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사진으로, 이주노동자들의 꿈을 응원하다

- 김정용 사진전 <개망초의 꿈>展, 9월 16일부터 류가헌

초여름이면 길가와 공터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개망초’. 숱하게 피어있는 탓에 귀히 여김 받지 못하고, 질이 떨어지거나 쓸모없는 것을 일컬을 때 사용하는 ‘개’자가 이름 앞에 붙었다. 머나먼 땅 북아메리카에서 건너와 우리 땅에 뿌리내린 귀화식물이다.

이 개망초처럼, 외국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은 우리 땅에 살지만 동시대의 이웃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들 중 많은 수가 젊은이들이 떠나간 우리 농촌의 빈자리에서 ‘젊은 농부’로 논밭을 경작한다. 2만 명을 넘는다고 하니, 우리 농촌 노동력의 대부분을 이주노동자가 감당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진가 김정용은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던 곳에서, 태국에서 온 이주노동자 앗 씨와 그의 부인 오잉 씨를 만났다. 이들 부부는 고국에 세 명의 자녀를 남겨둔 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다. 월 평균 근무시간이 284시간에 신분은 미등록노동자(불법 체류자).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부모 없이 생활하고 있는 어린 자녀들에 대한 애틋함까지 더해진 이들의 삶은 결코 녹녹치 않다. 하지만, 앗 씨 부부는 미소를 잃지 않고 묵묵히 하루하루를 책임지며 살아간다.

김정용은 익숙한 풍경 속에서 이질적으로만 보였던 앗 씨 부부의 모습이 점차 친숙하게 느껴지면서, 언뜻 일상적이고 평화롭지만 어딘지 긴장감이 어려 있는 ‘불안한 미소’ 같은 그들의 삶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농산물을 수확하는 노동 현장의 모습부터 한국의 명소들이 찍힌 달력으로 도배된 생활공간의 풍경까지, 2012년부터 3년 여에 걸쳐 이 부부등 이주노동자들의 일상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노동자인 작가는 앗 씨 부부를 촬영하는 동안,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들의 역할이 아니면 농사일은 물론 마을 자체의 지탱이 어려울 정도인데도 근로기준법과 고용허가제 등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자주 얼굴을 마주치면서 그들에게 친숙해졌듯이, <개망초의 꿈>을 통해서 사람들이 외국인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의 삶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을 키워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귀화식물 개망초가 이제는 전국 어디를 가나 우리 들녘에 피어나 고향의 풍경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이국땅에서 힘들게 살아가며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그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김정용 사진전 <개망초의 꿈>은 9월 16일부터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문의 : 류가헌 02-720-2010


  작가노트

이 작업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에서 농사를 짓다가 고향(태국 방콕에서 동남쪽으로 580여km 떨어진 도시 우런타니, 그곳에서 다시 약 2시간동안 차를 타고 들어가는 사콘나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앗(45세)과 오잉(42세) 부부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고 계신 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서 일찍이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 농촌의 실제 농부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알게 된 나는 밝은 미소를 간직한 채 땀 흘려 일하고 있는 앗 부부를 그곳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미등록 노동자(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일하면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밝고 마음 착한 사람들이었다. 또한 농사짓는 일은 물론 농기계를 다루는 데에도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어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 보면 내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일꾼이었다. 첫 만남 이후 몇 차례 더 만나면서 자연스레 앗 부부와 친해졌고 그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도 1960~1970년대에 독일의 광부나 간호사로 파견되었던 노동자들이 있었고, 1980년대에는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힘든 세월을 보낸 기억이 있다. 머나 먼 타국에서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로 이겨낸 그 노동자들이 우리의 경제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는지는 다시 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 근교 시설하우스는 물론 전국의 농촌과 공장 및 식당 등에서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땀 흘려 일하고 있는 현실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그 수많은 외국인노동자들 또한 개발도상국 시절 돈벌이를 위해 외국으로 나갔던 우리나라 노동자들과 같이 오직 잘 살아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온갖 힘들고 어려운 악조건을 이겨내며 미래를 꿈을 가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2003년 923명의 산업 연수제로 시작된 이주노동자 정책은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로 명칭이 바뀌어 시행되고 있으며 그 수는 170만 명에(2014.5월 법무부통계자료) 이르고 있다. 그중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는 매년 2,000여 명씩 꾸준히 증가하여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1.3%인 22,438명에 이르게 되었다. 그들 중 60%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이 경기도와 충청권에서 농사일에 종사하며 수도권에 공급되는 농산물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농업분야 특수성을 감안한 근로 기준법 제63조(적용의 제외)로 인하여 월 평균 근무시간이 284시간이나 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실제 임금은 상대적으로 상당히 저임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열악한 상황을 인지한 국가인권위원회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의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등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농‧축산업 이주 노동자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 및 개선 방안”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권고하기도 하였다(2014년 1월 28일). 하지만 아직까지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노령화와 산업화 및 젊은 세대의 이농 현상에 따른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은 이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역할이 아니면 농사일은 물론 마을 자체의 지탱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 상황이 바로 근로기준법과 고용허가제 등의 제도 개선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들이 흘린 땀이 헛되지 않고 꿈과 희망이라는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웃으며 고향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다 함께 지원과 지지를 보내야할 것 같다.

우리 농촌의 근간이 되어버린 외국인 노동자!
귀화식물 개망초가 이제는 전국 어디를 가나 우리 들녘에 피어나 고향의 풍경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물설고 낯선 이국땅에서 어렵고 힘들게 살고 있지만 행복한 삶을 향하여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그들의 삶에 희망이라는 무지개가 피기를 기원해본다.


  작가약력

김정용

- 1964년생
- 서울 메트로 노동자.
- 사진집단 포토청 회원
- 사진집단 꿈꽃 팩토리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