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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사람이 살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만든 공간 이다(때때로 인공적이지 않는 곳 또한 정신적 의미를 두어 집이라 칭하기도 한다.) [폐가] 라 함은 사람이 살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 졌으나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그리하여 제 기능을 상실한 빈 공간을 칭한다. 나는 폐가를 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어릴 적 할머니 손에 자란 나는 그녀와 함께하던‘까꿍 놀이’를 기억해낸다. 2008년 4월 12일. 나의 어머니시던 할머니의 죽음은 나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2009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처음 맞은 설날에, 돌아가신 후 하루도 빠짐없이 꿈에 나오시는 할머니께 쓴 편지를 태우고 차례를 지내고, 혼자 뒷 산길을 돌아 마을을 거닐던 중, 빈 폐가 한 채를 만나게 된다. 언제부터 그렇게 사람의 손을 타지 못하고 버려 졌는지 거미줄이 늘어져 있고 텃마루에 새하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그 폐가는 할머니를 잃고 주저앉은 나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며 가슴이 매여 오는 밤이면 오직 그녀의 손이 등에 닿고 그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야 고른 숨이 쉬어 졌었기에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러한 내가 그 폐가를 만난 것은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고 다시 세상을 살 수 있게 된 것 이였다. 강요받은 성숙함, 소위 말하는 철든 아이는 어두운 밤이 와야만 울 수 있었고 그 시간만이 스스로 나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는 시간 이였기에 나의 감정을 표출 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스튜디오 안에서 어두운 배경 속, 옅은 빛을 받아 조금씩 드러나는 부분들로 표현하던 나는 이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세상에서 유일 하게 목 놓아 울 수 있었던 곳이 할머니 품 이었고 이제는 사진이 내게 그러한 곳이 되었다. 저고리 없는 삼베옷을 입고 부네탈을 쓰고 밝은 날 자연 광 만을 이용 하여 폐가 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할머니의 주검에서 본 연지곤지는 할머니의 처음이자 마지막 화장한 모습 이였고 그 곱던 얼굴을 나는 부네 탈에서 다시 보게 된다. 머리를 올린 날 서방님을 여의고 얼굴에 그린 연지곤지 지우지 못하고 늘 웃으며 서방님을 기다리는 부네 탈은 그 폐가와도 닮았고 나와도 닮아 있었다. 그렇게 2009년 [脫;脫] [Mask Mask] Hide sorrow behind mask 이라는 작업은 상실에 관한 이야기의 시리즈 중심에 있고 다음 작업인 [At night]의 초석이 된다.
  • ⓒ윤아미 Ami Yoon
    [脫;脫] [Mask Mask] Hide sorrow behind mask_hanji,pigment prin_60x40in_2009
  • ⓒ윤아미 Ami Yoon
    [脫;脫] [Mask Mask] Hide sorrow behind mask_hanji,pigment prin_40x60in_2009
  • ⓒ윤아미 Ami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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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脫;脫] [Mask Mask] Hide sorrow behind mask_hanji,pigment prin_60x40in_2009
  • ⓒ윤아미 Ami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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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아미 Ami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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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아미 Ami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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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아미 Ami Yoon
    [脫;脫] [Mask Mask] Hide sorrow behind mask_hanji,pigment prin_40x60in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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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脫;脫] [Mask Mask] Hide sorrow behind mask_hanji,pigment prin_60x40in_2009
[脫;脫] [Mask Mask] Hide sorrow behind mask

[집]은 사람이 살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만든 공간 이다(때때로 인공적이지 않는 곳 또한 정신적 의미를 두어 집이라 칭하기도 한다.) [폐가] 라 함은 사람이 살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 졌으나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그리하여 제 기능을 상실한 빈 공간을 칭한다. 나는 폐가를 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어릴 적 할머니 손에 자란 나는 그녀와 함께하던‘까꿍 놀이’를 기억해낸다.

2008년 4월 12일. 나의 어머니시던 할머니의 죽음은 나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2009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처음 맞은 설날에, 돌아가신 후 하루도 빠짐없이 꿈에 나오시는 할머니께 쓴 편지를 태우고 차례를 지내고, 혼자 뒷 산길을 돌아 마을을 거닐던 중, 빈 폐가 한 채를 만나게 된다. 언제부터 그렇게 사람의 손을 타지 못하고 버려 졌는지 거미줄이 늘어져 있고 텃마루에 새하얗게 먼지가 내려앉은 그 폐가는 할머니를 잃고 주저앉은 나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히며 가슴이 매여 오는 밤이면 오직 그녀의 손이 등에 닿고 그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야 고른 숨이 쉬어 졌었기에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러한 내가 그 폐가를 만난 것은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고 다시 세상을 살 수 있게 된 것 이였다. 강요받은 성숙함, 소위 말하는 철든 아이는 어두운 밤이 와야만 울 수 있었고 그 시간만이 스스로 나의 존재를 확인 할 수 있는 시간 이였기에 나의 감정을 표출 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스튜디오 안에서 어두운 배경 속, 옅은 빛을 받아 조금씩 드러나는 부분들로 표현하던 나는 이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세상에서 유일 하게 목 놓아 울 수 있었던 곳이 할머니 품 이었고 이제는 사진이 내게 그러한 곳이 되었다. 저고리 없는 삼베옷을 입고 부네탈을 쓰고 밝은 날 자연 광 만을 이용 하여 폐가 속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할머니의 주검에서 본 연지곤지는 할머니의 처음이자 마지막 화장한 모습 이였고 그 곱던 얼굴을 나는 부네 탈에서 다시 보게 된다. 머리를 올린 날 서방님을 여의고 얼굴에 그린 연지곤지 지우지 못하고 늘 웃으며 서방님을 기다리는 부네 탈은 그 폐가와도 닮았고 나와도 닮아 있었다. 그렇게 2009년 [脫;脫] [Mask Mask] Hide sorrow behind mask 이라는 작업은 상실에 관한 이야기의 시리즈 중심에 있고 다음 작업인 [At night]의 초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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