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소개

“보자기 작가”라는 별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수강의 개인전이 9월 19일부터 10월 19일까지 한달 간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회화와 사진을 복합시킨 독특한 기법의 작품들을 선보여온 그녀는 2009년, “관계 relation “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조약돌 시리즈를 발표한 후 결혼, 출산, 미국 이주 등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인생의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지난 5년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Towels and Shelf” 시리즈를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발표한다.

그녀의 여러 작품들 가운데 가장 사랑 받았던 “보자기”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Towels” 작품들은 더 이상 싱글이 아닌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그리고 작가로서의 각 역할들을 조화롭게 일구어 나가는 과정들을 “수건”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선반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꽃 한송이, 그리고 그 모서리 너머
기린의 네발이 살짝 가려질 정도의 거리에 놓인 인형이 저울의 좌우 발란스를 맞추듯 화면에 놓여있다.
“Shelf” 시리즈는 2014년 현재, 한국의 30, 40대의 여성들이 짊어지고 있는 가장 큰 사회적 이슈인 일과 가정, 그리고 육아라는 어느 것 하나 소홀 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 속에서 “균형” 이라는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수건시리즈와 선반시리즈 두 파트로 나뉘어 총 19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검프린트 기법의 아날로그적 특성상 그동안 작품의 사이즈를 키울 수 없었던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많은 시간의 연구와 시도를 거듭했다.
그리고 드디어, 검프린트 인화 작품으로는 불가능 했던 1m 20 cm 에 달하는 대형 사이즈의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작가노트

나는 1996년 사진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일상의 작고 하찮은 사물에 나의 시선을 주고 나의 손길로 호흡을 불어넣음으로써 조금은 새로운 감성으로 그 사물을 바라보게 하는 작업을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라는 방법으로 일관되게 해오고 있다.
그 동안 내가 다루었던 대상들은 소금통, 속옷, 옷걸이, 단추, 연필, 줄자, 그릇들, 돌멩이, 보자기 등의 일상으로부터의 것들 이었다. 내가 사용하는 기법인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는 알료가 섞인 감광액을 판화지에 바르고 말리고 자외선으로 노광을 주고 물로 한 시간여의 현상과정을 필요로 하며 이를 10여 회 정도 반복함으로써 색의 변화를 주고 톤의 밀도를 높여나가는 비교적 많은 시간과 손이 가는 작업이다.

내가 작업을 통해 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을 ‘바라봄’으로써 그 존재의 자연스러움과 숭고함을 끌어내고자 함인데 내가 사용하는 검 바이크로메이트 기법은 그 과정을 충실히 해내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의 역할을 한다. 오랜 시간 찍고 다듬고 손으로 인화하고 그것을 수 차례 반복하는 과정은 사진의 현실성에 회화적 감성을 입히면서 그 대상을 실생활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자세히, 새로운 각도에서 들여다보게 하고 함께 호흡하게 한다. 그 과정을 끝내고 난 후의 사진 속 대상은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그 사물로부터 출발한 다른 무엇이 되어 있다.
내가 많은 것이 디지털화되어 더 많은 것들이 가능해져 가는 현재 사진 미디어 환경에서 19세기 수제기법을 고집하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해 가는 세상에 대한 반감이나 지나간 시간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그 기법이 가지고 있는 성질이 온전히 내가 대상을 보려 하는 방법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Towels’와 ‘Shelf’ 작업 역시 이제까지 내가 해온 작업의 연장 선상에 있다. 이 작업들을 하면서 언제나 나의 머릿속에 있었던 단어는 ‘조화와 균형 ‘이었다.
몇 년 전 신상에 생긴 몇몇 변화들로 인해 그 이전의 ‘작업하는 나’의 생활은 적잖은 변화를 필요로 했고 나는 새로운 나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갓난 아이를 돌보아야 하는 엄마로서의 삶과 작업실에서 약품을 만지고 이미지를 만들며 거기에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작가로서의 삶의 간격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것이어서 지난 몇 년 간은 그 두 가지의 일을 해내는 생활 속에서 균형을 찾고 다시 온전한 하나의 나로 조화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는 일을 익히는 것이 화두였던 시간들이었다.

타월을 고르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그것들 간의 조화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선반 위의 아슬아슬한 사물들은 화면 안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양쪽 무게를 딱 맞춘 양팔 저울처럼 온전한 상태를 만들어 주기 위해 고민한다.

일상 속에서 만난 사물들을 내 프레임 안으로 가져와 보고 다듬는 일들은 항상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어내야 하는 많은 일들 속에서 가장 적당한 ‘적당함’을 유지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것을 하루하루의 평범한 생활 속에서 나의 별 것 아닌 일상의 순간들로 매일 조금씩 만들어 가려는 의지가 내가 여기에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들 속에 있다.

2014년 8월, 김수강


  작가약력

김수강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유학 길에 오른다. 이후 자신의 회화적 감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19세기에 발명된 검프린트 인화 기법을 고수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귀국 후 한국 사진계와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2006년 공근혜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하면서 꾸준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휴스턴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되었으며 CHRISTIES’ 런던, K auction, 대구 auction 등의 국내외 경매, Paris Photo Paris, Paris Photo LA, New York art fair등 해외 아트페어에도 출품되었다.

발표작 (시리즈)
: 1997 Things, 1998 Trivial stories, 2000 Being, 2003 In my hand, 2004 Bojagi, 2006 White Wessels, 2008 Stones, 2014 Towels and Sh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