에 가득 찬 어린아이의 끝도 없는 유희처럼 보인다. 사물들의 밀도, 그 미궁을 우연처럼 헤매다 보면 필연처럼 부딪히는 입자들이 있다. 교묘한 은닉과 과시의 변증법과는 다른 차원의 우주적인 원천들이 그 속에서 기묘하게 생성중임을 알게 된다.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꿈꾸듯 사물을 바라본 박지나의 우직한 집착의 연금술이다. 그러니 <스스로 움직이는 것들>전시장에서는 정해진 차원을 벗어나 잠들어 있던 노래와 함께 공감각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 최연하


  작가약력

박지나 / Jina Park

Education
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 Digital Imaging 졸업, CA, USA.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Exhibition
2014년 주문하시겠습니까 ;북유럽문화원展, 북유럽문화원, 양평
2014년 21세기형展_주문하시겠습니까, café GRUNGE, 서울
2013년 Serious Live Show 展, Club Venus, 서울
2012년 성남문화재단 신진작가 공모전,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경기도
2012년 Humidity Controller 展 (2인전), Anthracite, 서울
2012년 BIKA Photo Exhibition, 갤러리 이앙,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